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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희정 Dec 19. 2023

무조건 착신전환?

인터폰에 '무조건 착신전환'이 갑자기 나타났다.

'어떻게 하면 원래 위치로 돌릴 수 있을까?'로 고민이 계속된 지난주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기기 활용 매뉴얼에 적힌 내용으로는 '수화기를 든 상태에서 *1을 누르면 된다'라는데, 

여러 번 해봤지만 그대로다.


마침 컴퓨터 유지 보수 업체 사장님이 오셨기에 도움을 청했다.

물론 컴퓨터 유지 보수 영역이 아님을 알았다. 


그래서 죄송한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부탁드렸다.

여기저기 많은 곳을 다니시니 유사한 경험도 있을 거라 기대했다.


아뿔싸, 이런 증상이 처음 본 광경인가 보다!


나처럼 매뉴얼에 나온 내용을 보고 버튼을 이것저것 눌러보다가 어디론가 전화를 하신다.

인터넷 전화 설치 업체인듯하다.


통화하면서, 사진의 중앙부 빨간 줄이 있는 원 모양 부분을 잡아 돌리자, 

문제의 무조건 착신전환이 없어졌다.




이렇게 쉽게 해결하다니, 맥가이버 같은 분이다.

감사하다는 말씀을 여러 번 드렸다.

역시 아무나 장비 유지 보수 업계에 종사하는 것이 아니다.


그분은 장애 증상에 대하여 여러 방법을 시도해 보고(나는 여기까지만 함), 

물어볼 곳을 생각해 냈다. 


즉 또 다른 검색 능력을 발휘하셨다.

정보화, 인터넷, 스마트폰 시대에 요구되는 능력을 결정적으로 보여주었다.


나는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몇 날이고 용을 썼지만 

결과적으로 스트레스만 쌓였다.


다양한 정보를 탐색하고 통합하면서 문제를 해결해 가는 맥가이버 같은 능력자들이 부러울 따름이다.

역시 나는 멀었다. 


오랜 기간 교육청을 중심으로 다지고 길러 온 교육행정력, 

나만의 전문성이고, 무기이며, 기술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행정이란 것은 공직을 물러나면, 

어떤 곳에도 쓸모가 없다. 


다시 말해 향후 잔존 가치가 전혀 없다.

슬픈 나의 현실이다.


그래서 최근에 건설안전기사와 식물보호 기사 자격을 취득했다. 

또한 내년도 상반기 자격시험 합격을 목표로 건축설비기사도 공부 중이다.


이렇게 노력하는 이유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전문성과 검색 능력을 갖춘 기술자가 되고 싶기 때문이다.

또한, 일을 하고 싶은데 능력이나 자격이 없어 일을 못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더 나아가서는 말로만 걱정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도 않다.


그러나 사소한 인터폰 사건을 통해 돌아본 나의 모습에서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의지만으로는 역부족이란 생각이다. 좀 더 많은 분야에서 지식과 경험을 축적하면서, 관찰력과 사고력의 확장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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