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소개합니다

中年 中心

by 허니

때로는

흐르는 시간을 따라

뜨거움으로


혹은

흐르는

강물을 따르다.


여기까지

이곳에서

멈추다.


무서움도 없다

외롭지도 않다.


다만

모두

같이

강물처럼

세월 따라 흐르는

그네들이 있어


덜 무섭다

덜 뜨거워서

좋다.



지난여름 만난 최 차장의 짧은 단상이다. 당시 그의 심정을 말해주는 듯하다. 많이 외롭고 두려운 시간들을 보낸 듯하다. 지금의 처지가 ‘나’ 혼자만이 아니라 는 사실에 위로를 받는 듯하지만 사실 새롭게 펼쳐질 앞날이 두렵고 생경스러울 것이라는 막연함이 묻어 있다. 그의 표현대로 무엇이 무서움으로 온다는 걸까?


반도체 기업의 최 차장 팀은 다른 회사와 M&A를 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팀을 이끌던 부장을 빼고는 팀원 6명이 모두 퇴직했다. 그야말로 통째로 내버려지는 느낌이었다. 나름 지금까지 평점도 잘 받았고 실적도 있고 해서 버틸 줄 알았던 최 차장은 M&A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쓰러지고 만 것이다. 한 달가량 두문불출하던 최 차장은 초췌한 얼굴로 미팅 룸에 들어섰다.


갑자기 실직당한 중년은 ‘힘’이 없고 ‘실존’이 없다. 공허한 50대, 비 자발적 퇴직자의 원형이다. 그는 앉아 있는 것 자체가 답답하단다. 그에게는 당장 먹고살 수 있는 직장이 필요했지만 어떠한 의욕도 찾아볼 수 없었다. 막연한 표정이다.


최 차장은 업무수행 능력이 뛰어나 팀에서는 ‘루비’라는 별명을 갖고 있을 정도로 실적이나 성실성, 대인관계 등 여러 면에서 뛰어났다. 팀 내에서 뿐만 아니라 회사 전체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인정을 받고 있었다. 그러나 급변하는 현대사회의 트렌드 변화, 국제사회의 공급망 붕괴 등등의 경제환경을 위협하는 여러 요인이 신사업의 부진을 가져왔다. 날로 악화하는 회사 사정에 급기야는 신사업을 접고 다른 회사와 M&A 하는 과정에서 최 차장 팀은 사라졌다.


최 차장은 강물처럼 마냥 뒤에서 밀면 밀리는 대로 회사가 정한 목표가 마치 자신의 목표인양 쉼 없이 달려왔다. 마치 인생의 목적이 회사 다니는 것이 된 듯한 지난 세월이 지금은 아무 쓸모없다는 자괴감이 든단다. 그야말로 지금까지 회사에 ‘올인’ 한 것이 자신의 미련함으로 돌리기에는 너무나 억울하단다.


최 차장은 지금 실직상태다. 탁월한 업무 수행역량, 비즈니스 역량 등 모두 소용없다. 그냥 ‘아무것도 아닌 나’만이 있을 뿐이다. 지금 내가 어디에 있는지,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모른다.


중년의 실직은 비단 기업만의 일이 아니다. 공무원 사회에서도 한정된 고위직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하기도 하고, 개방형 직책에도 우수한 민간인 경력자와도 피나는 접전이 불가피한 상황이라 이때에 무능한 공무원들은 퇴출당한다. 이제는 사회 전반에서 보고 있는 중년의 실직은 우리 사회에서는 일상이 되어버렸다.


매일매일 전쟁과도 같은 출근시간, 회의, 실적, 목표, 관리 등등으로 점철되는 회사 업무, 그리고 밤늦도록 이어지는 거래처와의 회식자리…. 그는 50을 갓 넘기고 회사를 떠났다. 최 차장은 지금 ‘실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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