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치게 그리운 내 아버지 이성희님을 추억하며"
“태산 같은 내 아버지 이성희 님의 인생이야기를 시작하며”
평범하기 짝이 없는 이 이야기는 너무도 사랑하고 존경하는 내 아버지 필부 이성희 님에 대한 소박한 팔십 년의 인생이야기이자 2018년 7월 마지막날 오신 곳으로 돌아가시기 전 7개월간의 폐암이라는 몹쓸 병마와 치열하게 싸웠던 병상에서의 아름다운 마무리의 기록이자 막내아들과 병실에서 친구 하듯 함께 나누었던 자신의 인생이야기를 감히 적은 것이다.
2017년 말 이런저런 세파와 인생의 무게에 시달려 몸도 마음도 지치고 많이 힘들었던 어느 날 고향 포항 바닷가 호미곶면의 새천년관 전망대에서 뉘엿뉘엿 넘어가는 멀리 장렬한 해넘이를 보면서 아버지 당신의 팔십 인생이야기를 꼭 책으로 인생회고록으로 써주겠노라 굳게 약속을 했기에 행복한 마음으로 한발 한발 이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시작하게 되었다.
아들인 나도 다섯 가족을 건사하고 먹고살기 위해 쉼 없이 발버둥 쳐야 하며 가정을 돌봐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여건이 허락한다면 2018년 음력 9월 21일 당신의 팔순잔칫날을 기념해서 이 땅의 보통사람 필부로 살아온 내 아버지 필부 이성희 님의 평범했지만 치열하게 살아낸 인생 팔십 년에 대한 회고록을 꼭 작성해 주기로 마음먹었었다. 그 엄중하고 소중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병상에서 혹은 서울과 포항을 오가면서 매일 나누는 전화에서 많은 이야기와 질문을 아버지에게 던지며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쓸 준비를 하게 된다.
안타깝게도 2018년 초 본격적인 집필을 시작도 하기 전에 예상치도 못한 아버지의 폐암말기 항암치료 고통의 시작과 여러 건강과 상황악화라는 어려움들을 마주하게 되면서 조금은 절박하고 조급한 마음과 매 순간 떨리는 손으로 시작을 해야 했고 그로부터 포항과 서울을 오가면서 힘들게 이겨냈던 7개월간 병상에서의 233일간의 이야기와 항암치료기간에 보고 느낀 이런저런 당신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적은 것이다.
당신의 건강을 되찾아 생전 팔순잔칫날 모든 가족과 일가분들과 좋아하는 지인들이 모인 자리에서 손수 자식의 의미 있는 선물로 드리려 했던 자신의 회고록이었음에도 초안조차 검토해주지 못하고 야속하게 내 곁을 떠나셨고 이제는 돌아가신 후 소리 없는 영전에만 받쳐야 하는 대답 없는 영물이 되어버렸으니 조금은 허무함과 기운 빠지고 보람 없는 일이 되었나 싶어 심한 아쉬움과 미련으로 다가온다.
사랑하는 아버지 당신께서는 기꺼이 그동안 살아온 팔십 인 생사의 이런저런 이야기를 아들에게 무용담처럼 진솔하게 전해주셨고 그럴 때마다 엷은 미소와 자신의 이야기를 행복한 얼굴로 추억하고 정리해 주셨다. 머지않아 아들이 모든 내용을 정리하면 꼭 자신이 제일 먼저 읽어보고 검수를 해주마 하셨던 약속도 이제는 결코 지킬 수 없는 꿈같은 일이 되어버렸다.
내 아버지 이성희 님의 이야기는 이 땅의 보통 아버지들이 힘들게 살아온 평범하기 짝이 없는 초라한 인생일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아들인 나에게만큼은 태산 같은 무게감과 절대불변의 고귀함에 저절로 머리 숙여야 할 만큼 그리고 사무치는 그리움과 한 없는 존경심을 이 순간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자신의 모든 것을 내려두고 온전히 가족들과 자식들만을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며 묵묵히 무거운 인생의 짐을 지고 힘겹게 버티고 살아가고 계시는 많은 내 아버지들께 진심 어린 감사와 한 없는 존경의 마음을 담아 감히 이 보잘것없는 글을 바친다.
아버지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