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엔 여린 벚꽃 잎이 흩날리고 있으나 아직도 사람들은 봄 옷이 아닌 두툼한 옷을 입고 다닌다. 4월이면 봄 옷을 입고 소풍을 가고 싶지만 잦은 비와 강한 바람으로 야외활동이 어렵다. 자가용으로 사무실까지 40분 거리인 송태만은 오늘도 심현실 과장에 대한 불만이 가득하다. 심현실 과장은 43세이고 관리자로 공채로 직장을 시작했고 평균적으로 승진했다. 송태만의 나이는 46세이고 사원으로 시작해서 12년째 승진에서 밀리고 있는 상태이다. 그는 현재의 본인 상황만으로도 지쳐 있는 상태이다. 그가 이 부서로 처음 왔을 때 업무가 서툴렀고 이에 대해 심현실 과장은 관대하지 않았다.
모든 사람은 새로운 업무를 할 때 약간의 적응 시간이 필요하다. 본인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주위에 어떤 사람이 있느냐에 따라 다른 결과로 연결된다. 송태만이 가지고 가는 문서마다 심현실 과장은 냉랭한 말투로 문제 제기를 한다. 송태만보다 직급이 낮은 강미영이 가지고 가면 큰 문제없이 통과된다. 이런 일이 반복될수록 송태만은 과장에 대한 두려움과 무기력해졌다. 가능한 과장에게 보고하는 것을 최소화했다. 김도연 팀장과 면담 시 송태만은 지금 과장 밑에서는 일을 하기 싫고 최소로 하겠다고 말한다. 면도날로 손을 베이듯 그의 마음도 상처가 아물지 않았다.
각기 다른 사람들이 만나 공동의 일을 할 때 무엇이 가장 큰 영향을 줄까? 일반적으로 상사의 의중을 읽는 게 중요하다. 의중을 읽지 못하면 반복되는 보고서를 수차례 보완해야 한다. 한 번에 갈 것을 수차례에 걸쳐 수정하면서 몸도 정신도 지쳐버린다. 일이 익숙해지기까지는 누구나 시간이 필요하다. 그 시간 동안 어떻게 기다리느냐에 따라 상처를 받느냐 존경을 받느냐가 결정된다.
능력 있는 사람은 부하직원은 결점을 모두 덮어줄 수 있다. 조직은 서로가 보충해 가는 것이 아닐까 직원이 항상 똑똑할 수많은 없으니까. 이러한 일들이 있고 3개월 뒤 심 과장이 다른 곳으로 발령 나고, 임 과장이 왔다.
임 과장은 박과장보다 4살 어렸다. 임 과장이 온 뒤로 송태만은 출근시간부터 달라졌다. 30분 정도 일찍 출근해서 밀린 일과 할 일을 꼼꼼하게 챙겼다 발령받은 지 4개월이 지나 업무도 익숙해졌기도 하지만 마음자세가 달라졌다. 이전에는 근무시간에도 멍하니 있거나 자주 자리를 비우기도 했다. 직원들에 대한 불만도 많았는데 과장이 바뀐 날부터 변했다.
옆에서 송태만을 지켜보던 김도연은 상사는 능력보다 직원의 마음에 상처를 주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가장 큰 상처는 본인보다 직급이 낮은 직원 앞에서 무능함을 지적하는 것이다. 지적을 할 땐 고수처럼 해야 한다. 상대가 가져온 문서가 못마땅하면 문구를 직접 수정해 주거나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대안을 제시하기 어려울 땐 같이 브레인스토밍을 해야 한다. 직원의 능력이 부족할 땐 다른 직원보다 더 신경을 써야 한다.
눈치 빠른 강미영은 임미령 과장과 친해지려고 부쩍 바빠졌다. 역시 직장 생활은 눈치 빠른 사람이 유리한 곳이다. 김도연은 급히 업무 확인을 위해 자리를 비운 강미영을 주위 정민구와 박지수에게 묻는다. 모두 모른다고 해서 강미영에게 카톡을 보낸다. 10분이 지나도 읽지 않는다. 1시간이 지나도 자리에 나타나지 않는다. 도연은 강미영에게 핸드폰으로 연락을 해봤지만 전화를 받지 않는다. 답답해하는 도연에게 친절한 박지수는 임 과장도 자리를 비운 것으로 봐서 둘이 이야기 중인 것 같다고 톡을 준다. 김도연은 포기하고 업무처에 연락하고 일을 처리한다.
20여분이 지난 뒤 강미영은 헐레벌떡 김도연팀장에게 온다. 통화 중이어서 전화를 못 받았다며 이해 안 되는 말들을 한다. 김도연은 혼자 생각한다. 솔직히 말하지 왜 거짓말을 할까 거짓말하는 강미영이 싫어졌다.
임미령 과장은 말수가 적었다. 필요한 말 아니면 거의 말하지 않는다. 친해지려고 많은 말을 했지만 그녀는 듣기만 하고 본인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왠지 손해 본다는 느낌은 무얼까. 왠지 벌겨 벗겨진 듯한 느낌이다. 선물만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말도 주고받는 것이다. 말을 하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해 간다고 생각한다. 임 과장은 말이 적지만 직원들에 대한 편애를 대놓고 하지 않았다.
그래서 송태만의 얼굴이 맑음으로 바뀌었다. 이전에는 간식시간에 같이 간식을 먹지 않았는데 이제는 간식 시간을 위해 주도적으로 준비하고 참여한다. 사람 바뀌는 것은 사람으로부터 바뀐다. 하지만 임 과장이 얼마나 공정하게 할지 예측이 어렵다.
직장에서 중요한 것은 첫째도 사람 둘째도 사람이다. 최근에 Chat GPT가 유행이지만 사람을 대체하기에 역부족이다.
팀원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과장은 공정하게 하려고 노력할수록 조직에 희망이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