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동료 직원이 육아휴직을 시작했다.
결국 나 혼자 남았다.
이제 이 회사의 인사, 총무, 경영기획, 채용, 노무, 페이롤 등 모든 대소사를 나 혼자 하게 됐다.
좋은건가 나쁜건가. 모르겠다.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버텨낼 수나 있을지 모르겠다.
어느덧 3년차. 이 회사에서의 3년 3개월은 퇴사가 마려운 매일의 연속이었다.
내가 입사하던 때에 이 팀에는 2가 있었다. 편의상 직원 명을 2로 하겠다. 오늘 육아휴직 떠난 직원은 1. 나는 3.
2는 나보다 12살이나 어린, 야망이 넘치는 어린 친구. 1이 당시 육아휴직을 가면서 신규로 채용한 인물. 그리고 1이 육아휴직 떠난지 5개월 정도 될 때 내가 입사해서, 나랑 2가 함께 근무를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2의 야망, 욕심, 무례함, 개념없음, 경계선넘음 등으로 인해 영혼 밑바닥부터 고통 속에 살았다. 나를 채용한 CEO는 인사팀의 전권을 2에게 맡겨버리고, 나의 운명도 띠동갑 2에게 맡겨버렸다.
일이란 것은, 단순히 월급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인간의 존재 이유이다. 일을 통해 자아를 실현하고 일을 통해 살아있음을 느낀다. 그런데 2는 모든 일을 혼자 하려고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단순노무, 짜치는 총무업무 들이었다.
나는 2보다 12살이나 많은 경력직이고, 2는 신입에 가까운 물경력의 소유자였는데, 이 코딱지만한 회사에서 대표의 마음을 사서 현재의 위치를 꿰찬 것이다.
그렇게 서러운 5개월을 보낸 후, 운명처럼 1이 복귀했다. 아직 육아휴직 기간이 많이 남아있었으나, 1 역시 야망녀였다. 대충 감이 오시나? 1과 2는 상극이었고, 둘 중 하나는 결국 패배해야만 하는 질긴 싸움을 하게 된다는 것을...
그것은 나에게 호재이면서도 한편으로는 끊임없는 정치질 사이에서의 눈치게임이 펼쳐지는 두려운 소식이기도 했다. 나는 그렇게 또 8개월 가량을 1,2의 싸움 속에서 매일을 버텨야 했다.
정말, 가족 때문에 버텨냈다.
그리고 1은, 결국 승자가 됐고, 작년 11월 2는 퇴사를 했다.
1과 나는 생각보다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 그러나 이미 1은 이 회사에서 정을 잃었고, 의지와 열정을 상실했다. 또 1년 가까운 시간동안 1의 심기를 잘 살피는 시간을 보내는 나.
1은 일을 하기 싫어했고 실제로 일도 없었고, 모든 일이 나에게 집중되어버렸으며,
그나마 마지막까지 하던 업무인 채용, 급여 등의 업무까지도 나에게 선물로 던져준 채, 오늘 드디어 꿈에 그리던 육아휴직을 떠났다.
1은 퇴사할 것이다 아마도.
나는 그렇게 버텨냈지만, 그 결과 나 홀로 남는 결과를 낳았다.
이제부터 펼쳐질 일들은 무엇일까.
기대가 되지 않는다. 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