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탕탕 피그마 창업기
2021년 가장 기대되는 툴 설문조사에서
당당하게 6개 부문 1위를 차지한 피그마(Figma).
이제는 UIUX디자이너들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디자인 툴로 자리 잡았는데요.
작년 어도비가 피그마를 28조 원에 인수한 소식이 전해지며,
피그마의 ‘대체불가능함’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았어요.
그리고 이는 역대 두 번째로 큰 인수합병 규모라고. (소곤)
그렇다면, 평범하던 30대 청년 두 명이
28조짜리 피그마를 만들기까지
어떤 비하인드 스토리가 숨어있을까요?
이번 게시글에서는 피그마의 탄생 스토리를 정리해 볼게요!
피그마는 딜런 필드(Dylan Field)와 에반 윌러스(Evan Wallace), 두 청년에 의해 만들어졌어요. 이들은 브라운 대학에서 컴퓨터 사이언스를 전공했고, 모두 창업에 관심이 있었어요.
대학교 3학년 때 필드는 본격적인 창업을 위해 브라운대를 중퇴하는데요. 학비를 대느라 고생했던 부모님은 중퇴를 반대했었어요. 하지만, 필드는 학교를 그만두고, 억만장자 금융가가 운영하는 펠로우십에 지원했어요.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선 학교를 그만두고, 창업을 해야 했었거든요. 필드는 그렇게 500명의 지원자 중 20명 안에 들어 10만 달러를 지원받았고, 창업을 하게 돼요.
성공한 창업가들은 중퇴를 새로운 출발로 여겼다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애플 창업자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바로 ‘고졸자’라는 점입니다. 이들은 모두 대학을 중퇴해 대학 졸업장이 없어요. 미국에는 “하버드를 자퇴하면 사장이 되고, 하버드를 졸업하면 직원이 된다”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대학교육 무용론이 있는데요. 실제 미국 경제활동 인구 중 1/5 가량이 대학 중퇴생이라고 해요. 피그마의 창업 자금을 지원한 페이팔의 창업자, 피터 틸은 중퇴를 격려하며 장학재단까지 만들기도 했죠.
하지만, 이런 것만 보고 대학을 중퇴해야 성공하냐면 그건 아니에요. 실제로 빌 게이츠는 ‘자신을 따라 하지 말라’고 권했는데요. 그는 서울대학교 강연에서 학업을 중단할 정도로 시급한 사항이 아니라면 중퇴를 권하지 않는다고 밝히기도 했어요.
다만 이들에게서 배워야 하는 점은 목표를 수단과 혼동하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목표를 향해 가는 과정에서 방해가 되는 수단은 아무리 많은 비용을 들였더라도 단호하게 잘라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경제학에서는 회수할 수 없는 비용 때문에 앞으로의 행동을 결정하는 것을 ‘매몰 비용의 오류’라고 칭해요. 이는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으로 분류되는데요. 이는 비싼 비용을 치르고 선택했던 길이라도 목표 달성에 방해가 된다면 과감하게 잘라낼 필요가 있다는 의미가 아닐까요?
사실 피그마는 첫 창업 아이디어가 아니었어요. 교통량을 파악해서 난폭 운전자를 잡는 드론 소프트웨어 아이디어가 창업 지원금을 타냈던 첫 아이템이었는데요. 필드와 윌러스는 이에 열심히 임했지만, 막상 본격적으로 임하자니 드론에 대한 열정이 강했던 것도 아니고, 드론의 미래가 불투명해 보였어요. 그래서 다시 새로운 창업 아이템을 탐색하죠.
그러다 픽사에서 엔지니어로 일했던 윌러스가 필드에게 자신의 작업물(WebGL)을 보여주는데, 거기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돼요. 윌러스가 보여줬던 작업물은 구체의 움직임에 따라 물이 인터랙티브 하게 변하는 모습을 담은 작품이었는데요. 필드는 웹 사이트에서 퀄리티가 높은 그래픽이 출력되는 걸 본 적이 없었나 봐요. 윌러스의 작품을 굉장히 흥미로워했어요. 실제로 당시 브라우저에서는 그래픽을 구현하기 힘들었대요. 하지만, WebGL로 구현된 그래픽은 매우 높은 퀄리티로 즉시 렌더링되어 온라인으로 감상이 가능했던 거예요.
필드는 마침 디자인에 관심이 있었는데요. 윌러스의 WebGL 작품을 보자마자 새로운 기회를 확신했대요. WebGL을 활용해 ‘브라우저에서 동작하는 포토샵’을 만들기로 한 거죠.
아이디어는 그럴싸했지만, 제품을 내놓기까지 너무 많은 시간이 필요했어요. 두 사람은 브라우저 포토샵을 만들고자 했지만, 그 범위가 너무 넓었고, 모든 기능을 넣기에는 한계가 분명했거든요. 그래서 첫 작품은 브라우저에서 이미지를 간단하게 편집하거나 필터를 적용하는 등 가벼운 툴을 만들어 나갔죠.
기간이 늘어지고, 날이 갈수록 팀의 목표는 흐지부지되기 시작했어요. 이에 필드는 명확한 목표가 필요하다 여겼고, 팀원들을 모아 지금껏 나왔던 아이디어들을 하나씩 지우며 남은 단 한 가지의 아이디어에만 집중하기로 해요. 바로 ‘인터페이스 디자인’. 당시에는 디지털 프로덕트의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었는데요. 인터페이스 디자인이야말로 그들이 꿈꾸는 ‘피그마’에 가장 적합한 분야였어요.
워렌 버핏도 중요시한 ‘목표 줄이기’
워렌 버핏은 목표 25가지를 쓴 후, 가장 중요한 5가지만 남기고 나머지 20개는 무슨 일이 있어도 피하라고 했는데요. 성공하려면 목표를 어떻게 이루냐 보다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지 선택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거예요.
피그마팀은 인터페이스 디자인 분야의 문제점을 ‘협업’에서 찾았어요. 인터페이스 디자인은 여러 디자이너가 작업해야 함에도 동시 작업이 불가능하거나 불편했어요. 당시에도 클라우드가 이미 널리 사용되고 있었지만, 파일을 클라우드 스토리지에 저장하는 정도여서 여러 디자이너가 하나의 파일을 작업하는 경우, 기존 작업을 덮어쓸 위험이 있었어요. 때문에 하나의 프로젝트를 만들기 위해 여러 파일(final.psd, final_진짜최종.psd, final_final_final_진짜_최종.psd)을 만들어야 했죠.
피그마 팀은 브라우저에서 사용할 수 있는 디자인 툴이 이런 협업 문제를 확실하게 해결할 것이라 믿었어요. 그렇게 ‘실시간 협업용 인터페이스 디자인 툴’을 만드는 일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죠.
창업 후 4년이 지나서야 겨우 피그마의 베타 버전이 만들어졌어요. 이 사이에 불안감을 느낀 직원 여럿이 회사를 떠나기도 했고요. 필드와 윌러스, 두 사람 모두 경영에 대한 경험이 없어 제대로 된 회사 운영을 하기가 힘들었거든요. 실제로 필드에게 벤처 캐피털 파트너가 “지금 당신은 뭘 하는지 잘 모르는 것 같다”며, 투자를 늦추기도 했죠.
오랜 개발 기간을 지나 2016년 9월 공개된 피그마는 디자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빠르게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어요. 피그마는 ‘무료’인 데다가 따로 서버에 저장할 필요가 없었고, 동시 작업이 가능하다는 강력한 차별점으로 디자이너들에게 인정받았어요. 피그마의 대항마였던 스케치가 ‘어도비’의 길을 걷는 동안, 피그마는 플러그인 커뮤니티를 활성화해 더 빠른 발전을 꾀했어요. 결과는 대성공! 2018년 초까지도 1억 1,500만 달러 수준이었던 피그마의 가치는 2021년, 100억 달러까지 치솟았어요.
디자이너라면 어도비의 무거움과 파일 날아감. psd 상황을 모를 수 없는데요. 피그마는 클라우드 서비스기 때문에 인터넷 연결이 끊기지 않는다면 파일이 날아갈 걱정이 없고, 보다 쾌적한 환경에서 작업이 가능해요. 심지어 어도비에만 있다고 생각하는 그 기능들, 피그마 커뮤니티에서 만든 플러그인이면 모두 커버할 수 있어요. 오히려 어도비보다 더 가볍게, 더 많은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 거죠. 이에 피그마를 사랑하는 디자이너들이 늘고 있고요.
이번 게시글에서는 피그마 창업기를 살펴보았어요.
저도 아주 X1,000,000 사랑하는 디자인 툴이라
창업기를 찾아보며 굉장히 흥미로웠네요.
중간중간 링크를 걸어둔 게시글은 본 글보다 더 많은 인사이트를 담고 있어요.
피그마를 사랑한다면, 꼭 한 번씩 읽어보시길 추천해요!
오늘은 여기까지 마무리할게요.
다음에도 재밌는 기업 이야기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