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꽃들이 활짝 피어 다가오다.

by 블루윈드

햇빛이 구름에 가리기도 하고 구름 사이로 살짝 고개를 내밀기도 하는 그런 날입니다. 산들바람이 부는 아침 날씨는 산책하기에 적당하네요. 이곳저곳에서 피어나는 꽃들을 바라보며 걸어봅니다.


오월은 역시 장미의 계절인가요? 여기저기 덩굴장미가 화려하게 피어있습니다. 늘어진 긴 가지에는 붉은 꽃들이 쏟아져 내리는 듯하네요. 산들바람에 향긋한 장미의 향기를 날리면서요. 좀 독특한 색감의 장미도 만납니다. 노란 색깔이 섞인 붉은 꽃이 강렬한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향기 또한 쏟아져 나오는 듯하고요. 빨간 장미꽃의 강렬한 색감과 진한 향기가 짙어만 가는 신록과 함께 멋진 풍경을 자아냅니다. 초록의 잎과 보색을 이루며 붉게 피어나는 오월의 장미! 그대는 정녕 불꽃이련가?


빨갛게 피어오르는 장미를 바라보며 요한 크리스티안 바흐의 아리아 '사랑, 달콤한 불꽃이여(Cara, la dolce fiamma)'를 카운터 테너 필립 자루스키의 목소리로 들어봅니다. 바람결에 흔들리는 작은 불꽃이 이어지며 점점 크게 타오르려는 듯합니다. 마치 작은 불꽃처럼 커져가던 장미 꽃봉오리가 이제 활짝 피어나니 우리의 마음에도 사랑의 불꽃이 피어날 듯합니다.


노란 색감이 감도는 연두색의 잎 사이에서 진한 분홍색의 황금 조팝나무 꽃이 피어납니다. 꽃술이 길게 튀어나온 작은 꽃들이 하나둘씩 톡톡 터지며 피기 시작합니다. 이 나무 저 나무에 금방이라도 터질 듯한 깨알 같은 꽃봉오리들이 가득합니다. 이제 터져 나오는 그녀들의 명랑한 웃음소리를 한동안 듣게 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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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의 방향으로 길게 퍼져나가듯 피어있는 하얀 꽃들도 만납니다. 자세히 보니 하나하나 작은 꽃들이 모여있습니다. 처음 보는 꽃인데 이름을 알아보니 눈개승마라고 합니다. 조금 어려운 이름이네요. 하얀 꽃에서 진한 향기를 뿜어내던 찔레꽃은 거의 져가고 있군요. 떨어져 가는 꽃잎에 가까이 가보니 향기만은 여전합니다. 키 큰 산딸나무에는 하얀 나비들이 가득 앉아있는 듯합니다. 산들바람에 날개를 펄럭이는 듯도 하고요. 남정목의 하얀 꽃들도 피어나고 있습니다. 가까이 다가가 향기를 맡아보니 진한 향기가 달콤하게 느껴집니다.


멀리 초록의 잎사귀 아래에 하얀 꽃들이 가득합니다. 이제 때죽나무 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가지마다 주렁주렁 달린 하얀 꽃들이 산들바람에 가볍게 흔들리고 있네요. 꽃 아래에 서보니 주변에 묵직한 향기가 가득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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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결에 실려오는 때죽나무 꽃의 향기를 맡으며 걸어봅니다. 그런데 어디선가 또 다른 향기가 날아오는 듯하네요. 이름을 알아보니 노각나무의 꽃이라고 합니다. 붉은 열매가 예쁘던 노박덩굴과 이름이 비슷하지만 다른 나무네요. 뭔가 연지를 찍은 듯 한쪽 볼이 붉어진 하얀 꽃이 곱게 다가옵니다. 뭔가 우아한 느낌이 듭니다. 그런데 어느 꽃은 연한 연두색의 연지를 찍고 있군요.


한 동안 걷던 길에서 새롭게 피어나는 꽃들을 보게 됩니다. 세상에는 참 많은 식물들이 함께 살아가네요. 그녀들은 묵묵히 살아가는 것이겠지만 산책자의 눈에는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꽃이 피니 눈길이 가고 이름도 궁금해집니다. 비록 그녀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우리가 부르는 이름이긴 하지만요. 이제 그녀들이 꽃을 피워 시선을 끈 것은 벌과 나비 만이 아니었습니다. 새롭게 만나는 꽃들을 보니 세상이 조금 더 신기하게 느껴집니다. 아마도 저의 산책은 계속될 듯합니다. 그리고 좀 더 천천히 걷게 될 듯도 하네요.


일요일이라선지 길에는 뛰노는 아이들의 우렁찬 목소리와 웃음소리도 여기저기서 들려옵니다. 그런데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어린이들이 나무 위를 바라보며 뭔가를 던집니다. 나뭇가지에 장난감이 걸려있군요. 긴 나뭇가지를 이용해 내려주니 인사를 꾸벅하고 신나게 뛰어갑니다. 뭔가 흐뭇한 기분이 드는군요.


잠시 초록 잎 사이의 벤치에 앉아 오늘 만난 꽃들과 함께 바버의 바이올린 협주곡 1악장을 힐러리 한의 바이올린 연주로 들어봅니다. 상쾌하고도 부드러운 선율이 달콤합니다. 왠지 여러 꽃들의 향기가 담겨있는 듯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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