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 소리가 들려오는 여름날의 단상 2

지난 초여름에 피어나던 낙상홍의 작은 꽃들은 이제 초록의 열매로 커가고 있습니다. 뜨거운 햇빛도 받고 빗물도 간직하며 점점 커지는군요. 커다란 초록 잎새 아래에서 흥얼거리는 초록의 열매와 투명한 물방울의 낮은 노래를 들어봅니다.      

이곳의 야광나무에도 아직 빗방울이 달려있습니다. 촉촉함이 배어있는 초록 잎도 물방울을 남아 있는 초록 열매도 산뜻하네요. 둥근 물방울을 담고 있는 밝은 연두색 열매는 조금씩 붉어지려는 듯합니다. 그렇게 햇빛도 받고 빗방울도 간직하며 여유롭게 익어가려나 봅니다. 낮은 바람에 흔들리는 초록 잎의 뒤편에서도 그렇고요. 말간 물방울과 함께 초록 열매가 낮은 바람에 살짝 흔들거립니다. 뭔가 고즈넉한 느낌입니다.      

     

작은 아그배나무 열매는 조금씩 붉어지는 듯한데 더 작은 빗방울이 가득합니다. 비를 더 맞으려 하늘로 힘차게 솟아오르려는 듯합니다.     

우산을 쓰고 만난 꽃사과는 벌써 붉어졌습니다. 정말 주렁주렁 열려있는 꽃사과는 빗방울도 방울방울 담고 있네요. 살짝 뒤돌아보며 생긋 웃는 붉은 얼굴에도 빗방울이 가득합니다. 맑은 물방울을 가득 담고 붉은 얼굴로 다가오는 꽃사과를 만나니 왠지 가을이 성큼 다가오는 듯한 느낌도 듭니다.       

     

시간은 흘러가며 열매들은 벌써 익어가나 봅니다. 그런데 인연은 소중히 하지 않으면 사라지기도 하는 듯합니다.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그'만 변해가는 것이 아니고 '나' 또한 변해가기 때문이겠지요. 화려한 꽃은 지고 향기도 사라지며 잘 익은 열매 대신 마른 꽃잎의 기억만 남아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잠시 쉬는 듯하더니 매미 소리가 다시 우렁차게 들려옵니다. 어쩌면 지금 이 시간을 위해 그토록 오랜 시간을 땅속에서 기다렸기 때문에 그들은 잠시 쉬는 것도 아까운 듯합니다. 왠지 초록빛이 묻어있는 듯한 매미소리를 들으며 나의 노래를 불러봅니다.     

그렇다면 더욱 힘을 들여 색깔이 곱고 향기로운 꽃을 피워야 하리니.

춤을 추며 다가오는 나비와 벌은 꿀을 얻게 될 것이고 꽃은 열매가 될 터.     

언제가 이 꽃 또한 진다 하더라도 열매는 달콤하게 익어갈 것이고,

그리하여 또 다른 빛깔을 간직한 단단한 희망은,

노래하는 새와 함께 멀리멀리 날아가리니.     

하늘에는 회색 구름이 짙어지는데 불어오는 바람은 시원한 느낌입니다. 아마도 다시 비가 오려나 봅니다. 멀리서 들려오는 매미 소리를 느끼며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협주곡 5번 1악장을 들어봅니다. 안네 소피 무터의 힘찬 연주에 기분이 더욱 상쾌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