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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윈드 Oct 21. 2022

병꽃의 낮과 밤 그리고 발레 지젤

분홍빛이 알록달록한 병꽃은 이제 절정인가 봅니다. 오랫동안 피어있어 이 봄을 더욱 화사하게 만드는군요. 햇살이 멀리서 다가오는 이른 아침에 피어나는 꽃들이 산뜻합니다. 초록 잎이 가득한 긴 가지는 산들바람에 가볍게 흔들거리는데 꽃들은 줄 을지어 피어나네요. 사뿐히 걸어 내려오는 듯도 하고 춤을 추는 듯도 합니다.     

붉은 꽃봉오리들이 피어있는 꽃을 바라보고 있네요. 이제 그녀들도 곧 피어나겠지요. 초록 잎과 분홍 꽃들이 가득한 정원에는 점점 향기가 퍼져갑니다. 바람마저 향긋해지네요. 낮게 늘어진 가지에서도 분홍의 미소가 피어오르니 땅에서도 향기가 솟아오르는 듯합니다. 그런데 초록의 치마를 살짝 끌어올리며 사뿐하게 걸어보려나 봅니다. 살짝 돌아서기도 하면서요. 그런 그녀들의 우아한 동작을 한동안 바라보게 됩니다.      


함박웃음을 웃으며 피어나기도 합니다. 그녀의 웃음에 산책자의 마음도 밝아집니다. 그녀들은 산들바람의 리듬에 맞추어 손에 손을 잡고 춤을 춥니다. 같이 손을 잡고 춤추고 싶어 지네요. 옆가지에 모여 피어있는 꽃들과 함께 군무를 추는 듯도 합니다. 오랫동안 함께 피어 서로가 좋은 이웃들인 듯한데 그건 산책자에게도 마찬가지군요.      


     

로망 발레 '지젤'의 한 장면이 떠오릅니다. 심장이 약한 시골 아가씨 지젤은 귀족 청년 알브레히트를 만나고 둘은 첫눈에 사랑에 빠집니다. 그런데 왜 순수한 영혼은 약해 보일까요? 사랑이 전부여서 그럴까요? 아름다운 발레리나의 날아가는 듯한 춤을 잠시 상상해봅니다.     


이제 밤의 모습을 바라봅니다. 비록 어두운 밤이지만 고즈넉하게 피어있습니다. 조금 침착하게 보이는 밤의 꽃들은 또 다른 느낌이네요. 잔잔한 밤바람에 부드러운 흔들림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가지에 가득 핀 꽃들은 밤에도 화사한데 다가서는 산책자를 활짝 웃으며 반겨줍니다. 꽃들과 꽃봉오리들은 밤에도 대화를 나누는 듯하네요. 그렇게 조용한 미소는 플래시 불빛에 환한 웃음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두운 밤에도 분홍색 꽃에서 배어 나오는 연한 향기가 그윽한 느낌입니다. 조용한 밤이라 향기는 더욱 멀리 퍼지는 듯도 하고요. 길게 늘어진 꽃들에서는 조용한 밤의 노래가 들리는 듯하고 상냥한 춤사위도 느껴집니다. 그저 우아한 율동이네요.      


발레 '지젤' 2막의 지젤과 정령들의 춤이 생각납니다. 죽어서도 사랑하는 사람을 살리려는 그녀의 몸짓이 애절하네요. 이제 낮이 되면 '알브레히트'는 그녀를 보러 다시 숲으로 오게 될 듯합니다. 그녀가 거기에 있을지는 모르지만요. 오래된 전설의 이야기지만 사랑은 살아서도 죽어서도 슬프고도 아름다운가 봅니다. 


낮에 핀 꽃의 화사함과 밤에 핀 꽃의 고즈넉함을 느끼며 발레 지젤의 장면을 떠올려보았습니다. 그런데 멀리서 봄밤의 달빛이 부드럽게 내려오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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