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 일이나 유람을 목적으로 다른 고장이나 외국에 가는 일.
여행
명사
일이나 유람을 목적으로 다른 고장이나 외국에 가는 일
8시간 비행, 4시간 대기, 다시 4시간의 비행. 그리고 도착 비자를 받기 위해 또 2시간의 기다림. 그렇게 도착한 네팔의 첫인상은 "혼란" 그 자체였다. 내 전부라 할 수 있는 배낭은 공항 밖 길거리에 널브러져 있었고, 택시 기사와 온갖 장사치들이 겹겹이 나를 둘러싸며 달러를 외쳤으며, 코를 자극하는 매캐한 향 냄새가 이제 눈까지 자극하고 있었다. 몇 번이고 약속한 택시 비용에 턱없이 부족한 거스름돈을 받고 타멜에 내리자 이번에는 쉴세 없이 매연을 내뿜는 자동차들과 그 옆을 나란히 걷고 있는 소떼, 온갖 전선들이 뒤엉켜 쓰러질 듯한 전신주들과 그 위를 뛰어다니는 원숭이들.
그렇다. 난 지금 네팔에 있다.
세계의 지붕 히말라야를 품고 있지만 바다가 없는 곳, 부처가 태어난 곳이지만 인구 대부분이 힌두교인 곳, 그 인구보다 더 많은 신들이 있지만 의약품과 식량 부족으로 병원과 구호소 앞에 줄이 늘어선 곳, ‘산’이라는 단어가 없을 정도로 나라 전체가 높은 곳에 위치해 있으면서도 멕시코 시티를 밀어내고 세상에서 공기 질이 가장 안 좋다고 기록된 곳. 이렇게 이중적이고 혼란한 곳에 서 있자니 묘하게 나와 어울린 다는 느낌도 든다. 겉으론 웃으면서 착해 보이려 별짓 다하지만 마음속으론 칼을 갈며 비웃음을 짓고 있는. 항상 그랬다. 모태신앙으로 교회에서 살다시피 한 적도 있지만 신을 믿지 않았고,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다고 입으로는 말하지만 정작 나와의 대면에서 치열한 적은 없었다.
어차피 여행이란 돌아갈 곳이 있을 때만 허용되는 단어다. 한 달이란 시간 동안 내가 이곳을 전부 이해하거나 무언가 큰 뜻을 찾을 가능성은 전무하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궁금한 것이 무엇인지, 궁금해해야만 하는 것이 무엇인지만이라도 찾을 심산으로 어깨끈을 잡아 본다.
지금 난 네팔에 있다.
-여행: 어떤 것에 대한 정답이나 해결책이 아닌 또 다른 물음표를 찾기 위한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