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만의 적자, 야구단 해체하라"... 뿔난 엔씨소프트 주주들 (2025년 2월 13일, 조선일보 기사 제목)
엔씨소프트는 온라인 게임의 개발 및 서비스 제공을 포함한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관련 인터넷 사업 등을 목적으로 1997년 3월에 설립한 기업으로 지난 2000년 기업공개(IPO)에 성공한 이후 현재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되어 있는 주식회사입니다.
주식회사는 자사의 상품과 서비스 등의 성공적 판매를 통해 이윤을 창출하고 이를 재투자와 배당의 재원으로 활용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주주(Stock Holder)들의 부(Wealth)의 극대화를 이루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참고로 이들이 행하는 사회공헌활동(CSR)은 위의 목표를 보다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전략적 수단인 경우가 대다수로 이러한 활동이 주식회사의 목표에 우선하거나 혹은 주식회사의 본질이 될 수는 없습니다)
신규 투자자들이 상장사의 주식을 매입하여 주주가 되고자 하는 이유는 보통 아래의 두 가지 입니다.
1) 주가 상승으로 얻는 시세 차익 (*주가=기업가치평가의 바로미터)
2) 배당금 수익
이러한 배경에서 살펴볼 때 26년 만에 기록한 거대한 규모의 적자(영업손실 1,092억 원)와 불투명한 미래 성장성 등으로 인한 기업 가치의 하락은 돈을 잃은 주주들의 분노를 충분히 자아내고도 남음이 있어 보입니다.
(*최고가 대비 1/6토막난 주가 (104만 8,000원→17만 2,900원(2025년 2월 14일 기준)), 사우디 빈 살만 왕세자를 포함한 주주의 98%가 손실 기록 중)
악화된 손익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수익은 늘리고 비용은 줄여야 합니다.
수익은 회사가 만들어내는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고객 반응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니 시간을 들여 지켜볼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비용은 효율의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는 것이기에 주주들은 우선 행여나 불필요한 비용(=주가 상승과 배당금 지급에 도움이 안되는)이 집행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눈에 불을 켜고 살피게 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눈에 들어온 것이 바로 엔씨소프트가 매년 상당히 큰 규모로 지원하는 엔씨다이노스(NC DINOS)라는 프로야구단의 존재입니다.
엔씨다이노스는 프로야구단 흥행사업, 운동레저사업, 부동산 및 경기시설 임대사업, 운동기구 및 일용잡화 판매사업, 그리고 광고선전 및 홍보사업을 주목적사업으로 하는 기업입니다. 발행 주식(800,000주)의 100%는 모기업인 엔씨소프트가 보유하고 있습니다.
기업공개만 되지 않았을 뿐 엔씨다이노스 또한 모기업과 마찬가지로 엄연한 주식회사이기에 스스로 생산해내는 유, 무형의 상품과 서비스 등의 성공적 판매와 이윤 창출로 주주인 엔씨소프트, 다시 말해 엔씨소프트 주주들의 부의 극대화에 실질적인 기여를 해야 합니다(1차 목표).
이것이 당장 넘기 힘든 허들이라면 주주인 엔씨소프트의 상품과 서비스가 보다 원활하게 판매될 수 있도록 홍보 및 판촉 등 실체적 조력이라도 해내야 합니다(2차 목표).
그러나, KBO리그 1천 만 관중 몰이의 시대에도 이들 엔씨다이노스 프로야구단의 존재와 지금까지 일궈 낸 성과가 위에 언급된 1차 목표는 커녕 2차 목표조차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고 엔씨소프트 주주들은 판단*하고 있기에 과거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야구단의 해체를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엔씨다이노스의 존재가 엔씨소프트의 기업가치 제고, 주가 부양 및 배당금 지급 등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 즉, 야구단 운영 및 지원금 지출은 납득하기 힘든 불필요한 비용의 집행)
혹자는 프로야구단이 지역사회에 미치는 선한 영향력의 가치 등을 높게 평가해야한다고 주장합니다.
물론 프로농구단과 프로배구단처럼 구단이 주식회사가 아니라 모기업의 여러 부서들 중 하나로서 존재하며 주어진 예산 범위 내에서 한정된 역할(모기업의 존재감 부각, 오너의 Pet Sports 등)을 수행하기만 하면 되는 경우라면 다른 무엇보다 스포츠가 중심이 된 선한 영향력의 가치를 우선 논하고 혹은 그것을 최종 목표로 삼는다고 하더라도 크게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존재의 이유와 목표가 너무나도 뚜렷하고도 확실한 주식회사는 사정이 다릅니다.
주식회사에서 이윤의 창출을 통한 주주들의 부의 극대화는 다른 무엇보다 최우선시됩니다. 사회공헌활동을 통한 선한 영향력의 행사 등은 궁극적으로 기업 이미지와 가치 제고를 통한 이윤의 창출에 직접적으로 긍정 영향을 미칠 수 있어야 합니다.
만약 전략적으로 이러한 활동을 이행 했음에도 주가가 부양되지 않는다면 이를 낭비라고 생각하는 주주들은 분명 목소리를 높일 것입니다. 스포츠의 가치에 대한 인식은 저마다 다르니까요.
KBO리그는 독특한(=기형적인) 산업입니다.
참여하는 10개 회원사 모두가 주식회사이되 주식회사로서 주주들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이행하려 들기보다는 지배주주(주로 모기업 회장님)의 선의에 기대어 손익에 대한 걱정은 접어둔 채 한정적 역할 수행(지배주주를 위한 Pet Sports 외)에 안주하고 있습니다.
물론 참담했던 과거와 비교하면 현재의 모습에서 진일보의 흔적을 발견하기도 합니다만 여전히 가야할 길은 첩첩산중 속이고 이번 엔씨소프트와 엔씨다이노스의 경우처럼 경쟁력 있는 주식회사로서의 존재감을 제대로 부각시키지 못한다면 구단의 존속은 향후 본격적으로 위협 받을 개연성이 있습니다.
아래 이미지들은 제가 운영하고 있는 프로스포츠 비즈니스 아카데미 매 기수 1주차 때 수강생들을 대상으로 지도를 하는 내용 중 일부입니다.
해당 자료는 본문에서 논하고 있는 모든 문제들이 과거의 위용을 잃어가고 있는 일부 대기업들의 산하 구단들(S구단, L구단 외)에서도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또한 제가 자나깨나 '한국형 프로스포츠 비즈니스 모델'의 정립으로 언제 발생하게될지 모를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1,088만 관객 동원이라는 전례 없던 흥행을 기록했던 지난 2024시즌 KBO리그.
오는 3월, 각 구단의 결산이 끝나고 4월 초 즈음에 감사보고서가 올라오는대로 이를 찬찬히 뜯어보며 프로야구단의 향후 사업성에 대해 가늠해보겠습니다.
부디 당기순이익이 모기업의 지원금 수준을 상회하길...
김경민
- 단국대학교 스포츠과학대학 스포츠경영학과 겸임교수
- 스포비즈가이드 대표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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