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성원 간의 존중과 존경...
여태까지 나는 두 커플을 소개해서 결혼까지 성사시킨 경험이 있다. 한 커플은 무난하게 결혼까지 골인했지만 나머지 한 커플은 나처럼 사연이 많았다. 상견례까지 하고 양가 부모님도 만족했지만 예상치 못한 곳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남자측 어머님이 결혼 전에 사주를 봐야 한다면 한 곳을 골라 사주를 풀어봤는데 결과는 상극이었던 것이다. 결혼하면 1년 내에 남자가 급사한다는 것이다. 혹시나 해서 두번째 점집을 가봤는데 거기에서도 이유도 말하지 않고 절대 결혼하지 말라고 했고, 세번째 점집 역시 남자에게 큰 액운이 닥친다는 말만 계속 할 뿐이었다. 결국 남자측 어머님의 결사 반대로 둘은 헤어졌지만 간간이 연락을 나누다가 1년여가 지나고 나서 부모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혼을 해버렸다. 지금은 아들 둘을 낳고 잉꼬부부로 10년이 넘게 잘 살고 있는게 반전 아닌 반전이다.
연구소 만의 문제가 아니라, 회사를 경영해보면서 각 헤드의 역할과 상호관계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헤드가 적극적이고 합리적으로 일을 처리하면 그 조직원들도 일사분란하고 건전하게 움직이는데 반해, 헤드가 개인적 혹은 자기 조직의 이익만을 목적으로 일을 처리하면 그 조직원들도 삽시간에 물들게 되고 정치적으로 움직이는 것을 많이 봐 왔었다. 각 조직의 헤드 간에, 또는 조직 내의 헤드 간에 서로 존중하고 상대방의 실력을 존경하지 않는다면 기본적으로 통합된 문화와 성과를 이끌어내기가 정말 힘들어진다.
그래서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조직의 장인 연구소장을 뽑는 것은 내게 가장 우선적인 일이었다. 소개받은 후 눈여겨봤던 제약사 출신의 A 박사님을 만나서 설득을 시작했지만 본인에게 아직 옮길 만한 계기가 없었고 타이밍도 맞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눈을 돌려 벤처로 이직을 준비 중인 B 박사님을 소개받아 만나기로 했다. 이미 그 벤처와 처우 협상도 마무리하는 시점이라고 들어서 마음이 급했고, 그 분이 짬을 낼 수 있는 토요일에 우선 만나기로 했다. 전날 포항에 일이 있어 1박을 하고 아침에 서둘러서 차를 몰고 약속시간에 조금이라도 늦지 않기 위해 쉬지 않고 달려왔고 투자기관이 아닌, 합류시키고 싶은 인재를 위해 사업계획서를 띄워서 사업계획과 글로벌 경쟁력, 그리고 비전에 대해 정성껏 설명을 드렸다. 이미 처우 협상을 마무리하던 그 벤처의 실상과 단점에 대해서도 정성껏, 그리고 적나라하게 설명을 드렸다. 그 벤처에게는 정말 미안하지만...
A박사님은 결국 합류를 결정했고 연구소장으로서 많은 일을 함께 시작해나갔다. 나중에 같이 일하던 와중에, 당시 합류를 결정한 이유를 물어보니 회사의 비전과 연구개발에 대한 솔직하고 진지한 태도, 즉 도출되는 실험 데이터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판단하는 건전한 회사 문화를 지향하는 것이 결정적이었다고 했다.
문제, 아니 기회는 그 다음에 또 발생했다. 이번에는 처음 얘기를 나눴던 B박사님의 상황이 급박하게 바뀌어서 우리 회사의 합류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고 나는 다시 만나면서 열심히 설득 작업과 비전 제시를 했고 결국 그도 합류를 결정하게 되었다. 다만 이미 연구소장의 위치가 채워진 상황에서 연구부소장의 위치를 제안했고 그도 받아들였지만 연구소장과의 관계가 잘 정립될지 무척이나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다행이도 걱정했던 일은 전혀 벌어지지 않았고 내가 따로 뭔가 조치를 취할 필요도 없었다. 바이오, 합성 분야에서 각자 전문적, 적극적으로 역할을 수행해 주었고 상대방은 서로의 나이차에도 불구하고 믿고 맡길 수 있는, 서로 존중하고 존경하는 관계를 서서히 정립해 나갔던 것이다.
앞서의 사연 많던 친구 부부도 그렇고, 금술 좋기로 소문난 남성진 김지영 연예인 부부의 사례를 보더라도 서로를 평생의 반려자라 여기고 잉꼬부부로 지내는 가장 큰 이유는 서로에 대한 존경심이었다. 회사는 비즈니스적 관계만으로 돌아가는 기계적인 조직이 아니고, 인간 관계에 의해 업무의 효율성과 성과가 크게 영향을 받는 또다른 사회 조직일 뿐이다. 나 또한 부문별 헤드 뿐만 아니라 우리 연구원, 직원들에게 항상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고, 그들을 존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