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이후

나는

by 보리

그날 이후로

나는 아이들이 나간 교실의 불을 모두 껐다.


다른 이들은 깜짝 놀라곤 했다.

이렇게 교실이 깜깜한데 눈은 나빠지지 않겠어요?


오히려 그게 편해요.

안정이 되었다. 누구도 보지 못할 테니까.

더 깜깜하게. 창문은 블라인드를 쳤다.


드디어 모든 것으로부터 나를 지켰는데,

그런데 왜 자꾸 감시받고 공격받는 느낌이 들지?

왜 이렇게 불안하지?


텅 빈 속 때문이구나.

그럼 불안을 없애줄게.


배가 꽉 찰 때까지.

턱이 아플 때까지

음식을 밀어 넣었다.


잠들 무렵엔 누워서 항상 후회했다.

그러지 말자고.

내일은 다시 이전처럼 살아 보자고.

더 치밀하고 꼼꼼하게 계획을 새로 짰다.


하지만 다시 그 순간이 되면

어김없이 밀려오는 불안에 나는

같은 행동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었다.


이 좌절감과 슬픔을 어찌할 도리를 몰라서,

세상의 눈이 모두 무섭게만 느껴져서.


학교에서는 나를 더 꽁꽁 숨겼고,

오랜만에 만난 아이들 앞에서는 애쓴 웃음을 지었다.


뜨겁던 국회 의사당 앞에서는 벌건 몸이 된 채

탈진한 채 쓰러져서 눈물을 흘렸다.

난생처음 와보는 서울의 학교 안에서는

생전 처음 만나는 분께 미안하다고 하며 울었다.


모르지 않았기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고. 또는 없다고 믿었거나.

나조차도 같은 상황이었으니까.


그리고… 빠르게 무너지는 내 몸과 마음을

그저 지켜볼 수밖엔 없었다.


그런 시간을 보내며.. 나는 살고 싶었다.

그리고 반대이기도 했다.


부모님께는 원래의 강하고 당찬 자식의 모습으로,

친구들의 걱정에는 담담하게, 남의 일인 듯이.

나 자신을 포장했다. 포장지가 뜯겨지는 줄도 모르고.


그리고는 빠르게 잊으려 노력하기 시작했다.

상처 위에 뭐든 빨리 덮이는 것을 덮어댔다.

그것이 모래든. 이불이든. 무엇이든.

빠르게 잊혀지는 것으로.


벌써 잊어?라는 원망의 눈초리는 애써 무시했다.

거기에 머물러 있으면 정말이지.. 정말이지…

나는 더 이상 못 나올 것 같았어.. 미안해.


미안해.

그리고 네가 행복하길 바라.

진심으로.


다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많이 나아갔다고 생각했는데,

왜 쓰면서 눈물이 나는지 묻는다면…


그냥 묻어놨기 때문이다.

내 마음속 어딘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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