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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단 매각설에 대한 단상

by 김경민


프로야구단 매각설에 대한 단상


요 근래 야구 관련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군 주제 중 하나는 바로 '모 구단이 뜬금없이 매각되어 새로운 구단명으로 2025 시즌을 맞이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도 이와 관련하여 지인 분들의 문의 연락을 수 차례 접했기에 나름대로 안테나를 높이 세워 정보 수집에 나섰으나 특별한 것을 잡아내지는 못했습니다.


다만, 사실 여부를 떠나 1,088만 관객이라는 프로스포츠 역사 상 유례 없는 성과를 기록했음에도 새로운 주인을 찾는 매물 대상으로 취급되고 있다는 현실에 다소 간의 서글픔(?)을 느끼긴 했습니다.


지난 2021년 1월, SK와이번스의 깜짝 매각 소식은 야구계를 송두리째 뒤흔들었습니다. 이들은 삼성라이온즈, 두산베어스와 더불어 2000년대를 상징하는 최강팀이었을 뿐만아니라 불과 2시즌 전 우승팀이었기에 그 충격은 더더욱 컸습니다.


훗날 듣기론 SK그룹 최태원 회장님께서 구단 매각을 결심하신 뒤 측근에게 이런 말씀을 남기셨다고 하더군요.


'나는 야구를 좋아한다. 하지만 내가 야구를 좋아하는 것과 SK그룹에 야구단이 필요한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위의 내용을 전해듣고 경영인으로서의 최 회장님의 냉철한 가치 판단에 탄복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적어도 이 분께서는 프로야구단을 구단주의 애완용(pet sports)이(가) 아닌 주주와 고객들의 필요와 요구에 부합되는 가치를 생산해내야 할 주체로 인식하고 계셨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프로야구단의 존재 의의는 무엇일까요?


혹자는 프로야구단이 모기업의 홍보 수단으로 기능하며 이를 통해 막대한 무형의 가치를 생산해낼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야구장에 모인 수 많은 관중들이 목청껏 모기업의 브랜드를 외쳐주는 것 만으로도 어마어마한 홍보 효과를 거두는 것이라면서 말이죠.


하지만, 최근 크게 부침을 겪고 있는 B2C 중심 대기업인 롯데그룹(롯데자이언츠 보유)과 NC소프트(NC다이노스 보유)를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습니다. 실상 이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어마어마한 홍보 효과로 과대 포장된 까닭에 조금은 허망하기까지도 한 무형의 가치보단 안정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든든한 실체, 즉 재원의 확보일테니까요.


따라서 프로야구단은 회장님의 위세를 뽐내기 위한 수단이나 장난감(pet sports)이 아니라 탄탄한 자체 사업들을 바탕으로 재정 건전성 확보에 직접 기여를 하거나 혹은 모기업 및 계열사에서 취급하고 있는 상품과 서비스가 보다 더 원활하게 판매될 수 있도록 간접 기여를 하는 촉매, 즉 뚜렷한 목적 하에 운영되는 '비즈니스모델'로 존재해야만 합니다.


예기치 않았던 유행(trend)이 선사한 1,088만 명이라는 관중 덕분에 모처럼 재무제표에는 검은색 숫자(흑자, 黑字)를 기입할 수 있겠지만, 모기업의 지원성 자금을 제외할 경우 일부 구단들은 붉은색 숫자(적자, 赤字)를 대신 기입하게 될 지도 모를 일입니다. 이는 현재의 관객 수가 사실 상 정점 수준 임을 감안하면 차갑게 식은 땀이 등골을 오싹하게 만드는 일이기도 합니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리그에 짙게 드리워진 존재 의의(Why, 왜 프로야구단을 운영하는가?)의 부재, 현실 안주, 관습과 관성, 고정관념이라는 그림자를 새로운 도전과 혁신, 그리고 변화를 통해 속히 걷어내지 않는다면 현재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프로야구단 매각설은 풍문에 그치지 않고 분명한 실체로서 그 모습을 드러내게 될 것입니다.


급변하는 경영 환경 속에서 그룹의 존속, 성장, 발전에 대한 회장님의 고민이 깊어지면 깊어질 수록 이러한 추세에 가속도가 붙을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고 했습니다.


괄목상대, 일신우일신 할 KBO리그와 10개 구단의 모습을 기대해봅니다.


- 스포비즈가이드 김경민 대표 컨설턴트 -

현. K리그 팬프렌들리클럽상/사랑나눔상 심사위원

전. 롯데자이언츠 프로야구단 마케팅팀장

전. OK금융그룹 프로배구단 마케팅팀장

전. OK금융그룹 프로골프단 마케팅팀장

전. 한국프로스포츠협회 공통사업TF 및 교육담당

전. 4DREPLAY Korea Business Division Manager

전. 한국핸드볼연맹 사업본부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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