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야 하는데 아직 보내지 못한 오빠.
2023.11.25.
토요일 저녁 초대를 받고 우리 세 식구가 향한 곳은 지인의 결혼식장이었다. 일반 결혼식과는 사뭇 다르게 모이는 시각부터 분위기가 평범치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남녀노소의 '노'가 빠진 이색적인 결혼식장의 분위기는 왠지 나를 더 젊은 나로 착각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약속된 시간이 되자 코스요리를 시작으로 자유로운 분위기로 'up' 시키더니 신랑신부가 나와 짧은 인사말을 건냈다. 그리고 준비된 하객들의 축가와 축사로 예식을 이어갔다. 스몰웨딩이란 이름에 걸맞게 사치스럽지도 요란스럽지도 않았다. 그런 분위기에 흠뻑 빠질 무렵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전화기에서 진동이 느껴졌다.
더 빛날 누군가와 그 빛이 꺼진 누군가의 교차점.
"여보세요" 하며 전화기를 들었다. 전화를 건 사람은 남동생이었다.
"누나? 누나 어디야?" 동생의 목소리는 다급했으며 음성톤이 일반적이지 않았다.
"왜? 누나는 지금 결혼식장에 와 있는데 무슨 일 있어?"
"누나_______ **형이 죽었데."
"뭐? 누가 죽어?" 처음엔 동생이 하는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누나, **형이______ 죽었데!______" 그 말 끝에 동생은 울음을 터트렸다.
그제야 난, 우리 사촌오빠가 사고로 안타깝게 죽음을 맞이했다는 사실을 인지했고 동시에 소름이 돋았다. 하지만 사고로 죽었기 때문에 바로 장례절차를 진행할 수 없으니 조사 끝에 상황보고 연락을 준다는 말에 전화기를 내려놓았다. 맘은 당장이라도 달려가고 싶었다. 그러나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어 기다림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만나서 밥도 먹으며 멀쩡히 이야기 나누던 오빠에게 이게 뭔 일인가 싶어 나는 답답하기만 했다. 믿어지지가 않았다. 축하를 하러 간 결혼식장에서도 이미 감정을 감추고 있기에는 역부족 상태가 되어 버렸다. 분위기를 망치고 싶진 않아 신랑신부에게 인사도 못하고 조용히 빠져나왔다. 누군가에는 더없이 빛 날 오늘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슬픔의 날로 기억될 운명의 장난 같은 순간이었다.
연락을 기다리며 일단 옷이라도 갈아입을 목적에 집으로 향하는데 그렇게 허망할 수가 없었다. 죽음이라는 게 어떤 것이며 죽음의 상황이 주변 가족들과 지인들에게는 어떤 의미로 다가갈 것일지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죽어도 잘 죽어야 한다는 것'이 무슨 뜻으로 나온 말일지 가늠하게 되는 순간이릴까?
헤어지기 연습기간 3일.
그렇게 오빠의 장례식은 시작되었다. 믿어지지도 않고 믿고 싶지 않은 순간이지만 오빠와 헤어지는 인사를 나누는 공식적인 시간이다. 어떻게 인사를 할까? 당황스러운 감정을 정리하며 갔지만 장례식장에서 오빠의 영정사진을 대하는 순간... 굳게 다잡고 간 나는 이내 무너지고 말았다. 오빠의 죽음이 믿어지지 않아서만이 아니다. 얼마나 힘들었을까를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하고 남은 식구들이 오빠를 그리워할 마음을 알기에 우리는 같은 마음을 나누며 서로 부둥켜안고 한참을 울었다. 허망한 죽음 앞에 원망도 하고 안타까움에 탓을 하다가도 결국 그리움이라는 감정 앞에 같은 눈물을 흘리며 오빠와 그렇게 헤어지는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다. 누가 헤어지는 시간을 3일로 정한 걸까? (너무도 짧지 아니한가!)
오빠가 신경 써준 거 잊지 않을게.
오빠는 가족 모두를 찬찬히 챙겨 줬었다. 그것이 배려인 줄, 관심인 줄 모르고 때론 부담스러워할 때도 귀찮아할 때도 있었음을 후회하며 미안한 맘에 오빠가 더 그립다. 내가 뭘 하면 잘한다고 칭찬의 말도 격려의 말도 아끼지 않았던 오빠. 건강하고 행복하라며 늘 축복의 말을 건네주었던 자상했던 울 오빠. 그런 오빠가 이제는 없다. 늘 그리 해 줄 것이라고 생각해 귀하게 여기지 못했던 내가 너무 부끄럽고 미안해 생각날 때마다 눈물이 난다.
그래서 오늘도 오빠를 보내지 못했다.
오빠야, 우리 그냥 천천히 헤어지자.
그동안, 잘 챙겨줘 고마웠어.
그런데 나는, 그러지 못해 미안해 ~~ 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