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관희 Feb 09. 2024

나처럼 도망가고 싶었던 사람에게

기회는 온다. 그것이 사람이든 타이밍이든 그 어떤 것이든 

  처음 자대 전입을 오고 군대 훈련병 시절을 끝내 놓고서 든 생각은 딱 2가지였다. 
 

 가지는 여기서 2년을 어떻게 버티지 진짜 x 됐네. 다른 한 가지는 나라는 사람은 정말 우물 안 개구리였구나.


 나는 군대를 공군으로 지원하여 입대하였다. 그 당시 군대에서 복학 시기를 맞추어 제대를 하고자 하는 열풍이 불었고 좀 더 편하고 자기 시간이 많이 났으면 좋겠으면 하는 심정으로 공군의 지원률이 꽤나 높았다. 내가 지원할 때만 해도 공군은 수능점수와 고등학교 내신 점수를 가지고 지원했다. 그렇다 보니 그 당시 공군에는 고학력자들이 많이 지원을 했다. 


 신문기사에도 났던 것이 기억난다. 1600명의 훈련생 동기들 중 약 400명이 넘는 동기들이 인서울권 상위 대학 고학력자였다. 지금도 생각나는 것이 머리를 빡빡 깎은 같은 소대 내 훈련생 10명 중 3명이 연세대, 2명이 고려대, 1명이 성균관대를 다니고 있었다. 그 당시의 나는 대학교의 위상이 전부인 줄 알았기에 그 후광이 너무 커 보였다. 


 그래서 나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구나라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그것은 나에게 나 자신을 깎아먹는 독약이 아니라 내가 다른 것을 할 수 있게 해 준 자극제였다. 그 생각이 독약이 아니라 자극제가 된 것은 내가 운 좋게 좋은 사람들을 자대에 가서 만나게 된 것이기 때문이었다. 나의 동기들을 만난 것. 그것이 내 인생의 기회였다. 누군가는 그것이 무슨 기회냐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오로지 `나`에게 있어서 그것은 기회였다. 


 자대 배치를 받고 나서 동기 생활관을 쓰게 되어 나는 11명의 동기들을 만나게 되었다. 물론 군대에 있으면 중간에 이상한 사람, 힘든 사람도 있었지만 내 동기들은 단 한 명도 빠짐없이 좋은 사람들이었다. 자대에 배치되어 같이 고생하고 같이 웃고 같이 놀고 같이 훈련받는 과정들은 나에게 처음으로 소속감과 안정감 그리고 성취감을 주었다. 솔직히 이전까지는 단 한순도 느끼지 못했던 감정들이었다.  


 또한 정말 운 좋게 나는 군대에서 교육병이라는 보직을 받게 되었다. 쉽게 말해 군대 내에서 하는 모든 교육활동들의 책임자 및 운영자가 된 것이다. 이러한 보직을 받다 보니 책임감도 생겼고 맡은 바 임무를 하고 나서 얻는 성취감도 얻게 되었다.


 누누이 말하지만 내가 이렇게 군대에서 성장하게 된 것은 나의 동기들 덕분이었다. 동기들과 함께 있을 때 너무 즐거웠고 누구 하나 빠지지 않고 착한 성품을 가지고 있어 나에게 너무 큰 힘이 되었다. 만약 내가 군대에서 사람 때문에 힘들고 다시 의지할 곳이 없고 그랬다면 나는 무언가를 할 수 있는 힘을 가지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나에게는 의지할 동기들이 있었고 그 속에서 내 안에 힘이라는 것이 생겼다. 변화할 힘 말이다. 


 그 힘을 바탕으로 나는 내가 우물 안 개구리라는 것을 받아들였다. 나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라는 것을 받아들였다. 그래서 그 받아들임을 바탕으로 내가 변화되고자 마음을 먹었다. 군대에서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는 것 자체로 나에게는 변화를 준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그리고  그것을 시작할 수 있는 힘이 되었다. 


 그 변화는 내가 군대에 있는 고학력의 동기들 선후임들처럼 나 역시 고학력자가 되겠다는 마음을 먹게 했다. 도망쳐서 온 군대에서 나라는 사람은 이제 도망치지 않고 변화를 꿈꾸고 실행했다.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군 복무 중 나는 수능을 다시 봤지만 맘처럼 쉽지 않았다. 그러나 제대 후 그때 가졌던 힘을 바탕으로 다시 수능을 봤고 어떻게 교육대학교에 합격을 하여 지금 여기까지 왔다. 나의 인생이 달라진 것이다.


 이 글을 읽으면서 기회가 정확이 무엇이지?라고 느끼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혹은 그것이 무슨 기회냐 더 좋은 직업을 가지는 것, 더 좋은 투자, 더 많은 재물을 가지게 하는 것이 기회 아니냐?라고 말할 수 있다. 물론 그것도 기회가 맞다. 하지만 내가 말하는 기회는 나와 같이 스스로 아무것도 못하고 그저 인생에서 도망가고 싶었던 사람들에게 말하는 변화의 기회이다.  


 변화할 수 있는 기회는 누구나 인생에 한 번쯤은 온다. 나 같은 사람도 기회가 왔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그 기회는 아마도 평생 올 것이다. 나 역시 또 누군가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인생은 아무도 알 수 없으니까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그러나 단 한번은 전환기가 온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