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아들과 박물관 관람하기
시간이 흘러도 아이와 대화를 이어가려면 부단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아이가 자랄수록 그저 곁에 머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서로의 세계를 잇는 정교한 가교가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이번 상해 여정도 단순히 쉬어가는 시간이기보다 아들의 전공과 맞닿아 있으면서 흥미로워할 만한 것에 초점을 맞추어 계획해 보았습니다. 그 중 한 곳이 상해 도시박물관입니다.
상해는 지금 아주 흥미로운 실험 중입니다. 이름도 생소한 ‘디지털 트윈’이라기에 무얼까 싶었는데 알고보니 도시를 똑같이 복제해 만든 ‘가상 세계’가 현실의 도시와 나란히 존재하고 있더군요. 복잡한 전광판 위로 상해의 교통량과 에너지 소비량이 실시간 데이터로 흐르는 광경은 묘한 긴장감을 주었습니다. 아들은 현란하게 움직이는 데이터의 파동을 꽤나 진지하고 흥미로운 기색으로 지켜보았습니다.
“백 번 듣는 것 보다 한 번 보는 것이 낫다”라는 말처럼, 늘 책으로만 세상을 대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도록 아들의 홈스쿨링 시절부터 행동으로 보여주려 애써왔습니다. 책상 위에서 지겹도록 씨름하던 통계와 알고리즘이 실제 도시를 움직이는 실체가 되어 눈앞에 펼쳐지는 순간, 그것은 어떤 강의보다도 강력한 울림으로 다가왔을 겁니다. 추상적인 숫자들이 어떻게 거대한 도시의 질서를 만들고 효율성을 찾아내는지 실무적 가치를 체감하는 아이의 표정은 무척이나 흥미로웠습니다.
"내가 배운 게 이렇게 쓰이네요."
낯선 기술 앞에서 스스로 공부의 쓰임새를 찾아내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나중에 다시 책상 앞에 앉았을 때 무너지지 않는 '단단한 마음의 근육'이 되어줄 거라는 확신이 듭니다.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변해가고 있습니다. 아들도 그 속도에 겁먹지 말고 본인만의 보폭으로 뚜벅뚜벅 나아가 주길 바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