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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3일간의 동행 그리고 이별...(2)

예고 없이 시작된 아빠와의 대화...

"세상과 하늘은 늘 그자리에서 자신의 빛을 내고 있었다."

중국출장길에서 ...

2017년 12월 11일(월) 늦은 오후 중국 북경에서 출장 중이었던 나는 행사에 집중하지 못하고 온통 신경과 생각은 휴대전화에 가있었다. 불길하고 찝찝한 예감은 늘 예외 없이 퍼즐이 맞아 들어가듯 들어맞고 그렇게 흘러가는 법인가 싶은 마음에 그렇게 중요한 행사 중임에도 불길한 마음을 도저히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 조바심과 걱정이 극에 달하던 그때였다. 어둑한 저녁이 다 되어갈 무렵 집사람의 문자가 날아들었다. 두렵고 두근거리는 마음을 억 누리며 떨리듯 숨을 멈추고 읽어 내려간다. 숨이 막힐 듯 눈이 충혈되고 가슴이 먹먹해진다.   

자기야! 오늘 분당서울대학교병원에 아버님 어머님 모시고 갔다 왔는데 아무래도 아버님 상황이 좋지 않으신가 봐 어떡해? 포항병원에서 찍은 영상자료며 진료기록지 다 등록하고 담당교수님 만나 뵈었는데 의사 선생님이 병실을 잡아 드릴 테니 아버님은 내일 다시 입원수속하시고 CT랑 MRI도 찍어보고 몇 가지 조직검사 등 정밀검사를 확실히 해보자고 하시네... 걱정이다. 지방에서 찍은 영상자료와 진료기록지 만으로는 좀 정확히 판단하시기가 그런가 봐.. 그래서 알았다고 그러자고 했어.. 내일 다시 모시고 와야지 뭐! 그리고 자기 해외출장 마치고 귀국하는 대로 조영재 담당교수님이 결과 볼 때는 꼭 아버님과 보호자 아드님이 함께 병원에 좀 와달라고 하시는데 느낌이 별로 좋지가 않아서 참 걱정이네... 아버님 큰 병이면 어떡해? 출장 잘 마치고 조심해서 와! 


머리를 심하게 얻어맞은듯한 날벼락같은 소리에 가슴이 쿵쾅거리고 심장 뛰는 소리가 크게 느껴지고 머릿속으로 메아리치듯 들려왔다. 한 참을 멍하니 머릿속이 텅 빈 느낌으로 서 있었고 문자를 또 보고 또 읽었다. 불길함과 불안함 공포가 엄습한다. 마음을 가다듬고 평소처럼 아무렇지 않은 듯 집사람에게 국제전화를 걸었다. 집사람이 전화기 너머로 울먹거리며 심장을 후벼 판다. 평소처럼 왜 울고 그래? 일단 좀 지켜보자 무덤덤하게 알았다 오늘 수고했다고만 말해주고서는 옆에 계시던 아버지를 바꿔 이상 없을 테니 너무 걱정 마시라 별거 아니라고 위로와 안부를 덤덤하게 전했다. 그리고 평소처럼 애들 세녀석은 별일 없냐고 퉁명스럽게 묻고서는 손이 떨려 속히 전화를 비겁하게 끊어 버렸다. 


올 것이 온 것인가? 느닷없이 힘들게 참았던 눈물이 주르륵 흐른다. 왜 이러지? 지금 상황에서 이건 아닌데...
아들아! 하고 불러주는 밝은 목소리의 아버지 음성이 더 애절하게 다가왔다. 아버지는 며칠 전부터 심한 스트레스에 피로가 겹쳐 몸이 좋지 않으시다며 고향 포항에서 병원을 찾으셨다가 검사를 몇 가지 했고 담당의사가 진료의뢰서를 써줄 테니 서울의 큰 병원에 한 번 가보시는 것이 좋겠다고 하여 급하게 해외출장 출발 전 평소 엄마와 다니시던 분당서울대병원으로 예약을 잡아드리고 나는 중국으로 출장을 와야 했고, 두 분은 KTX기차로 올라오셔서 집사람이 마중 나가 모시고 엄마가 심장수술을 하시면서 인연이 된 분당서울대학교병원으로 진료의뢰서를 들고 가셔서 오늘 진료를 받고 오신 것이다. 


불필요한 상상을 바보처럼 하지 말고 차분히 정밀검진을 다시 받고 이상 없음을 확인받으면 족할 텐데 무슨 걱정이냐고 아버지와 평소 매일 통화하면서 나누는 일상의 말처럼 통화하며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 위로해 드리고서 집사람에게 내일 입원검사를 다시 잘 도와 드리라고 수고해 달라고 힘겹게 말을 전하고 멍한 마음으로 숙소인 호텔로 돌아왔다. 일행들이 왜 저녁도 안 먹고 뭔 일이냐고 물어대지만 그냥 좀 피곤해서 먼저 쉬고 싶다고 말해두고 일정이 마무리되자마자 올라와 혼자만의 긴 상념에 잠겨 밤을 새워야 했다.


시작은 그때부터였던 모양이다. 머릿속은 하얗게 변하고 온통 불길한 생각과 이상한 바보 같은 상상을 하면서 계속 무너져 내렸다가, 슬펐다가 스스로 위로를 했다가 변덕스러운 바보 같은 생각들에 사로 잡혀 한 참의 시간을 보내야 했고 넋이 나가 저녁밥도 먹지 않고 보냈던 모양이다. 큰 병이라고 하면 어쩌지? 지금처럼 자식들의 일로 부모님 모두가 아프고 힘든 시기에 나도 아버지도 참 힘든 시기인데 말이야.. 그렇게 시작된 아버지의 검사와 진료는 3일간 더 여러 검사가 연장되면서 출장복귀하는 순간까지 사람의 피를 말리고 있었다. 


그렇게 며칠간 집사람이 부천에서 분당까지 광역버스를 타고 오고가며 돌봐드리면서 정밀검사와 조직검사까지를 마치셨고 사흘이 넘게 흘러 중국 출장에서 복귀한 나는 곧바로 김포공항에서 아버지가 입원 중이신 분당서울대학교병원으로 차를 몰아 달려가야 했다. 이제 모든 검사는 끝났고 오늘 퇴원하셨다가 며칠 뒤에 모든 결과가 나오면 최종 면담을 다시 하기로 되어 있었다. 퇴원준비를 마치고 짐가방을 챙겨 병원 현관에서 아들을 기다리고 계시는 조금은 지친듯한 두 분의 모습이 저만치 눈에 들어왔다. 마음을 진정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가 않아 잠시 멈칫하고 호흡을 가다듬고서 아무 일 없는 양 달려가 인사를 하고 짐가방을 건네어 받았다. 아버지! 며칠간 검사받느라 고생하셨네!! 엄마도 따라다니느라 고생했고 아버지 너무 걱정 마세요.. 별일 아닐 테니까요. 집으로 가서 맛난 저녁이나 먹어요 생각해 둔 말을 순식간에 쏟아내듯 말하고 얼른 돌아섰다. 

계속 아버지 얼굴을 보고 있으면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만 같아 얼른 짐을 빼앗아 차를 가지고 현관으로 올 테니 병원입구에 나와 있으라고 말해두고 달리듯 돌아서 나와 버렸다. 지하 2층 승강기 앞에 내려 한 참을 혼자 미친놈처럼 서글피 울다가 간신히 마음을 진정시키고 두 분을 모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오는 내내 조잘대며 불필요한 이야기를 해대며 부천 우리 집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시작된 아버지와의 나의 대화는 진지하게 때로는 친구처럼 차분히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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