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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민 Sep 30. 2024

K리그와 KBO리그의 응원 문화에 대한 단상


K리그와 KBO리그의 응원 문화(분위기)에 대한 단상.


국내 프로스포츠에는 야구, 축구, 농구, 배구의 4종목, 5개의 프로리그(KBO, K리그, KBL, WKBL, KOVO)가 존재합니다. 


참고로 이들 중 '주식회사(또는 수익 사업이 가능한 사단법인 or 재단법인)'의 형태로 운영되며 자생력 확보가 마땅히 지상과제여야 할 프로리그는 야구의 KBO리그와 축구의 K리그입니다. 


(*농구에도 LG세이커스(LG스포츠), KT(KT스포츠)와 같은 '주식회사' 형태의 팀이 존재하긴 합니다만 대부분의 팀이 특정 회사의 부서 형태로 존재하는 농구와 배구는 축구, 야구에 비해 세미 프로에 가깝습니다)


축구의 진행 방식은 실시간 시뮬레이션 게임과도 같습니다. 


선수들은 정해져 있는 시간(전/후반 합계 90분) 동안 잠시도 쉬지 않고 피치(Football Pitch, 68m×105m) 위 모든 공간에서 감독의 전술에 맞춰 일사분란하게 치열한 투쟁을 벌입니다. 경기를 지켜보면 흡사 전쟁통 속에 벌어지는 전투를 보는 듯 하죠. 


이닝 당 시간 제한이 없는 야구는 턴(turn) 방식의 게임과 유사합니다. 


투수와 타자가 공 하나를 놓고 진지하게 승부를 겨루는 모습은 삼국지에 등장하는 멋진 장수들의 단기접전(單騎接戰, 또는 일기토(一騎打ち) : 말을 탄 무사가 일대일로 싸우는 것)를 연상시킵니다.


이렇듯 경기 진행 방식이 다르다 보니 응원 문화도 상당한 차이를 보입니다.


축구는 자발적으로 조직된 서포터즈의 일사 분란한 응원이 특징입니다. 


리드미컬하면서도 강렬한 드럼 비트와 북소리, 쉴 사이 없이 휘날리는 깃발과 터져나오는 구호는 선수들의 사기를 끊임없이 북돋습니다. (첨부영상 참조)


야구는 팀에서 고용한 응원단(응원단장+치어리더+고수)이 미니 콘서트와 유사한 응원을 전개해나갑니다. 


진중함 보다는 팬들이 손쉽게 즐길 수 있도록 흥겨움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이렇듯 진입 장벽이 낮다 보니 경기장을 처음 찾은 사람도 터줏대감인양 재기 발랄한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습니다. 


지난 2012년,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프로야구 아시아시리즈가 개최되었습니다. 한국(삼성라이온즈), 일본(요미우리자이언츠), 호주(퍼스히트), 대만(라미고 몽키스(현. 라쿠텐 몽키스))의 리그 우승팀들이 자웅을 겨루는 대회였죠.

(당시 롯데는 개최지 자격으로 참가했습니다). 


저는 그 중 대만의 라미고 몽키스(현. 라쿠텐 몽키스)의 고수(북치는 사람)가 중심이 된 응원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지금부터는 개인의 취향이 반영된 영역입니다. ^^)


둥!둥!둥!둥두두둥! 둥!둥!둥!둥두두둥! 둥!둥!둥!둥두두둥! (구호)

둥!둥!둥!둥두두둥! 둥!둥!둥!둥두두둥! 둥!둥!둥!둥두두둥! (구호)


리드미컬하게 울리는 북소리가 심장을 쿵쿵 뛰게 만드는 것이... 


10여 년이 흘러도 그 짜릿한 느낌을 잊을 수가 없었는데 요즘 K리그 축구 응원을 보면서 그 때 이상의 감흥을 얻고 있습니다. 


학부 시절부터 지금까지 수 없이 많은 연고전을 경험하면서 대부분이 만족스러웠지만 단 하나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그건 바로 응원이었습니다. 


상대 학교의 응원가(민족의 아리아, 지야의 함성 등)에는 사람의 가슴을 뜨겁게 만드는 무엇인가가 있었던 것에 반해 모교의 응원가와 율동은 한 없이 가볍기만 했거든요. 이를테면 신촌주방장, 3초전, 마초맨, 고밟꿈 같은... 


최근에는 연세여 사랑한다, 서시 같은 멋지고 웅장한 응원가들이 등장해줘서 크게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라이벌 간의 응원 또한 전쟁이자 전투이기에 응원전(應援戰)이라는 명칭이 붙는 것 아니겠습니까.


정리하자면, 

제 취향은 확실히 K리그의 응원 쪽입니다. ^^


롯데자이언츠에 재직하면서 KBO리그 특유의 응원 문화를 만드는데 일조하기도 했고, MZ세대와 여성팬들의 폭발적 유입을 이끌어 내고 있는 현재의 응원 문화 또한 존중합니다만...


투수와 타자가 서로 매섭게 노려보며 최후의 공 하나로 승부를 내려는 찰나에도 발랄한 댄스 음악이 쿵쾅쿵쾅 흘러나오는 것이 꽤 귀에 거슬리더라구요. 

(이에 비해 축구는 응원이 터져나오는 순간이 비교적 명확합니다)


'신나는 응원도 좋지만 야구와 같은 턴(turn) 방식의 경기에선 시와 때를 좀 가렸으면...침묵과 집중도 때로는 크나 큰 응원의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걸 왜 모를까.'


며칠 전 NPB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경기와 KBO리그의 경기를 모바일 중계로 지켜보며 이러한 생각이 계속 머릿 속에 맴돌았습니다. 


Check and Balance.


야구장을 찾는 팬들 모두가 마냥 응원 문화(양념)만(!)을 즐기러 오는 것은 아니니까 이제는 조금씩 본질(육질)에도 초점을 맞췄으면 합니다.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한가요?


*영상출처 : 인터티비(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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