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축구산업아카데미 18기 강연을 다녀왔습니다.
'한국형 프로스포츠 비즈니스의 미래'라는 제목으로 지난 15~17기 강연에 이어 네 번째로 수강생들과 마주했던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꾹꾹 눌러 담아 준비했던 본문 143장의 PPT 자료를 모두 소화하기엔 주어진 90분이라는 시간은 참으로 찰나(刹那)와도 같았습니다. 자료 1장 당 1시간 씩, 143시간을 맡기셔도 너끈하게 소화해 낼 자신이 있는 지라...
귀한 주말 시간을 쪼개어 아카데미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의욕이 넘치는 수강생들은 이를 누릴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강연에서는 핵심적으로 다루고자 했던 주제의 연장선 상에서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K리그 축구산업아카데미'의 모습에 대한 이야기도 살짝 다뤘습니다. 바로 '지역사회 구성원들의 삶 속 깊숙이 자리 한 리그'라는 관점에서 말이죠.
이를 전해 듣는 수강생들의 눈이 그야말로 보석처럼 반짝이더군요. 아마도 그들의 pain point(해결이 필요한 과제)를 제대로 공략하는 내용이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프로스포츠 산업은 경기력 중심의 '여가선용'이라는 기존 가치 제공만으론 지금 이상의 경쟁력을 확보하긴 힘들다고 봅니다. 세상엔 이미 프로스포츠 이상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다양한 즐길거리들이 넘쳐 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MZ세대들 다수가 프로스포츠를 찾지 않는 것은 비즈니스의 관점에서 보면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그럼에도 현장을 찾는 일부 MZ세대들은 이들 무리들 중 innovator(혁신가그룹) 혹은 early adopter(초기수용자그룹) 일 것입니다)
앞서 기고한 여러 글들을 통해 수 차례 강조드린 바 있습니다만, 프로스포츠 산업이 새로운 활력을 얻기 위해선 그 '존재 의의'부터 새롭게 확립해야 합니다. 저는 이를 <지역사회의 구성원들을 '다양한 이유(Why)'로 끌어모으는 명실상부한 거점이자 플랫폼으로서 기능하며 이들이 필요로 하는 (기존 가치 이외의)또 다른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성공적으로 구현해 내기 위한 다양한 방법론이 거론될 수 있겠습니다만, 저는 리그와 구단이 보유하고 있는 인적, 물적 자원(이상 Resource)과 경기장 및 산업 생태계(이상 Testbed)를 십분 활용하여 연고를 두고 있는 지역사회의 오래된 숙원들을 가능한 범위 내에서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례로 지역 인재들의 교육과 취업(혹은 창업)에의 기여는 분명 많은 이들의 주목을 끄는 훌륭한 시발(始發)점이 될 것입니다.
K리그 축구산업 아카데미는 이를 위한 성공적인 롤모델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저에게 유효 적절한 여건(커리큘럼 구성 및 진행+테스트 베드 활용)이 주어진다면 수강생들을 잘 지도하여 각 구단에 쓰임이 있는 인재로 길러내거나 성공적인 창업을 지원하고, 혹은 축구산업 이외의 영역에서도 능히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을텐데...라는 아쉬움을 강연을 진행하는 내내 속으로 곱씹었습니다.
그만큼 수강생들의 열의가 뜨거웠을 뿐만 아니라 이들을 수용하고 있는 축구산업 아카데미가 뚜렷한 목적 아래 제대로 기능할 수 있다면 리그와 구단, 그리고 지역사회 내 수 많은 구성원들이 안고 있는 오래된 pain을 능히 공략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국내 프로스포츠 산업은 분명 위기입니다.
하지만, 이를 능히 이겨낼 수 있다는 제 믿음은 흔들리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풍파에 흔들리지 않는 '한국형 프로스포츠 비즈니스 모델 정립'에 기여하기 위해 제가 해낼 수 있는 몫을, 그리고 또 제가 해내야 하는 바를 치열하게 고민하고 실천하겠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