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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인도사 Jul 29. 2021

무인도 생활기 연재_팔라완무인도1

외딴 얼음공장

##ᅠ시간에게ᅠ발이ᅠ있다면ᅠ무인도로가ᅠ제자리에ᅠ서있다는ᅠ생각이ᅠ들었다.ᅠ그런ᅠ의미에서ᅠ시간은ᅠ사람의ᅠ발을ᅠ붙어ᅠ이동하는ᅠ것ᅠ같았다.ᅠ사람의ᅠ발이ᅠ많은ᅠ곳일수록ᅠ시간은ᅠ더ᅠ나이를ᅠ먹는다. 서울은 주름이 너무 많고 깊다.ᅠ



# 외딴 얼음공장      

ᅠ필리핀의 팔라완은 라스트 프론티어(Last Frontier), 지구상 마지막 미지의 대륙이라고 불릴만큼 이곳은 아직 알려지지 않은 신비로운 곳이 많다. 8킬로가 넘는 길이의 석회 동굴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이자 세계7대 불가사의중 하나인 지하강(Underground River)이나 바다를 끼고 산 깊숙한 곳에 200개가 넘는 동굴이 있는ᅠ타본동굴(Tabon Caves)도 있다. 타본동굴은 필리핀 최초 인류가 살았던 곳으로 밖에선 절대 보이지 않는 숲 속에 개미집 같은 동굴이 설켜 있다. 공개된 곳은 일곱 군데 밖에 없다.      



 유럽 벡페커들이 팔라완에 오면 꼭 들린다는 엘니도(Elnido)가 있고 거대한 암벽과 절벽으로 막혀 있지만 좁은 틈을 비집고 들어가면 잔잔한 바다와 해변이 나타나는 히든 비치(Hidden Beach)도 있다. 2차 대전 발발 전 필리핀에 주둔하던 일본군이 숨어서 살다가 최근에서야 이곳에서 발견되었는데 그는 전쟁이 끝난지도 몰랐단다. 그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일본의 마지막 해군사령부가 이곳에 있었고 당시에 수 많은 금괴를 이곳에 수몰시켜 두었다는 그의 말이 터무니없는 말로 들리진 않는 다는 것이 현지인들의 이야기였다. 어떤 히든 비치는 듀공들이 때로 죽어 있는 곳도 있었는데 이는 실수로 들어왔다가 나가는 길을 찾지 못하고 결국 죽은 것이란 말도 있다. 팔라완에 이런 발견되지 않은 시크릿 비치만 십여개가 있고 이는 숲과 암벽에 가려 위성으로 잡히지 않아 아직도 전설같은 이야기들이 현실로 존재하는 곳이기도 하다.ᅠ    

  

ᅠ팔라완의 외딴 섬에는 얼음저장소가 있는 섬이 있다. 이 섬도 팔라완의 신비를 더해주는 장소 중 하나다. 내가 처음 팔라완의 무인도에 갈 때 곁에서 길을 안내해준 제스니(Jesny)가 신기한 곳이 있다며 나를 안내해준 곳이다. 그들이 쓰는 언어인 따갈로그로 얼음을 엘로(Yelow)라고 했으므로 나는 처음에 노란 섬이 있다는 줄 알았다. 세상에 노란 섬이 있다는 것도 신기하고, 얼음섬이 있다는 것도 신기했을 일이어서 마땅히 할 것이 없는 나는 친구를 따라가기로 했다.      



ᅠ공항이 있는 푸에르토프린세사(Puerto Princesa)에서 차로 3시간, 그리고 다시 배로 40분. 그러니까 팔라완의 가장 큰 도시인 푸에르토프린세사에서 퀴닌(Quinin)시까지 3시간을 간 뒤 퀴닌에서 키가탄(kigatang)이라는 섬까지 40분을 더 가야한다. 고기잡이 배들이 즐비하지만 허름한 퀴닌 항구에서 출발한 배가 길고 뾰족하게 튀어나온 육지를 꺾으니 포복하는 악어 모양의 섬이 하나 나왔다.ᅠ   

   

ᅠ제스니는 이 엘로섬에서 얼음생산이 중단되면 퀴닌시 전체가 돌아가지 않는다고 했다. 퀴닌시 대부분의 사람이 어업에 종사하고 있는 이곳에서 얼음의 영향은 절대적이다. 잡은 고기를 시장으로 보내기 위해선 가장 중요한 것이 생선의 신선도였고, 신선도 유지는 얼음의 몫이었다. 원양선이든 근해에 조업을 나가는 배든, 큰 배든 작은 배든, 오징어를 잡는 배든 게를 잡는 배든 예외없이 필요한 것이 얼음이었다. 


ᅠ 

ᅠ특히 중국으로 바로 해산물을 수출하는 이들에겐 얼음은 절대적인 존재다. 해삼 중에서도 가장 값이 나간다는 붉은 해삼인 '항이난(Hanginan)'이나 붉은 몸에 반점이 있는 다금바리류인 '수노(Suno)'와 같은 종들이 그 예다. 이들을 살아있는 상태로 중국까지 수출하게 되면 제값의 10배는 받을 수 있다. 고급 레스토랑이나 호텔의 수족관에선 부르는게 값이다. 지도상으로 보아도 팔라완은 황금어장으로 불리는 남중국해를 따라 쭉 펼쳐져 있으니 팔라완 사람들에겐 가장 많은 소득을 안겨주는 산업이기도 한 셈이다.ᅠ      


ᅠ성수기가 되면 이 섬에서 정박이 가능한 섬의 모든 해변엔 얼음을 기다리는 배가 가득하여 항구가 된다. 얼음이 가장 많이 필요한 여름철엔 저장소의 입구부터 긴 줄이 이어진다. 얼음을 녹지 않게 얼음 표면에 덮을 겨가 담긴 포대를 든채 땡볕아래 몇 시간이든 서있다. 그만큼 얼음을 구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여 그들끼리 다투는 일도 잦은 여름이니 조금 더 얼음을 크게 잘라주었다고 다투는건 예사다. 대형 배들의 주인이 거금의 뒷돈을 주고라도 어떻게해서든 얼음을 구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협상을 시도했는지 모른다.ᅠ 


     

ᅠ하지만 그 누구도 뒷돈을 주고 얼음을 더 받았다거나 성수기라고 더 비싸게 돈을 주고 얼음을 산 사람은 없었다. 이쯤되면 얼음 저장소의 주인도, 얼음 저장소가 왜 섬에 있는지도 궁금하다. 얼음 저장소는 사토 이마무라(Sato Imamura)라는 이름의 60대 일본인이 주인이다. 아들을 포함하여 일하는 사람은 5명. 필리핀 직원들은 높이 1.5미터, 폭 80센티의 얼음을 옮기거나 깨는 일을 한다. 각진 얼음을 통째로 사가는 이들도 있지만 깬 얼음을 사가려는 사람이 더 많아 정확히 말하면 얼음을 깨는 것이 주된 일이다. 간혹 통째로 얼음을 사가는 이들은 육지로 얼음을 덩어리째 싣고가 다시 조각으로 나누어 개인을 상대로 파는 얼음상들이다.ᅠ      


ᅠ사토는 스페인 사람에게 30년 전 이 얼음 저장소 섬을 양도받았다. 물론 거액의 돈을 주고. 거슬러 올라가면 1600년대 초 들어왔던 스페인 사람들이 운영하던 것이었다. 때문에 섬 곳곳은 스페인어로 된 허름한 간판이 있었고 녹슨 얼음 집게엔 스페인어가 적혀 있었다. 섬의 큰 바위마다 낯선 문자들이 적혀 있었는데 아스투리아스레온어(Astur-Leonese)였다. 이를 토대로 그들이 스페인 아스투리아스 또는 레온이나 살라만카 지역에서 온 사람들이란것만 알 수 있을뿐 어디에도 더 유추할만한 단서는 보이지 않았다. 이들이 섬을 발견한 후 쭉 이 섬에 살았기 때문에 필리핀 정부 주도로 섬의 소유주를 정할 때 점유권을 인정해주다는것 정도만이 확실히 확인된 정보였다.      



ᅠ무엇보다 신기한 것은 외딴 섬에 어떻게 얼음이 있냐는 점이었다. 섬의 동쪽편에 거대한 동굴이 하나 있는데 얼음이 이 동굴에서 만들어 진다. 700미터 정도를 동굴 안으로 들어가면 벌써 냉기에 몸이 떨린다. 새벽보다 깜깜한 동굴 속에서 렌턴을 비춰보면 입에선 김이 나올 정도로 오싹한 냉기가 느껴진다. 습한 기운은 없고 동굴 뒤에 외부와 연결된 곳이 있는 것처럼 어디선가 바람도 분다. 그 지점에서 계곡처럼 흐르는 동굴샘물이 바닷물과 만난다. 염분과 밀도 차이로 동굴 속 계곡 물은 바닷물 위로 흐른다. 추운 동굴과 바닷물의 온도, 샘물과 바닷물의 밀도와 염분의 차이도 차이지만 얼음 생산의 핵심은 바다 아래로 연결된 노즐로 암모니아를 넣어주는 것이다. 암모니아가 물에 닿으면 그 순간 바로 녹으므로 샘 아래 어떤 시설이 갖추어져있을 것이란 것이 현지인들 사이에서 오르내리는 추측일 뿐이다. 끓는점이 –33도인 암모니아를 냉매로 어떤 절차를 거쳐 샘물 위로 얼음이 떠오른다는 것이다.ᅠ 

ᅠ 

ᅠ동굴 안 표면에 떠오른 얼음을 옮겨두기만 하면 언제나 새로운 얼음들이 찼다. 암모니아를 넣어주면 암모니아가 기화하면서 주변 온도를 낮추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동굴에서 내려간 샘물이 바다에서 암모니아를 만났다고 얼음이 되는 것은 믿기 힘든 일이었다. 바닷물로 얼음을 만들든 담수로 얼음을 만들든 물만 얼기 때문에 소금기가 없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대체 어떤 물이 이렇게 얼음이 되는지는 이해하기 힘든 일이었다. 암모니아만을 이용해 얼음을 만들었지만 냄새가 나지 않는 것도 의문이었다. 동굴이 만들어졌을때처럼 화산 활동으로 생긴 어떤 가스가 냉매 역할을 하는 것인지 어떤 다른 새로운 화합물을 넣는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ᅠ      

ᅠ이상한 것은 그 누구도 어떻게 얼음이 만들어지는지 모르면서 알아보려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암모니아만으로 얼음을 만드는 것이 사실이라면 퀴닌 사람들은 물론 경찰들도 움직였을 것이다.ᅠ기화열만 이용했다 한들 바닷속에서 암모니아가 어떤 반응을 거쳐 얼음이 되는지 모두가 알아야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자칫ᅠ밀폐된 동굴 속에서 암모니아가 유출되어 공기중 농도가 높아지면 위험할 수 있고 유해한 성분이 포함되어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ᅠ전기회사와 세무서도 가만히 있을리가 없다. 통상 얼음을 얼리고 보관할 정도의 전력이라면 퀴닌시 전체의 전력생산과 맞먹는 양인만큼 추궁하고 조사했을 것이다. 동굴 속에서 얼음을 판 수입에 대해 세금을 매기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한명의 직원을 상주시켜서라도 판매량을 체크하는 것이 세무서도 이득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퀴닌 사람들도, 경찰도, 전력회사와 세무서도 지금까지 움직이지 않았다. 얼음판매 허가증을 발행하는 시청도 아무 말이 없다.      



ᅠ하물며 궁금해서라도 누군가 물 밑으로 들어가보려 하지 않았을까. 네셔널지오그래픽을 비롯한 수많은 해외의 다큐멘터리 팀과 여행 프로그램의 촬영도 단 한차례 성사된적이 없고 마을 사람들도 답변을 피하고 있다. 낮에 퀴닌 시내를 지다가 몰래 시내를 촬영하는 외국인 두 명을 봤다. 카메라는 수건으로 덮었고 삼각대를 두지 못해 벽에 기대 얼음 조각을 파는 소매상점을 촬영하고 있었다. 차에서 내려 그들에게 다가가 나도 다큐를 찍는 감독이라 소개했다. 그러자 그들도 경계심을 풀고 내게 아는 정보를 물었다. 내가 제니스에게 들은 이야기를 설명해주니 적대감이 사라졌는지 내게 그들이 편집한 영상도 보여주었다.ᅠ      

ᅠ영상의 영어 자막은 이렇게 적혀 있었다. 


 ‘밤의 얼음섬 동굴은 쇠창살이 잠깁니다. 그때부터 동굴 속은 분주해지리라 추측합니다. 동굴 아래 거대한 냉동고에서 냉각펜이 돌아간다는 소문도, 몇 백명이 지낼 수 있는 해저땅굴이 있다는 소문도 있는데요, 필리핀 정부와 퀴닌시 당국은 외부인의 출입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습니다. 세기에 알려지지 않은 이 미스터리의 끝은 어디까지일까요.’     


ᅠ나의 생각은 이렇다. 남중국해 아래로 중국 광저우와 연결된 해저케이블을 따라 전력선이 매설되어 있다. 중국이 팔라완 지천에 매설되어 있는 니켈, 망간, 크롬 등의 광물들을 위해서인지 아니면 보통 식물에 비해 몇 배나 많은 산소를 배출하는 망그로브 숲의 탄소배출권을 먼저 싼값에 사들이기 위해서인지는 모르겠으나 몇 개의 도시에 직접 전력을 공급해주는 것이다. 특히 이 지역은 중국으로 값비싼 수산물이 수출되는 곳이니 시범삼아 우선적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것이다. 남중국해 인근으로 필리핀은 중국과 첨예한 영토분쟁을 벌이고 있으니 필리핀 정부 입장에선ᅠ공개적으로 중국의 지원을 받는 것은 언급할 수 없을 것이다. 미국의 군사적 지원을 받는 상황에서 이 사실이 알려진다면 국제적인 이슈가 될 수도 있다. 중국의 새로운 외교 방식이라느니 영원한 동맹은 없다는 기사가 나오고 이 동굴 하나로 여러 나라의 국제외교 정책이 바뀔수도 있을테니ᅠ요직에 있는 사람들과 마을 사람들이 돈을 받고 조용히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ᅠ      

ᅠ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나의 상상일뿐이다.ᅠ      


 그들이 보여준 다큐의 마지막 자막은 이랬다. 검은 화면에 하얗게 나타났다 천천히 사라지는 문장.     

ᅠ'세상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너무나 많이 일어난다. 설명할 수 없는 일들, 감히 우리가 알아서는 안 될 일들이. 이곳이 그 중 한곳이다.'ᅠ 




책 [무인도에 갈 때 당신이 가져가야 할 것] 중


[윤승철]

주로 사람이 많지 않은 곳들을 찾아다닌다.

키르키스스탄 대초원이나 사막, 아마존, 남극 같은 곳. 그리고 무인도까지.

대한민국 실크로드 탐험대 청년탐사대장으로 실크로드의 3대 간선을 모두 횡단했고, 히말라야에 올랐으며

세계 최연소로 사막마라톤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대한민국인재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 환경부장관상과 헌혈유공표창, 서울특별시장상, 경희대총장상, 박영석특별상 등을 수상했다.

지금은 한 달에 한 번 무인도로 떠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무인도섬테마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도움이 필요한 섬과 쓰레기가 많은 섬을 찾아 봉사활동을 하는 [섬마을봉사연합] 봉사단체를 운영하고 있다.

동국대학교에서 시를 전공했으며 저서로는 [달리는 청춘의 시](문광부우수도서), [여행이 좋아서 청춘이 빛나서](공저), [마음을 만지는 만지도], [실크로드 길 위에서 길을 열다](공저) 등이 있다.

현재는 무인도체험 및 생태 프로그램 운영과 기관 및 방송 자문, 섬봉사단체 운영에 매진하고 있다. 


*무인도섬테마연구소 : www.islandlab.co.kr

**섬마을봉사연합 : www.with-ivu.com

***유튜브 채널 : 무인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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