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치인걸 알지만
누군가를 미워하는 것은
나와 그 사람이 함께 건배하고 마시는
독주 같은 것이다.
그 사람의 행보가 두려워서
숨고 또 숨고
조용히 더 조용히
또는 큰 죄를 진 사람처럼 피해 다니다가
어느샌가는 얼굴만 마주쳐도
심장이 철렁할 정도가 되어버려서야
알아차린다.
나에게 못할 짓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그래서 더욱 미워한다.
혼자 안전한 공간에서 그 사람을 몰래 저주한다.
앞에서는 웃으며 태연한 척 아무렇지 않은 척
혼자서는 다 뭉그러진 마음을 껴안고서 운다.
더 미워해서 나의 두려움을 감추어본다.
어차피 말해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사람이야.
그냥 조용히 넘어가는 것이 내가 편할 거야.
다른 곳으로 도망가자. 그러면 되잖아.
그러나 도망칠 수 없다는 것을 결국 알게 될 때
막다른 절벽에 도달해서 발끝으로 돌이 굴러 떨어질 때
비로소 깨닫는다.
나를 살리기 위해서는 도망가는 게 아니라
그 방향 반대로 열심히 천국을 찾아 달릴게 아니라
똑바로 마주 보고 서야 한다는 사실을
그것이 사실이든 사람이든 괴로운 무엇이든 간에.
나를 더 이상 망쳐두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이제 나는 내가 지키겠다는 생각으로
맞불을 놓아볼까. 아니 그러자.
이제는 좀 제발 그래보자.
그 사람을 망칠 준비를 조용히 하는 것이
네가 말하는 평화야?
한편으로 조롱하듯 비웃는 목소리
맞아, 그게 두렵고 싫어서
괜히 내손에 더러운 거 묻히기 싫어서
그래서 피하려고 했어..
그래서
한때는 사랑만 하고 싶었어.
그곳이 발 뻗기 좁은 곳이어도,
사람을 가리고 또 가려서
내 옆에 아무도 안 남더라도
그런 안전한 곳으로 도망치려고 했어.
근데 그런 곳은 없더라..
왜냐면 먼저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야
그런 따뜻한 공간을…
사랑만 할 수 있는 세상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함께 더 성장하고 밝아질 수 있다면 말이야.
그러나 현실은 내가 때 묻지 않기 위해서
내가 다치지 않고 가라앉지 않기 위해서
나를 먼저 지켜내야 한다.
그게 먼저다.
그다음에야 그 세상을 만들어갈 수 있는 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