잠자리 잡던 날

기억나는 장소, 너는 기억해?

by 보리

노래는 나의 여러 시절을 떠올리게 하고,

향기는 그리웠던 사람을 떠오르게 한다.


장소는 사진처럼 떠오른다.

그때의 감정과 사람과 상황이

하나의 장면으로 그 장소에 깃들어 있다.


따라서 그 장소를 거닐 때면,

나의 시간이 그 장소에 머물러 있었음을 알게 된다.


아이들은 참으로

교실 밖에 나가는 것을 좋아한다.


매일 걷는 등하굣길도 선생님과 친구들과 함께라면

놀이공원보다도 더 흥미로운 장소가 된다.


학교 앞 공원을 갈 것이라고 이야기해두면,

평소 준비물을 안 가져오는 아이들도 잔뜩 신이 나서는


엄마 아빠를 졸라

잠자리채와 온갖 준비물을

자랑스레 챙겨 온다.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교실로 돌아온다는

선생님의 무서운 말에

평소보다 몇 배는 똘똘 뭉쳐진 아이들은


서로서로 단속하며

마침내

학교 앞 공원에 다다른다.


그러고는 생전 처음 보는 공간에 온 듯이 신기해하며

온갖 곳을 휘젓고 다닌다.


여기저기서는 곤충을 발견했다는 아우성이 들려온다.

평소에 혼자 있던 아이들도 이때만큼은

다른 아이들과 뒤섞여 곤충을 구경한다.


한 명이 드디어 잠자리를 잡았다.

그곳으로 우르르 몰려간다.


매미도 잡았다.

다시 그곳으로 우르르 몰린다.


콩벌레를 잡았다.

그래도 목소리만 크면 우르르 몰린다.


친구들과 선생님의 관심을 받으려

아이들의 잠자리채는 더욱 바삐 움직인다.



귀엽다.



사소하고 하찮아 보일 지라도

그들에게는 전부인 것이다.

그 찰나의 사랑이 말이다.


그 장면들을 하나하나 바라보고 있노라면

괜스레 마음이 따뜻해지며,


돌아갈 때 미련 없이 잡은 것들을 풀어주는

뿌듯한 뒷모습은

귀여움과 어른스러움이 공존한다.


그래서 나에게도 그 장소가 박혀버렸다.

여기저기서 반짝이는 너희들의 모습이

그곳만 가면 잊히지도 않고 다시 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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