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두고 가던 마지막 모습만 기억하고 너를 미워하면 되는데
멍청한 머리는 네가 행복하게 해 준 기억들만 자꾸 떠올리며 나를 아프게 해.
왜 이것조차도 내 마음대로 안 되는 거니?
내 마음인데,
아직도 네가 조종하고 있나 봐.
멀리서부터 너의 발걸음은 향기를 가득 품고 내게 걸어왔지.
지면에 닿는 발자국 소리만으로 그날의 네 기분을 알 수 있었어.
그럼 나는 기분 좋은 너에게 맞춰 밝은 미소로 너의 이름을 불렀어.
향기가 퍼지며 우리를 감싸주는 게 좋았어.
때론 발자국 소리가 느리게 다가오면
내가 먼저 다가가 이름 대신 꽉 안아주기부터 했지.
시간이 덮어버린 발자국.
미움으로 희석된 향기.
덩그러니 마음만 남은 곳을 바라보며
웃다가 울다가.
다시 부르지 못할 너의 이름을 떠올리며
떨군 고개 따라 똑, 똑 떨어진 진한 너의 자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