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집단 편애라는 키워드로 들여다 본 KBO리그 1,000만 관중 시대
야구장을 찾는 2030, 그들이 진짜 원하는 건 ‘소속감’이다
요 근래 KBO리그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변화는 2030세대의 가시적 유입 흐름입니다.
전국 각지에 산재해 있는 어느 야구장을 찾더라도 유니폼을 맞춰 입은 이들 세대들이 삼삼오오 무리지어 앉아 목이 터져라 함성을 지르고 응원가를 부르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폭염은 장애 요소가 되지 않습니다.
오픈 런을 불사하며 굿즈 매장 앞에 길게 줄을 서는 것도 이제는 일상다반사가 되었습니다.
한 때 이러한 행태를 SNS가 촉발시킨 일시적 유행이라 생각했던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생각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저는 이를 오늘날 우리나라 청년세대의 심리적 욕구와 문화적 동향을 고스란히 반영하는 일종의 현상이라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사회심리학 용어인 '내집단 편애(in-group favoritism, 또는 내집단 편향)'라는 키워드로 해석하고자 합니다.
내집단 편애는 자신이 속한 집단에 더 큰 애정과 긍정적 평가를 부여하고, 외부 집단과의 차별성을 강화하는 심리적 경향입니다.
우리가 흔히 거론하는 팬덤은 내집단 편애의 대표적 사례입니다.
유니폼은 단순한 응원 아이템이 아니라, '나'와 '우리팀' 사이의 연결 고리이자, 나와 연계되어 있는 사람들에게 내 정체성을 선언하는 일종의 상징물로 기능합니다.
특정 팀의 유니폼을 입고 야구장을 찾는 것은 단순한 관람을 넘어, 그 내집단의 구성원이자 일원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공고히 하고, 나와 동일한 복색의 다른 이들을 보며 이를 다시 강화시키는 적극적 행위입니다.
이러한 까닭에 저렴한 레플리카보다 선수용과 동일한 비싼 어센틱 유니폼이 불티나게 팔려 나가고 있습니다.
이들 2030세대는 회사(조직) 뿐만 아니라 학교나 지역 등 기존의 소속 기반이 앞선 세대들에 비해 약화된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취업난과 불안정한 고용, 그리고 불확실한 미래 등은 이들에게 보편적 심리 경향인 소속감에 대한 더욱 강력한 욕망을 불러 일으킵니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 속에서 자신이 응원하는 야구팀은 내가 의지하고 정착할 수 있는 '내집단'이자 공동체로 인식됩니다.
나와 동일한 취향을 공유하는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며 함성을 지르고, 응원가를 부르고 율동 등을 하는 경험은 이들 2030세대에게 심리적 위안과 안정감을 제공합니다.
특히 디지털 네이티브로 자라난 이들 세대는 SNS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입체적으로 구성하고 표현하는데도 익숙합니다.
야구장을 처음 찾게 된 계기는 천차만별일지라도, 경기장을 배경으로 유니폼을 입은 인증 샷을 남기고 수집해 놓은 굿즈를 소개하는 등 자신이 속한 '내집단'의 긍정적 이미지를 SNS를 통해 한껏 끌어올리려는 행위들은 '내가 어떤 팀의 팬인지', 그리고 '나는 어떤 내집단에 속해 있는지'를 선언하는 일종의 자기고양적 퍼포먼스입니다.
각 구단들은 이러한 팬들의 행태에 촉각을 기울이며, '경험 기반의 정체성 소비'를 축으로 삼아 비즈니스 생태계를 더욱 가열차게 진화시켜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어쩌면 스타 선수의 존재와 만족스러운 경기 결과를 뛰어 넘어 '팬들의 마음 속 해결하고 싶은 문제(pain point)를 이해하는 것'이 더 핵심적인 요소가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1,200만 관중을 바라보는 시대.
야구팬이 늘었다는 사실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러한 팬들이 '왜' 야구장이라는 공간을 앞다투어 찾게됐는지에 대한 이해입니다.
저는 그 이유를 인간이 지닌 보편적 심리 현상인 '소속되고 싶다'는 마음에서 찾고자 합니다.
오늘날 KBO리그와 10개 구단들은 어쩌면 이들 2030세대에게 있어 스포츠의 차원을 넘어, 자신이 살아있음을 재확인시켜주고 자존감 또한 높여주는, 다시 말해 소속되고 싶은 강렬한 욕구를 느끼게 하는 또 하나의 '내집단'일 것입니다.
(첨언)
저는 학부 시절 연고전에 열심히 참여하며 위의 내집단 편애를 강렬하게 경험했습니다. 오늘날 야구 응원문화는 이것과 상당히 닮아 있습니다.
(과거 롯데자이언츠 재직 시절, 이러한 사유로 응원단 담당자에게 모교와 경쟁 학교의 응원가를 차용해서 구단 응원가와 율동을 만들라고 지침을 내린 바 있습니다)
-단국대학교 스포츠경영학과 겸임교수 김경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