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퍼포먼스의 미래 행태와 결과에 대한 확률 높은 예측이 가능한 것인가
요 며칠 Facebook 친구 신청이 꽤 많이 들어와서 무슨 일인가... 했더니 제가 며칠 전에 남긴 글('이유 없는 추락은 없다-롯데자이언츠, 허세와 실용 사이에서 헤매다')이 '엠팍(MLBPARK)'과 디씨(dcinside)에서 회람 되었더군요. 심지어 모 기자분은 제 글에 대한 트윗까지 남기시고.
조금 놀랐습니다. 한 개인의 소소한 생각과 의견일 뿐인데...
이를 공유하신 분께서 읽어볼 만한 글이라는 생각으로 추천의 의미에서 그리하셨다면 그것 나름대로 감사한 일이긴 합니다만.
지난 2008년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한국형 프로스포츠 비즈니스 모델의 정립 만을 생각하며 산업 안팎에 머물고 있는 까닭에 이래저래 (기자님들도 모르실 만한) 많은 정보를 접하고 있습니다. 혹자의 표현을 빌자면 안테나가 꽤 높다나요? 저는 이것을 '정보의 비대칭'이라고 표현합니만 이 모두를 공개할 수는 없기에 부득이하게 많은 내용들을 축약 또는 생략한 채 글을 작성하곤 합니다.
저는 학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습니다. 경영학도들에게 있어 데이터의 활용은 필수 중의 필수죠. 이후 경영대학원에 진학했던 것도 경영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써의 '빅데이터의 효과적 활용'에 대해 깊이 있게 고찰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저는 프로야구팀의 데이터 분석 및 활용 또한 같은 맥락이라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팀이 추구하는 목표 달성을 위해 핵심 인적 자원인 선수들을 조금 더 깊이 있게 이해하고자 치열하게 매달리는 일련의 노력 과정...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목표 달성을 위한 여러 수단들의 활용 예시 중 하나일 뿐, 데이터 분석 및 활용이 모든 고민을 해결해주는 만능 열쇠가 될 순 없습니다. 수 많은 내, 외적 요소의 영향을 끊임없이 받고 있는 인간이 그 대상임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인간은 닦고 조이고 기름치면 언제든지 제 자리로 돌아오는 기계가 아니니까요. 그럼에도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인간 퍼포먼스의 미래 행태와 결과'를 높은 확률로 예측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현재의 상태를 확인하고 지속 성장을 위한 플랜을 짜는 것에 활용하는 것이라면 또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수 개월 전(손아섭 선수 이적발표 당시) 그리고 바로 며칠 전, 친정집인 롯데자이언츠의 모 인사의 행태에 아쉬움을 토로했던 것은 바로 '추재현의 언더 상대성적, 김재유의 우완 상대전적, 신용수의 좌완 상대전적을 합하면 손아섭을 대체할 수 있다(=3단 합체론)'로 대표되는 '데이터 분석 및 활용-미래의 결과 예측'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과 추종의 행태가 결국 팀에 해악을 끼치게 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이는 현실이 되고 말았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여기에 더해 투수들의 뜬공 허용 비율이 높다면서 어마어마한 거액을 들여 전례 없는 구장 개조 공사를 감행했는데, 장대한 역사(役事)의 보람을 느낄 새도 없이 올 시즌엔 땅볼아웃/뜬공아웃 비율 (Ground Out Per Air Out) 리그 1위 팀으로 변모해 버렸네요. 이 무슨 딱한(?) 상황인건지... 땅볼 대신 뜬공이 많이 나와줘야 체면이 설 텐데 말이죠.
소프트웨어의 문제를 하드웨어의 개선을 통해 해결하려 든 놀라운 도전의 결과는 과연 어떻게 될까요? 설마하니 올해의 결과가 이렇다고 해서 다시금 경기장을 원상복구 시키려 덤벼드는 건 아닐테죠?
(*참고로 저는 구장을 뜯어고치는 것 보단 구장의 주어진 특성에 부합되는 선수를 잘 선발하여 육성하는 것이 훨씬 합리적이고 생산적이며 또 상식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데이터 분석 및 활용,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들은 '팀의 목표 달성'이라는 주인공을 빛내야 할 수 많은 조연들 중 하나일 뿐이라는 사실을 꼭 강조드리고 싶습니다. (누차 드리는 말씀이지만 심리학과 조직행동론이라는 학문이 왜 오늘날에도 꾸준히 연구되고 있는 지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부 댓글러 분들께서 네가 운영 부문에 대해 뭘 아냐고 다그치시던데, 비록 마케팅이 전문 분야이지만 과거 이대호 선수의 최초 FA 때 별도로 차출되어 FA 협상(안) 관련 그룹 보고자료를 만들었던게 사실 저...였습니다. 여기에 얽힌 스토리가 100만 톤인데 글로 남기기엔 좀...^^;
OK금융그룹 프로배구단에서 재직 중일 때도 선수단 운영 부문과 관련하여 음으로 양으로 관여를 했었고, 한국프로스포츠협회에 재직 시절엔 야구, 축구, 농구, 배구 4개 종목의 군경팀 운영에 조금 관여를 했었습니다.
게다가 40년 야구, 축구팬(농구와 배구는 36년)인데 아무려면 제가 운영 부문의 문외한이겠습니까... ㅎㅎ
끝으로 이 글은 친정집에 대한 저의 애정을 꾹꾹 눌러담아 썼음을 밝힙니다. (비난이 아닙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