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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면토끼 Oct 16. 2024

이별을 연습한다.



퇴근길,

자연스럽게 자동차 좌석의 통풍시트를 작동시키려던 손이 일순간 어색해졌다.
온열버튼을 누르며 부끄러운 손가락에 따스한 위로를 전했다.


노을은 마치 플라밍고의 날갯짓 같았다.

언제 떠나도 이상할 것 같지 않은 계절의 끝자락.
벌써 가을이 왔나 보다 성큼.


붉게 물든 하늘에 펼쳐놓은 이불을 덮고 잠깐이나마 포근함으로 나를 감싸본다.
석양이 전하는 인사는 빨라지고 아쉬움으로 차오른 마음은 끝내 이불을 놓지 않으려 붙잡고 있는 손에 얼굴이 붉게 타오른다.


너와 나의 열기를 식히려 버튼을 누르자 바람이 인다.
가을은 떠나가는 거였지.

떠나간 자리에 상처가 덧나지 않도록 겨울은 그곳을 얼려주러 온다.


이별을 연습한다.
이불을 덮고서 눈물을 훔친다.

왜 헤어져야 하는 건데.

세상의 절반은 붉고, 세상의 절반은 푸르고.
나의 반이 너였고, 너의 반이 나였듯이.

나만 그 시간에 갇혀버린 계절의 출구.


언제였는지 지우개로 지워버린 곳을 들여다보며 떨어진 낙엽을 찾았고 어둠이 내린 도시의 불빛을 찾았다.
이별을 완성하려 빈 잔에 가을을 따른다.
마음과 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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