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놈들
현관문을 열고 나오는데
경찰관 한분과 중년의 남성분이 함께 나온다.
어? 원래는 옆집에 할머니가 계셨는데?
혹시나 걱정스러운 마음에
표정이 달라지자
그분은 본인이 할머니의 아들이라며
보이스피싱을 당하셔서 급히 왔다고 하신다.
뉴스에서 오늘도 본 보이스피싱인데
진짜 내 옆집에서 일어나는구나..
너무 놀라기도 하고 혼자 있을 할머니가 걱정된다.
항상 아침이면 구수한 청국장 냄새가 났는데.
그 할머니 덕분에 차가운 아파트 복도에서도
사람온기를 느꼈던 터라 걱정과 부채감이 앞선다.
오지랖일까, 아닐까를 혼자 고민하다가
에라 모르겠다 싶어
집에서 요깃거리를 몇 개 챙겨
다시 현관문을 열고 옆집 벨을 누른다.
불과 몇 시간 전에 그 일을 겪고도
모르는 사람얼굴이 비추어도 문을 열어주신다.
저는 옆집사람이에요. 소개하고
아까 일들을 알게 된 자초지종을 설명한다.
할머니의 눈과 얼굴은 아직 그때에 머물러 있는 듯
슬픔과 당황과 자책이 섞여있다.
세상에 대한 불신이 커져있으리라.
정말 못된 놈들이다.
동사무소 이야기를 하더니
검은 봉투에 현찰을 담아 아파트 1층 현관에 두고
할머니는 추운 겨울날
10층 복도에 앉아있으라고 했단다.
절대 밖은 내다보지 말고.
할머니가 안 가고 동동거리자
엘리베이터 문 열리는 소리가 안 난다며
의심하는 거냐고 윽박지르면서
아무와도 말을 하지 못하도록 그렇게 만들었단다.
근 몇 년간 혼자서 조용히 평화로운 삶을
유지해 오셨다고 하는데,
이제는 세상에 믿을 것이 없는 거 같다고 하신다.
화가 치밀어 오른다.
왜 맨날 모르고 순진한 사람들은 당해야 하지?
그리고 설령 알고 있더라도
계획적으로 눈과 귀를 막고 한 사람을 망가뜨리려고
작정하려 덤비는 놈들을 막을 사람이 있을까.
왜 다른 사람을 망가뜨려서
자신의 이익을 취해야 하는 걸까,
그것만이 정말 자신이 사는 법이라고 생각하는 것인가?
자신을 딱 그 정도로 취급하며 사는 인간들이
불쌍하고 역겹다.
자신을 살린다는 변명아래
자신을 죽이는 일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것은 어떻게든 어떤 방식이든
돌려받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분노보다는
더욱 사람을 못 믿게 될까 봐
집밖으로 더욱 못 나오게 될까 봐
할머니가 걱정되는 마음이 더 크다.
통화 중에 소리 끄는 법도 알려드리고,
언제든 옆집 벨을 누르셔라 알려드리고 나서야
발길이 돌아선다.
인간끼리 인간을 등쳐먹고 죽이는 짓은
제발 이제 좀 그만했으면 좋겠다.
아무리 그게 역사적으로 반복되었어도
막을 수 없는 어떻게 보면 순리라고 한대도
그걸 다음 세대에는 물려주고 싶지 않다.
그걸 지켜보는 일이란 너무나도 괴롭기에
바꿀 수만 있다면 바꿀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다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