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영에서 징용으로 1

by Branmaker 박중규

8추억 1


나는 경달에게 그 연유를 물어보았다. 그러자 경달은 그 댁 사정을 자상하게 말해 주었다. 그 댁 둘째 아들이 일본 징용에 가게 되었다고 했다. 다시 말하자면 갑산댁 태방우가 강제 모집에 끌려가게 되었으니 가족들의 마음이 편할 수가 없다. 그 강제모집도 정식으로 태방우 앞으로 나온 것이 아니다. 경달의 말에 의하면 화수동 마을에 한 사람이 나왔는데 아무도 지원하는 사람이 없어 부득불 심지 뽑기를 했다는 것이다. 심지 뽑기를 한 결과 의외에도 또다시 태방우가 걸려들었다. 그래서 그 집 식구들은 그것이 걱정이 되어 방 안에서 의논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태방우 대신 그 댁 큰 아들 덕리가 갈지도 모른다고 경달은 말했다.


그래서 나는 그 댁 방문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큰소리로 말했다. "이 집에는 낮에 방문을 닫아 놓고 머하노? 소 잡아먹을 궁리라도 하는 거야?" 하였다. 그러자 방문이 열린다. 내가 장가를 들기 전 같으면 어림도 없는 언질이다. 그러나 이제는 무슨 소리를 하여도 무관한 처지이다. 그 댁 아들은 나에게 처남바리가 되고 그 댁 며느리는 처남댁이다. 그러므로 내실에 들어가는 것도 내 집같이 무상출입이다.


나는 얼른 뜰 위에 올라서서 그 댁 방안을 들여다 보았다. 그 방안에는 그 댁 식구들이 죄다 있었다. 그런데도 그분들은 걱정을 해서 그런지 한 사람도 없는 것처럼 조용했다. 다들 방안 여기저기 누워 있다가 나를 보더니만 "아이고 이거 박서방 아이가" 하면서 일어난다.


나는 불문곡직 방 안으로 들어갔다. 큰 아들 덕리는 베개 목침 등을 안쪽으로 슬슬 밀어 치우며 "이 사람아, 어떻게 이렇게 나왔나. 그리 앉게." 하였다. 나는 윗목에 가서 앉았다. 그리고 차례로 인사를 하였다.


그러자 그 댁 할머니가 "이 사람 박서방 보레. 이런 일도 있나. 자네도 알다시피 우리 방우는 일본 탄광에 가서 있다가 금방 나오지를 않았는가. 그런 사람을 또다시 보낸다고 하니 이것 어디 말이나 되는 말인가? 그것도 남이라면 또 모르지." 하고 노안이 젖어 있었다. 그러자 당자인 태방우는 "아이고 참 어머니 모처럼 놀러 온 사람에게 괜히 쓸데없는 소리를 하노." 하며 어머님을 나무란다. 이제는 무슨 말을 하더라도 다 소용이 없다는 그 말이다. 허나 태방우의 기색은 그리 좋지가 않다. 태방우뿐만 아니라 그의 처 역시도 깊은 시련에 빠져 있는 듯 초조한 기색이 역력이 드러났다.


그리고 전자 같으면 내가 들어가기가 바쁘게 희담을 걸어왔는데 이날에는 아주 맥이 빠진 사람 모양 풀이 죽어 있었다. 뿐만 아니다. 큰 아들 덕리 내외도 수심이 가득 찬 우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그것이 기회임을 알고 우스갯소리 비슷하게 태방우에게 이렇게 말을 했다. 자네 탄광 모집에 들어갈 의향이 없거든 그 탄광 모집장을 나를 주게나. 내가 대신 갈터이니까.


그러자 누구보다도 먼저 그 댁 할머님이 이 사람 박서방 그것이 참말인가? 그렇게 해준다면야 얼마나 좋을고 하셨다. 그러나 그 댁 식구들은 아무도 내 말을 믿으려고 하질 않았다. 군사훈련을 받고 있는 사람이 탄광 모집에 들어간다는 것은 말도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모두가 하나같이 "아이고 어머니도 그 사람의 말을 참인 줄 압니까. 웃을라고 그저 해보는 소리지." 한다. 당시 내 형편으로서는 사실 그렇다.


그분들의 말이 일리가 없는 말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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