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년기 설여사 이야기
브런치스토리 작가가 된 설여사
올해 3월부터 매월 마지막주 토요일에 그달을 회고하며 글로 작성해 보는 글쓰기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달 글쓰기 모임에 브런치스토리 작가로 활동하시는 분이 참석하셔서
브런치스토리란 걸 처음 알게 되었다. 브런치스토리 앱을 설치하고 여러 작가들의 글을 읽으며 이렇게 작가가 될 수 있구나 하며 마음에 새기고 있었다.
지리산 다녀와 우울하고 모든 의욕이 사라지고 의기소침해진 나는 이번달 마지막주에 있는 글쓰기모임에 가기 싫었다. 글을 쓰는 게 나에게 무슨 의미인지, 열심히 사회활동도 하시고 수려한 문장으로 글을 잘 쓰시는 회원님들 사이에 나만 초라하게 일기 같은 글을 쓰는 게 갑자기 창피하게 느껴졌다. 참석하지 말까 하는 마음이 모임시간 임박까지 나를 괴롭혔다.
'갑자기 몸이 안 좋아서 참석할 수 없다고 할까?' 하다가 비겁하게 피하지 말고 오늘만 참석하고 그만두자란 생각을 하며 우울하고 초라한 마음으로 글쓰기 모임에 참석했다. 한 달 동안 있었던 일들을 적어보고, 발표하고 그것을 토대로 회고글을 쓰고 쓴 글을 발표했다. 이번달도 다들 수려하고 깊이가 있고 열심히 대외적으로 활동하신 흔적들을 글에 녹아 내셨다. 나는 고작 지리산 다녀와 남편한테 서운한 걸 적은 게 고작인데... 글을 발표하니 더욱 초라하고 부끄러웠다.
홀로 자격지심 중 오랜만에 참석하신 회원분이 브런치스토리 팝업전시회에 다녀온 이야기를 글로 적어 들려주었다. 그분 이야기 중에 내 심금을 울린 글이 있었다. '결국 쓰는 사람이 곧 작가다'란 말을 듣는데 눈이 번쩍 떠졌다.
'그래, 유식한 사람들만 글 쓰란 법 있나, 자신을 가감 없이 표현해서 글을 쓰는 게 중요한 거지.'
그분도 얼마 전 '결국 쓰는 사람이 곧 작가다' 말에 힘입어 작가등록을 했다며 나에게도 용기를 주었다. 제주에서 구입한 박순우 작가의 '아직도 글쓰기를 망설이는 당신에게' 책에도 '나만이 채울 수 있는 글을 쓰는 것, 글은 지식이 아니라 삶으로 쓰는 것'이라고 쓰여 있다. 글쓰기 모임 회원의 글과 응원, 박순우 작가의 책은 의욕도 없고 자격지심에 의기소침해 있던 나에게 브런치스토리 작가 도전에 용기를 주었다.
내향적이지만 도전적인 설여사는 지리산 산행 이야기와 혼자 제주도 여행 다녀온 이야기를 시작으로 미약하지만 진솔한 나의 갱년기 이야기를 써보기로 했다.
제주여행을 하고 온 그 주 토요일 작가신청을 했다. 일주일쯤 걸릴 줄 알았는데 월요일 저녁 작가신청이 완료되었다는 알림이 울렸다. 그동안 작성해서 저장해 두었던 글을 용기 내어 올렸다. 글을 올리고 얼마 안돼서 '작가님, 첫 글 발행을 축하드립니다'란 알림이 울린다. 그리고 계속 알림이 울린다. 뭐지? 하며 확인하니 '라이킷'했다는 알림이 계속 울린다. '라이킷'이 뭐야? 하며 네이버에 검색해 보니 내 글을 읽고 좋아요를 표현해 주는 거란다.
이렇게 빠르게 반응이 오는 게 신기했다. 라이킷 알람이 울릴수록 심장이 벌렁거린다. 뭐냐? 왜 이렇게 떨리는 거냐? 더는 안 되겠다 싶어 알람을 꺼버렸다. 퇴근해서 저녁밥을 먹고 있는 딸에게 브런치스토리를 아냐고 물어보니 그게 뭐냐고 물어본다.
"아니야~"하며 엄마가 작가로 데뷔했다고 딸에게 자랑하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쑥스러워 입이 안 떨어진다. 옆에서 TV를 보고 있는 남편을 흘끗흘끗 보며 말할까 말까 망설였지만 남편에게도 말을 못 하겠다. 당분간 비밀이다. 혼자 설렌다. 밤엔 잠도 오지 않는다. 다음 이야기는 어떻게 쓸까? 계속 머릿속에서 글들이 날아다닌다. 이러다 날새겠구나란 생각이 든다. 떠다니는 글들을 머릿속 한껸 서랍에 잡아넣어 봉인을 하고 잠을 청했다. 어느새 잠이 들었다. 꿈속에서도 내용은 생각 안 나지만 뭔가 신나서 웃었던 것 같다. 그렇게 자다 눈을 떴다. 새벽 5시다. 다른 날 같으면 이른 새벽 눈이 떠지는 갱년기를 원망하며 다시 잠을 청했을 텐데 오늘은 아니다. 작가는 새벽에 글을 써야 될 것 같다. 침대에서 나와 지난밤 머릿속에서 떠다니던 이야기를 꺼내 적어본다. 그렇게 설여사는 브런치스토리 작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