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천천히 마음 준비하기
참 오랜만에 이른 새벽의 공기를 마주하고 집을 나섰습니다. 아직 동이 트기도 전, 아들의 입영판정검사를 위해 병무청으로 향하는 길. 차창 너머로 흐르는 도심의 풍경은 고요했지만 차 안의 공기는 왠지 모를 긴장감으로 조금씩 밀도가 높아지는 듯했습니다.
군으로 향하는 문턱이 이토록이나 높고 복잡했나 싶더군요. 하나하나 거쳐야 하는 까다로운 절차와 서류들... 그 생경한 과정들을 지켜보고 있자니 아이를 사회에서 군이라는 낯선 공간으로 떠나보낸다는 사실이 비로소 피부에 닿기 시작합니다.
내내 의연한 모습만 보여주던 아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차 안에서 조심스레 고백하더군요. 실은 꽤나 신경이 쓰였는지 간밤에 잠을 설쳤다고요. 늘 듬직하게 제 자리를 지키던 아이였기에 그 작은 떨림이 제게는 더욱 깊숙히 스며들어 왔습니다. 아들도 이제야 '입대'라는 현실이 눈앞의 풍경으로 실감 나는 모양입니다.
문득 지난 고3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대입이라는 거대한 산을 앞에 두고 숨 가쁘게 달릴 때, 첫 신체검사를 통지받고 병무청을 찾았던 그날의 심숭생숭함 말이에요. 입시의 무게만으로도 충분히 버거웠을 아이에게 국방의 의무라는 또 다른 책임이 얹어지던 찰나의 표정을 저는 기억합니다.
모든 시작은 두려움을 동반하기 마련이지요. 막상 그 울타리 안으로 들어가면 누구보다 의젓하게 제 몫을 해낼 아이라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모의 마음이란 게 참 묘하죠. 머리로는 믿음을 보내면서도 아이의 어깨에 내려앉은 무게감을 함께 나누고 싶어 자꾸만 곁을 살피게 됩니다.
검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아들의 옆얼굴을 가만히 응시해 봅니다. 오늘 마주한 생경한 절차들이 아이를 조금 더 단단한 어른으로 만들어주겠지요. 남겨진 시간 동안 저 또한 천천히 마음의 채비를 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