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바라보는 아이
무슨 색을 좋아하냐고 물으면
항상 검은색.
엄마 옷 무슨 색으로 칠할래?
하고 물어도
검은색.
친구들에게 환심 사려고
예쁜 스티커, 장신구들 잔뜩 손에 들고 와도
막상 펼치지 못하고 우물쭈물 서성서성.
그런 아이와 눈을 맞추고
이야기를 듣는다.
내가 흥미롭지 않아도, 틀린 말이어도
그저 미소 지어 듣는다.
가끔 내가 다른 아이들과 재미있게 이야기할 때면
장난감을 집어던지고,
나쁜 말을 하며,
심통을 부려서 멀리 달아나도록 만든다.
그리고 또다시 몰려오는 외로움에
다시 그 친구들 주위를 서성인다.
이 악순환의 굴레에 갇힌 채,
원인도 모른 채,
해결할 방법은 더더욱 모른 채,
아이는 검게 물들어 가라앉는 중이다.
마음속에 텅 비어있는 사랑
그리고 꽉 차서 터질듯한 분노.
억울, 자책, 자기혐오..
8살 아이가 느끼기엔
너무 잔인하고 벅차다.
그것을 잠깐이나마 잊을 수 있는
내 편이 있는 40분은
아이에게 어떤 의미의 시간일까?
배가 고팠던 만큼
체해도 허겁지겁 먹는다.
더욱더 손을 뻗어 갈구한다.
그토록 찾아 헤맸던 사랑을.
난 모두가 노력하면
사랑을 주고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노력한 사랑은 그저 모방이었다.
사랑을 주세요! 하면
뚝하고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도 아니었다.
내가 먹고 싶을 때 언제든
찾아 꺼내먹을 수 있는 건 더더욱 아니었다.
진정으로 누군가에게 받아봐야만,
누군가에게 정말 듬뿍,
모든 감각이 느껴지도록 받아서,
충분히 배가 불러봐야만
그 감각을 알 수 있는 거였다.
그렇게 되어야
다른 이에게도 그 느낌을 그대로
줄 수 있는 거였다.
친구들에게 못된 행동을 하는 아이를 보며
어쩐지 안타까워지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