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바뀌며 봄날은 가는 듯하고

by 블루윈드

봄은 이제 점점 멀어져 가고 여름이 성큼성큼 다가오는 듯합니다. 맑고 파란 하늘에는 하얀 뭉게구름이 떠다니고 땅에는 초록이 짙어갑니다. 계절의 변화는 생각보다 빠르게 느껴지는데 이곳저곳에서 꽃들은 또 다양한 색깔과 모양으로 피어나고 있습니다.


신록이 가득한 오월의 언덕에는 보라색 부채붓꽃이 피어납니다. 연한 초록의 잎이 커가더니 긴 줄기 끝에서 꽃봉오리를 맺고 이제는 활짝 피어나네요. 어느 보랏빛 꽃들은 커다란 소나무의 그늘 아래에서 한가롭게 산들거리고 있습니다. 몇 갈래로 나누어진 꽃잎은 왠지 선이 고운 한복 저고리 같기도 합니다. 바람에 가볍게 흔들리는 여러 송이의 꽃들은 마치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여인들의 사뿐한 몸짓을 보는 듯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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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들은 나무 그늘 사이로 내려오는 햇빛을 받기도 하고 시원한 바람을 맞기도 하며 피어납니다. 그녀들의 부드러운 몸짓에서는 어떤 우아한 리듬이 느껴집니다. 그녀들을 바라보는 산책자도 좀 더 한가로운 마음이 드네요. 보랏빛 미소와 함께 초록의 긴팔을 저으며 바뀌어가는 계절과 인사를 하는 것일까요? 그런데 그녀들은 산뜻한 호흡과 함께 보랏빛 향기를 날리는 듯도 합니다.


초록이 짙어진 낙상홍의 잎새 아래 작은 분홍색 꽃이 피어납니다. 오월의 밝은 햇살을 받으면서요. 긴 가지를 따라 깨알 같은 꽃봉오리들이 하나 둘 터지듯 피어납니다. 낮은 바람에 살랑거리는 작은 꽃들이 예쁘네요. 그런데 생각해보니 지난겨울 동안 말라가던 붉은 열매 몇 개가 달려있던 앙상한 가지가 이렇게 변했습니다. 새삼 봄의 힘 아니 생명의 힘을 느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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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길에는 꽃들의 미소만이 아니고 장난감 자동차를 탄 아이들의 웃음소리도 가득합니다. 밀어주는 엄마들도 흐뭇한 표정이고요. 깔깔거리며 킥보드를 타고 달려가는 어린이들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골송골하네요. 꽃은 꽃이고 사람은 사람이겠지만 식물의 한 해에 사람의 일생이 투영됩니다. 어쩌면 계절이 바뀌어도 봄날의 기억은 계속 남아있을 듯도 합니다.


화창한 날씨가 점점 더워지며 계절이 바뀌는 듯합니다. 이제 봄날은 가는 것일까요? 계절에는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이 있는데 왜 우리는 유독 봄이 가는 것을 아쉬워할까요?


봄이 되면 한 겨울에 얼어붙었던 대지가 풀리며 새로운 생명이 깨어납니다. 마른 대지에서는 봄비를 맞으며 새싹이 돋아나고 껍질이 단단한 고목에서는 매화가 피어나네요. 날씨가 따뜻해지며 꽃들이 점점 피어나고 세상은 여러 가지 색깔과 향기로 더욱 화사해집니다. 연두색 새순은 부드러운 호흡이 빨라지며 초록으로 짙어 가고요. 산들바람이 불어오는 꽃밭에서 흘러가는 흰구름을 바라보면 마치 꿈을 꾸는 듯도 합니다.


꽃이 피고 새순이 돋고 벌과 나비가 날아다니는 봄은 생명이 약동하는 계절입니다. 각 계절은 계절마다 특징이 있지만 봄은 화사한 시작을 느끼게 해 줍니다. 그런 의미에서 봄은 참 좋은 계절입니다.


봄날이 가는 것을 아쉬워하는 것은 좋은 시간이 사라지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리고 계절이 변하는 것을 느끼며 인생의 좋은 시절을 투영해 보기 때문이겠지요. 우리는 어려운 시절을 혹한기라고도 하고 좋은 시절은 봄날이라고도 합니다. 우리는 인생의 어떤 순간들을 계절에 비유하기도 하네요. 정말 인생의 봄날은 언제일까요?


그런데 봄은 시작하는 계절만이 아니네요. 초봄에 꽃이 피던 앵두는 늦은 봄이 되니 벌써 빨갛게 익어갑니다. 그녀에게 봄은 봄으로 완결된 시간인 듯합니다. 물론 초록의 나무는 점점 커가겠지만요.


봄날은 갑니다. 하지만 다시 돌아올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새로운 기억이 남게 되겠지요. 어쩌면 인생의 봄날은 우리가 그렇다고 인정하는 그 시절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유년이 지나면 소년이 되고, 소년은 자라서 청년이 되고, 청년은 다시 중년이 됩니다. 또한 노년이 찾아오겠지요. 하지만 다시 돌아오지 않는 시절 또한 모두 그 자신의 삶이고 희미하지만 그의 기억 속에 남아있을 것입니다. 그의 삶은 오롯이 그의 삶이기 때문에 그가 그렇다고 생각하는 순간은 모두가 봄날일 듯합니다.


파란 하늘을 바라보는 마음이 왠지 모르게 부풀어 오릅니다. 계절은 흐르지만 멋진 기억과 함께 새로운 시간에 대한 기대가 함께하기 때문이겠지요. 이런 생각을 하며 야외 카페에 앉아 모차르트 교향곡 35번 2악장이 들어봅니다. 부드럽고 달콤한 음악에 마음도 안단테, 안단테가 되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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