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한국 프로야구의 응원문화, 그 차이와 진화의 방향.
어제 오후, 스포츠 뉴스 기사를 살펴보던 중 포털 사이트 한쪽에 자리한 일본 프로야구 중계 스코어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월요일에 낮 경기를?’
의아한 마음에 확인해 보니, 일본은 공휴일이더군요.
내친김에 NPB 최고의 라이벌전,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한신 타이거즈의 경기를 잠시 지켜보게 됐습니다.
한신이 5-1로 앞서던 경기는 1루수의 홈 송구 실책과 구원 투수의 3점 홈런 허용으로 순식간에 동점이 되었고, 결국 요미우리가 6-5로 역전승을 거뒀습니다. 이런 흐름은 한국 프로야구에서도 자주 볼 수 있죠. ^^
역시 야구는 세계 공통의 드라마를 품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경기보다 더 눈에 띄었던 건 일본 특유의 응원 문화였습니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응원단,
관악기와 타악기, 메가폰과 육성으로 이어지는 응원 구성,
선수 이름과 격문이 새겨진 깃발과 유니폼,
관중석 전체가 하나의 군대처럼 움직이는 풍경은 종교적 의식 혹은 전쟁터를 연상시켰습니다.
이러한 응원 방식은 ‘팀과 내가 하나’라는 공동체적 정체성을 강화시킵니다. 팬들은 단순히 ‘응원하는 사람’이 아니라, 팀의 일원으로서 경기에 참여하고 있다는 소속감을 강렬히 느끼게 됩니다. 실제로 NPB 사무국도 각 팀의 고유한 응원 문화를 브랜드 자산처럼 홍보에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 프로야구의 응원 문화는 놀이형으로 진화 중입니다.
치어리더 중심의 댄스 퍼포먼스, 쉼 없이 흐르는 EDM, 장내 LED 조명쇼 등은 마치 클럽에 온 듯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관중들은 자신의 취향에 맞춰 자유롭고도 유연하게 반응합니다.
최근에는 특정 팀을 응원하지 않더라도 ‘그냥 재미있을 것 같아서’ 경기장을 찾는 관객도 부쩍 늘고 있고, 일부 2030세대는 야구장을 “도파민 터지는 놀이터”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양국 프로야구 리그의 응원 문화는 각기 다른 사회적 욕구와 팬의 역할 인식에서 출발합니다.
NPB는 레거시와 팀 로열티에 뿌리를 두고 있고, KBO리그는 유입 장벽을 낮춰 더 많은 이들이 '야구를 즐기게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더 바람직한 응원 문화일까요?
궁극적으로는 조직성과 자율성, 몰입과 개방이 균형을 이루는 방향에서 응원 문화의 지속 가능성이 형성될 것이라 봅니다.
'함께하는 승리'와 '즐기는 야구', 그 두 축이 공존하는 프로야구 현장, 그것이 우리가 지향해야 할 이상적인 팬 경험이 아닐까요?
- 단국대학교 스포츠경영학과 겸임교수 김경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