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가 가져야 할 소양에 대
체육관의 대형 전광판 설치와 배구 코트 수선 공사, 보일러 배관 동파 공사 등등
두어 달 사이에 숨 가쁘게 지나간 일이다.
무려 98명의 교직원이 38학급 1080명의 학생에 대해 교육 활동을 펼치는 곳이니
다양한 사건사고가 이상하지는 않다.
여러 생각이 교차한다.
'공무원인 나는 어떤 생각으로 업무를 대하는가?'
어제는 유리창 교체를 다섯 장이나 한다길래 원인이 무엇이냐 물었더니, 자연 파손분이라 한다.
'엉? 다섯 장이나?', 전문가에게 알아보니, 자연 파손은 유리창 철분 함량에 따라 1만 분의 1 또는 1천 분의 1에 불과했다.
앞서 언급한 전광판과 바닥 수선은 졸업식 등 학사 일정을 치르기 위해 시급했다.
전입 오기 전 인사발령이 나자마자, 전임 실장이 득달같이 전화했다.
"체육관 공사는 2월 초 졸업식에 활용해야 하므로 신속하게 추진해야 합니다. 준비는 다 해 놓겠습니다."
덩달아 조급한 마음이 들었다.
첫 출근 일부터 현안 처리를 위해 움직였다.
전광판 설치 업체를 만났고, 체육관 바닥공사(배구 코트)를 위한 현안사업비를 즉시 신청했다.
한 주 정도가 지나면서, 현안사업비 신청 건이 마음에 걸렸다.
인수인계를 받은 대로 최대 금액 5천만 원을 신청했기 때문이다.
월요일 아침, 체육관에서 교체할 바닥을 살폈다.
확인 결과, 배구 코트를 제외한 농구장 등은 멀쩡했다.
그래서 방학 중이지만 체육과 부장님을 나오시게 해서 설명을 들었다.
"농구장 바닥은 교체를 요구한 적이 없습니다."
시설을 관리하는 주무관님 의견도 확인했다.
"교체 부분은 잘 모릅니다. 학생과 교직원 의견을 수렴해서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업체 관계자 답변은 충격이다.
"견적은 예산에 맞추라는 학교의 요청대로 제출했을 뿐입니다."
최종적으로 요구 면적의 3분의 1 정도면 충분하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러나 상황 보고와 처리가 큰 부담이었다.
결정된 내용으로 추진될 것이라 여긴 기관장은 해외여행 중이며,
직접 신청한 공문을 정정한다고 하면, 본청 담당 부서는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1월 1일 이후 벌어진 행정에 대한 책임자는 바로 나다.'
이렇게 정리하면서, 일사천리로 수습했다.
우선, 기관장에게는 휴대폰을 이용하여 사진과 문자로 상황을 설명드렸다.
담당자도 설득했다.
"예산 신청 후, 교육청은 현장 답사할 것이며, 학교에서 멀쩡한 부분을 교체한다고 하면, 당연히 의문을 제기할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이라도 정정해야 합니다."
담당자는 항변했다.
이용자 등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여 공문을 생산했노란다.
본청 담당자와 유선으로 협의했다.
"신청 예산을 감액하고 싶습니다. 이유는 공사 면적을 줄일 수 있어서입니다. 어떻게 할까요?"
그가 방법을 알려주었다.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수정 공문을 보내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교육지원청의 현장 확인 시 수정 의견을 반영하는 것입니다."
며칠 후, 두 번째의 방법을 통하여 처리됐다.
1월 내내 강력한 한파가 이어졌다.
방학이라 급식을 하지 않아 급식소에 방문할 일이 거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보일러실 배관이 얼었고, 마침내 부풀어 터져 버린 사실이 발견되었다.
수많은 관계자가 있었지만, 누구도 인지하지 못한 채 며칠이 지났다.
뒤늦은 발견으로 수백만 원의 대가를 지불하고 원상 복구했다.
투입된 비용은 재난 보험을 통해 회수할 예정이다.
그러나, 아쉬움이 크다.
주인으로서 조금만 관심을 더 가졌더라면, 예방 가능한 일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공직자는 소속 기관에 대한 주인 의식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솔선 수범할 수 있고, 주어진 업무를 원활하게 처리할 수 있다.
직급이나 직렬에 관계없이 누구든지 공공기관 종사자라면, 주인으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
스쳐가는 나그네나, 어쩌다 방문하는 손님 같은 자세로는 공공기관의 안녕을 약속할 수 없다.
순간의 오판은 언제든 세금 낭비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