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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희정 Oct 29. 2024

[행정실장의 관점 3]

친절한 철봉 씨!

가을이 

성큼 다가섰다. 


바람이 시원하고

그림자도 길게 늘어진 오후


휴식 삼아

운동장 한 편의 철봉 주변을 배회한다.


이유는?

턱걸이를 하려는 것이다. 


딱 한 개를 해낸 기쁨의 탄성을 누린 기억이

일 년도 안 된다. 


오늘은 열 개씩 다섯 번의 턱걸이를 완성하고

벤치에 앉아 계절을 만끽하는 중이다.


무엇이건 처음이 어려울 뿐임을

또 한 번 상기한다. 


일도, 책도 좋지만

이 좋은 계절에 따사로운 햇살과 함께 운동을 즐기는 맛은 마시멜로 못지않다.



여름에는 더위를 피해 주로 저녁 시간에 철봉에 매달렸다.


요즘 기온은 15도 내외, 

웬만큼 운동 강도를 높여도 땀이 나지 않는다.


철 따라 숲의 색깔이 바뀌듯,

운동에 대한 생각도 조금씩 바뀐다.



등산


2010년 전후에 백두대간 길을 완주했으며, 

2019년 다시 도전하다가 3분의 2쯤에서 중단했다.


지리산 화대, 성중 등 무박 종주 7회, 

내장산과 백양산 환 종주, 서울 5산 종주, 육구 종주 등 다양한 장거리 산행

낙동정맥과 호남정맥 길 등의 산행을 즐겼다.


관악산과 북한산은 수십 회,

무의도 호룡곡산과 국사봉 등은 5년 동안 연간 40회 왕복 산행

영종도 백운산은 수백 회를 올랐다.


지금도 꾸준히 산행을 하지만, 대부분 영종을 벗어나지 않는다.

즉, 무박 장거리 산행이나 유명 산행지를 찾지 않는다.



자전거


청라역에서 남춘천역까지 편도 160km 7회,

송도 1교에서 제부도까지 왕복 120km 7회,

영종도 환주 수십 회 등을 즐겼다.


2019년에는 영종하늘도시에서 을왕리 교직원 수련원까지 왕복 56km를

거의 1년간 자전거로 출퇴근했다.


트랭글 기준 누적거리 1만 km를 달성한 이후,

거의 타지 않고 있다.



마라톤


2019년 이전까지 풀코스 3회, 하프 30번 정도를 완주했다.

주말이면, 영종하늘도시 외곽 길 13km를 심심풀이 삼아 뛰어다녔다.


인천대교 마라톤, 강화해변 마라톤, 춘천 조선일보 마라톤에서

42.195km를 4시간 30분쯤에서 완주했다.


풀코스를 마지막으로 뛴 것은 2009년이다.

어찌나 힘들던지, 다시는 풀코스를 하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아직도 실천 중이다.


이후에는 하프 코스 만을 뛰었고,

마지막 대회 출전은 방송대 재학 중, 학생회의 행사 참여 차원에서 뛰었다.


그러나, 그 대회는 악몽 그 자체였다.


기록도 이전보다 30분 이상 더 걸린 두 시간 삼십 분대였고, 

온몸이 휘청거렸고, '금세 쓰러질지 모르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부터는 다시 뛸 생각을 할 수조차 없었다.

2020년 1월 초부터 고혈압, 고지혈, 당뇨 진단과 약 복용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등산, 자전거, 마라톤 등을 이처럼 거창하게 즐긴 세월이 30년 가깝다.

아이러니하게도 20대 후반까지는 운동 자체를 좋아하지 않았고, 전혀 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결혼, 자녀 출생과 직장 생활 등이 이어지면서

내가 쓰러지면, 우리 가족이 결딴나겠다는 걱정에, 순전히 의무감 차원에서 운동장 조깅을 시작했는데, 

머지않아 운동 마니아가 되었다.



맨발 걷기


작년 7월 초부터 운동장에서 맨발 걷기를 시작했다.

지인이 초대한 맨발 걷기 운동 본부 단톡 글을 읽다가, 호기심 차원에서 접근했다.


그러나, 맨발 걷기의 효과를 직접 체험하면서

점차 빠져들게 되었다.


우선, 잠이 잘 온다.


고혈압 등의 혈류 건강 개선에도 추천할 수 있다.

당뇨 등 약물 복용은 계속되고 있지만, 혈압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당뇨에 대한 걱정은 지속 중이라서

향후 맨발 걷기를 좀 더 체계적으로 실행해 볼 생각이다.


처음 두 달은 운동장에서만 걸었고,

이후에는 백운산 정상까지 맨발로 다녀왔다.


영종하늘도시 집 주변의 박석공원 흙 길에 대한 촉감이 얼마나 매력적이든지

야심한 밤 열 시를 넘어서도 소나무 숲길을 다녔다.


금년 5월에는 지리산 자락 뱀사골에 나 혼자 휴가를 다녀오면서

반야봉까지 맨발 걷기를 단행했다.


하산 길에 만난 곰으로 당황하여 무르팍 등 여기저기에 부상을 당했지만, 

평생 기억에 남을 추억을 만들었다.



최근의 턱걸이


가만히 서 있는 철봉이 친절하게 느껴진다.

백운산 용궁사 옆 등산로 중간에 철봉이 있다.

수 백 번을 지나면서 그간은 단 한 번도 매달릴 생각을 못 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철봉에 매달리는데 주저함이 없다.


오늘도 무려 50개의 턱걸이를 했지만,

마음이 즐겁다.


나이에 맞는 운동이란 이런 것인가 싶다.

유산소 운동보다도 근력 운동을 해야 할 때라는 생각 때문이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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