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팔짱을 끼고 걷는다는 것

11. 아들과 팔짱끼고 다정하게 걷기

by 행복한 홈스쿨링

상해의 스마트한 변화를 아들에게 보여주고 싶어 여행을 시작했습니다. 부모라는 자리가 늘 그렇듯, 이번에도 무언가를 보여주고 경험하게 해줘야 한다는 책임감이 앞섰지요. 그렇게 분명 아들을 위해 준비한 시간이라 생각했는데 돌아보니 제가 오히려 대접받고 온 기분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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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시작인 리무진 예약부터 낯선 타국에서의 길 찾기, 복잡한 중국 이심 설치와 생소한 알리페이 결제 그리고 무거운 짐들까지...예전 같으면 당연히 부모인 제 몫이라 여겼을 번거로운 과정들을 이젠 아이가 해내고 있었습니다. 덕분에 저는 그저 다 큰 아들의 팔짱을 끼고 천천히 걷기만 하면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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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 컨설턴트로서 수많은 시간동안 아이의 성장을 지켜봐 왔고, 홈스쿨링을 거쳐 대학에 가기까지 제 아들과 시간을 누구보다 밀도 있게 함께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보호자'라는 외투를 벗어 던지고 마주한 아들의 모습은 제가 아는 것보다 훨씬 더 자라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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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받는 것에 익숙했던 아이가 누군가를 보호하는 법을 배우고, 이끌어주는 존재로 서 있는 모습을 묵묵히 바라보고 있자니 많은 감정들이 지나가는 것 같았습니다. 굳이 말로 칭찬하지 않아도 아들의 듬직한 팔에 의지해 걷는 시간 자체가 제게는 더할 나위 없는 위로였습니다.


이제 군 입대까지 남은 시간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번 여행에서 보여준 아들의 의젓한 모습 덕분에 마음 한구석이 조금은 놓이는 것 같아요. 아들에게 무언가를 해주려 애쓰기보다 이제는 아들이 내어주는 자리에 기꺼이 머무는 연습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이가 자란다는 건, 부모가 짋어졌던 짐을 조금씩 나누어 드는 과정인가 봅니다. 고마우면서도 이제는 든든한 팔짱을 곧 놓아주어야 한다는 사실에 마음이 몽글몽글해집니다.

앞으로 오랫동안 아들의 팔짱을 끼고 걸었던 상해의 거리를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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