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 도망가지 말아야 한다. 잡아라 그것이 곧 기회다.
나는 대학교를 두 번 다녔다. 하나는 19살때 수능을 보고 들어간 일반 대학교 경제학과였고 다른 하나는 23살때 군 제대 후 수능을 다시 보고 들어간 교육대학교이다. 결과적으로는 두 번쨰 대학교를 다니고 임용고시에 합격을 한 후 교사 일을 하고 있다. 두 번째 대학교에서 하나 과제를 받은 것이 기억이 났다. 인생에서의 터닝 포인트를 글로 쓰는 에세이 식의 과제였다. 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는 무엇일까 곰곰히 생각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리고 지금 생각해봐도 내 인생의 전환기는 군대였다. 그것은 지금도 부정할 수 없다. 그 에세이에 내가 이렇게 썼던 것이 기억난다.
21살에 군대를 가기로 한 것은 그 나이대면 누구나 가야해서 간 것이 아니었다. 나는 도망가고 싶었다. 피하고 싶어서 일종의 회피책으로 군대를 선택했다.
그 당시 20살의 나는 극심한 학벌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집안의 경제적 상황 역시 많이 좋지 못했다. 학교 역시 너무 마음에 들지 않아서 과만 보고 간 학교였다. 학점은 말할 것도 없었고 학교 사람들이랑 그렇게 잘 어울린 것도 아니었다. 솔직히 마음 둘 곳이 없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 지 몰랐다. 나는 공부를 잘하는 사람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젊음을 즐기며 신나게 잘 노는 사람도 아니었다. 그저 시간에 내 몸을 맡기며 살았다.
그나마 나는 저녁 시간대 편의점 알바를 하면서 용돈을 벌었다. 술취한 손님들을 경찰 불러서 집에 보내기도 했고 어떤 사람은 내가 마음에 안든다고 나를 때리려고도 했다. 한 6개월 일했나. 내가 너무 아파서 하루 쉬었더니 다음 날부터는 편의점에 나오지 말라고 했다. 다행히 다니던 학원에서 조교 알바 자리를 주어 그일을 하여 용돈을 다시 벌 수 있었다. 근데 최저시급을 받고 거의 매일 학원 의자를 혼자서 100개씩 날랐다. 쉬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힘든 일이었다. 또 군대를 간다니까 나에게 그나마 주던 최저시급도 주지 않고 학원 이삿짐을 혼자서 옮기는 일을 시켰다. 그런 인생을 20살에 살았다.
사람이 본인의 의견을 말하지 못하고 더군다나 적당한 대우도 받지 못한다면, 그렇게 단 몇번 만 상처를 받아도 자존감이 박살이 난다. 더군다나 나는 이미 입시라는 것에 실패한 패배자의 신분이었다. 스스로 생각하기를 말이다.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 지 몰랐었다. 도망가고 싶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군대였다. 나는 군대로 도망가기를 원했다. 내 인생을 사는 것이 무서웠고 아무생각도 없었고 자존감이라는 것이 바닥인 상황이었다. 그렇게 군대를 갔다.
결론 부터 말하자면 군대를 선택한 것은 내 인생의 전환기가 되었다. 사람의 인생에는 누구나 기회가 한 번씩 온다. 나에게 군대는 기회였다.
그 기회는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날 기회였다. 나는 그동안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지 못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