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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처럼 즐기되, 스포츠로 남아야한다 - 프로야구의 미래

by 김경민

"쇼처럼 즐기되, 스포츠로 남아야 한다. 올스타전은 그 경계에서 프로야구의 미래를 묻는다."


2025 KBO 올스타전 관람 후기.


감사하게도 KBO 사무총장님께서 본 행사에 초대를 해주셔서 올스타전이 개최된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를 찾았습니다.


작렬하는 태양과 그로 인한 더위로 인해 행사 부스(대전 한밭 야구장에 별도로 세팅되었음)를 찾은 KBO리그 팬들이 어려움을 겪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습도가 상대적으로 낮아 다들 견딜만 해 보였습니다. 여기에 더해, KBO리그 사무국에서 별도로 준비한 더위 쉼터는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늘막+에어컨+선풍기+얼음).


2025 KBO 올스타전은 현장의 모두가 '야구를 콘셉트 삼아' 각자의 끼와 흥을 가감 없이 발산하는 거대한 규모의 '엔터테인먼트 중심 문화행사'였습니다.


미국이나 일본처럼 야구 최고수들의 진검 승부(스포츠 본질 중심)를(을) 기대했던 전통적인 야구팬들의 입장에선 아쉬울 법도 합니다만, 근래 폭발적인 리그 흥행을 주도하고 있는 일부 20~30 여성팬들과 MZ세대들의 취향 만큼은 제대로 저격하고 있었습니다.


해외 리그의 경우 '야구 실력'이 스타 선수라는 영예를 안기는 핵심 요소로 작용합니만, KBO리그는 다른 복합적인 요소들이 영향을 미치고 있음이 분명해 보였습니다. 주지 하시다시피 팬 투표 중심으로 선정된 이들 올스타 선수들 모두가 리그 내 야구 최고수는 아니니까 말이죠.


창공을 힘차게 가로지른 블랙 이글스의 축하 비행과 함께 성대하게 시작된 KBO 올스타전.


하지만, 제 관심의 초점은 선수들의 끼와 흥 발산 보다는 현장을 만끽하고 있는 팬들의 행태와 신 구장의 각종 시설물(광고물 포함)에 있었습니다. 이에 경기 내내 쉼 없이 한화생명 볼파크 이 곳 저 곳을 누비고 다녔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특징적인 점은 경기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음에도 상당 수의 팬들이 이에 몰입하는 대신 장 내 콩코스를 오가며 각종 부대 시설(굿즈 샵, 휴식 장소, 매점 등) 이용에 여념이 없었다는 사실입니다.


턴(Turn) 방식으로 진행되는 야구 경기의 특징 때문일까요? 아니면 이들이 전통적인 야구팬들과는 달리, 경기 내용보다는 현장의 열띤 분위기 그 자체를 즐기는데 보다 더 큰 가치를 두고 있기 때문일까요?


오늘날 현장을 찾는 야구팬들에게는 공급자의 주관이 가득 담긴 완성된 요리를 강제하기 보다는, 건강한 식재료를 내어 준 뒤 이를 적절한 가이드 내에서 자유롭게 조리하도록 돕는 방식이 보다 더 유효함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프로스포츠 비즈니스 전문가이자 교육자가 아닌, 오랜 시간 숙성된 야구팬으로서의 제 마음 속 한 켠에는 리그 내 최고수들이 예리하게 날을 번뜩이며 진지하게 자웅을 겨루는 경기를 지켜보고 싶다는 열망이 샘 솟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프로야구 산업은 야구라는 스포츠를 매개로 하여 전개되는 비즈니스입니다. 여기에 참가 중인 선수들은 특정 영역의 전문가로서 스포츠의 형태를 지닌 '노동'에 임하며 이에 대한 대가로 연봉을 받습니다. 구단 관계자들은 선수들이 만들어내는 핵심 콘텐츠를 기반으로 하여 B2B, B2C 부문의 파생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낸 뒤 이를 판매하여 수익을 취합니다. 이러한 비즈니스가 전개되는 중심 장소가 공공시설인 '야구장'이기에 이를 전용하는 구단은 반대 급부로써 '여가 선용의 장' 제공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를 위한 사회공헌활동에도 성심성의껏 나서야 합니다.


이러한 비즈니스는 활성화를 위해 '엔터테인먼트 중심' 쪽으로도 방향을 잡을 수 있고, '스포츠 중심' 쪽으로도 방향을 잡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비즈니스의 영속(본질 저변 확대 포함)을 고려한다면 이들 둘 간의 조화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따라서 KBO 올스타전은 이러한 조화를 실험하는 축제의 장이자, 팬들과 리그가 함께 미래를 상상해볼 수 있는 창의적 플랫폼이 되어야 합니다.


흥미와 유희를 통해 팬 저변을 넓히는 시도는 충분히 환영할 만합니다. 다만, 그 기저에는 프로스포츠가 지닌 본질적 매력인 ‘진정성 있는 경쟁’과 ‘최고를 향한 노력’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어야만 합니다.


엔터테인먼트로 확장된 야구는 더 많은 이들의 주목을 사로잡을 수도 있겠지만, 결국 이들을 리그에 오래 머무르게 만드는 힘은 ‘스포츠로서의 야구’가 지닌 정수일 것입니다.


2025 KBO 올스타전은 그 균형의 갈림길에서 우리에게 다시 한 번 질문을 던졌습니다.


"우리는 프로야구 산업을, 어떤 방식으로, 누구와 함께 만들어 갈 것인가."


단국대학교 스포츠경영학과 겸임교수 김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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