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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관희 Feb 17. 2024

오늘은 아이들에게 소리 안 지르게 해 주세요

교실 들어가기 직전 나만의 기도

오늘은 아이들에게 소리 안 지르게 해 주세요. 저랑 아이들이 교실에서 행복한 하루를 보내고 돌아가게 해 주세요.


한 동안 출근하여 교실 문을 열고 들어가기 직전 내가 했던 기도이다. 오늘은 제발 아이들에게 소리를 지르고 싶지 않았다. 오늘은 제발 내 교실에서 내가 큰소리로 아이들에게 무섭게 구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나도 아이들도 서로 힘들었다. 


한평생을 살아오면서 내가 이렇게 무서울 수 있을까? 작년에 우리 반 아이들과 있으면서 처음 나에 대해서 깨달은 시간이었다. 나는 생각보다 굉장히 무섭게 화를 내고 목소리 컸다. 사실 나의 인상은 순둥순둥하고 되게 착한 이미지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 이미지와 상반되게 반 아이들에게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우리 반에서 어느 날 멸종위기동물 관련해서 그림책을 읽고 감상문을 적는 활동을 했었다. 아이들이 책을 읽고 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우리 반에 한 아이가 크게 외쳤다.


선생님! 여기 선생님이 있어요. 시베리아 호랑이랑 선생님이랑 똑같이 생겼어요. 호랑이 선생님이에요.


그 말을 듣고 너무 웃겨 내가 왜냐고 물어봤더니 화를 냈을 때 무서운 게 호랑이 같다고 말했다. 속으로는 괜히 조금 미안했다. 


그리고 또 어떤 날에는 하도 아이들이 말을 안 들어 반 전체를 크게 혼낸 적이 있었다. 그러자 쉬는 시간에 한 여자 아이가 내게 오면서 울었다. 


선생님 화낼 때 너무 놀랐고 무서웠어요.


한 동안 그 아이를 계속 달래주었다. 이 아이 때문에 화가 난 것이 아닌데 계속 화를 내는 내 모습이 너무 싫었다. 또 한 번은 어떤 아이가 나에게 와서 이렇게 말했다.


엄마한테 혼날 때가 제일 무섭고 그다음이 선생님이에요.


여러 시행착오를 겪는 중이었던 나에게 아이들이 나를 무섭다고 말할 때마다 가슴에 멍울이 계속 생겼다. 처음에는 방법을 몰랐다. 그저 화를 내면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화를 내면 낼수록 나의 가슴에는 멍울이 계속 생겼고 나 역시 화를 내고 혼내는 것에 지쳐갔다. 


이때 내가 종종 떠올린 것이 내가 임용고시 2차 시험 면접 때 답변한 것을 떠 올리곤 했다.


아이들이 오고 싶어 하는 학교 행복한 교실로 만들겠습니다.


저 말을 나는 지키지 못했다. 정작 선생님인 나부터 학교를 오기 싫게 교실을 만들었으니 나의 잘못이 컸다. 이 전의 글에도 썼었지만 이 쯔음부터 다양한 시도를 해보았다. 효과가 있는 것은 계속하고 없는 것은 계속 수정하거나 없애는 등 나를 위해 또 아이들을 위해 많이 부딪혔다. 그러더니 1년이 지나자 아이들도 나도 어느새 안정이 되어있었다.


어느새 아이들은 내가 출근하는 시간에 맞춰서 마중을 나와주었다.

어느새 아이들은 내가 말하는 것을 잘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어느새 나는 학교에 가는 것이 별로 두려워지지 않았다.


나는 내가 스스로 성장했다고 생각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나를 성장시킨 것은 나 스스로가 아니라 아이들이었던 것 같다. 나를 발견하고 나를 받아들이고 아이들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 그 순간에 나와 아이들은 같이 컸다. 


아직 행복한 교실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이제는 더 이상 교실 문 앞에서 했던 기도는 하지 않고 있다. 그것에 감사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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