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사천, 삼천포
역마살이 있는 나는 주말만 되면 여행계획을 세운다. 이번에 대체휴무로 3일을 쉬기 때문에 집에만 있기에는 아쉬움이 있기 때문이다. 요즘 외국여행을 많이 가서인지 아니면 인구가 줄어서 인지 국내 여행을 다니다 보면 사람들이 별로 없다. 이번에 목적지는 남해, 사천, 삼천포이다. 지자체들은 지역활성화를 위해 관광에 신경을 많이 쓴다. 남해도 '낭만남해'라는 어플로 숙박권 할인으로 나를 관심 갖게 했다. 5만원 할인이 크다고 생각해 기존 예약한 숙소를 과감히 취소하고, 어플로 예약을 했지만 어플은 여러 가지로 쉽게 결재가 되지 않았다. 많지 않은 숙소 중에서 간신히 숙소 결정과 현금 이체로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결재 취소가 몇 차례 되어 숙소에 문의하니 숙소가 모두 예약되어 그렇다고 설명한다. 모두 예약되었다면 예약완료로 되어야 하는 게 당연한데 사소한 안내도 없이 시간만 많이 소비하게 했다. 결론적으로 시간만 낭비하고 긴급히 다른 어플로 숙소를 급하게 구해야만 했다. 왠지 사기를 당한 듯한 기분이 든다. 공공기관에서 하는 것이라 믿고 해서 실망감은 배가 되었다. 어설프게 관광 연계사업을 하는 것은 하지 않는 것만 못하다. 이렇게 실망으로 여행은 시작되었다. 이른 새벽 출발해서 4시간 후 다랭이 마을에 도착했다. 다랑이는 산골짜기의 비탈진 곳 계단식의 좁고 긴 논배미란 뜻인데 '어서 오시다'라는 구수한 남해 사투리로는 '다랭이'라고 부른다. 남해를 바라보며 내려가는 길은 아기자기했다. 장사꾼이 아닌 할머니들이 골목마다 시금치와 톳을 팔았다. 올라오는 길에 멸치쌈밥을 먹었다. 화학조미료를 넣지 않은 순수한 맛이었다. 조미료에 익숙한 나에게는 약간 부족했던 것 같다. 식사 후 남해 시금치와 몸에 좋다는 톳을 샀다. 할머니의 넉넉한 인심에 엄청 많은 양을 받았다. 지자체의 실망감을 약간 회복시켜 주었다. 올라오는 길에 갑자기 굵은 소나기가 쏟아져서 그대로 비를 맞았다. 다음 목적지로 가는 길에 미국마을을 봤는데 특별한 호기심이 들지 않았다. 다음 도착지는 독일마을이다. 남해 관광 오는 사람이 모두 독일 마을에 있는 듯 인산인해였다. 남해 독일마을은 1960년대 산업역군으로 독일에 파견되어 우리나라의 경제 발전에 기여했던 독일 거주 교포들을 위해 정부가 정착할 수 있게 삶의 터전을 만들어 주었던 곳이다. 도이츠플라츠 광장을 둘러보고 전망대에서 독일식 집들을 보았다. 비가 와서 불편은 했지만 운치가 있었다. 좀 더 위쪽으로 가면 원예촌이 있다. 그곳은 정반대로 인적이 드물었다. 전에는 입장료를 받았던 거 같은데 무료로 운영되고 있었다. 정원에 돈은 많이 들였지만 관리되지 않아 왠지 스산한 기분마저 들었다. 카페나 식당들은 폐업한 지 오래되었고, 가끔 고양이만 여유롭게 다니는 한적한 시골동네였다. 여행을 다니다 보면 미묘한 차이로 사람이 북적이는 곳과 정적만이 흐르는 곳의 차이가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원인이야 다양하겠지만 사람을 북적이게 하려면 많은 아이디어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북적이던 곳도 순식간에 사람들이 찾지 않는 곳으로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지자체의 좀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 우리나라 인구수가 줄어드는 것이 시골로 갈수록 영향을 많이 주는 것과 관광지에 사람이 줄어드는 것이 비례한다고 생각한다. 하룻밤을 남해에서 자고 다음날은 인근 도시인 고성군 공룡박물관과 상족암 군립공원을 갔다. 나에게는 공룡이 용처럼 상상의 동물이라고 생각했지만 화석을 근거로 고성지역에 살았다고 한다. 아주 먼 옛날이라 어디까지 사실인지 모르지만 흥미롭기는 하다. 퇴적암의 층리는 층이 쌓여서 생긴 줄무늬로 나무의 나이테처럼 세월의 흔적이라고 한다. 상족암 군립공원 가는 길에 공룡의 발자국과 자연의 신비로움을 자아내는 아름다움과 함께 산책길은 자연에 대한 다양한 호기심을 자아냈다. 바다를 바라보며 걷는 것은 나에게 늘 행복감을 느끼게 해 준다. 다음 목적지는 삼천포이다. 삼천포는 1995년 5월 10일 사천군과 통합되어 사천시의 일부 지역으로 변경되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엉뚱 하게 다른 화제로 돌아가면 삼천포로 갔다는 표현이 있다. 옛날에 장사가 잘되는 진주로 가야 하는데 길을 잘못 들어 장사가 안 되는 삼천포로 가는 경우가 자주 있었다고 한다. 어쨌든 익숙한 삼천포라는 행정구역이 사라졌다는 것이 삼천포와 무관한 나이지만 왠지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이곳에서는 삼천포 용궁시장을 들렀다. 나는 죽방멸치의 죽방이 지역이름인 줄 알았으나 죽방멸치는 대나무로 만든 죽방렴을 통해 잡은 멸치이다. 비늘이나 몸체 손상 없이 건져 올려 멸치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 맛이 좋다고 한다. 죽방멸치와 매생이, 주전부리 포, 망고젤리를 잔뜩 사 왔다. 현지 시장에서 물건을 살 때는 덤도 주시고 설명도 친절하게 해 주셔서 돈을 쓰면서도 왠지 기분이 흥겹다. 그래서 나는 여행을 할 때마다 그 지역 시장을 꼭 들린다. 남해군은 작아서인지 시장을 못 찾았지만 삼천포에서 시장구경으로 즐거움을 배가시킬 수 있었다.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맛집이다. 이전 여행에서 맛집은 삼천포맛집정서방에서의 생선구이가마솥밥과 고성읍 본토대가의 해물세트이다. 맛집은 개인별 취향이 다르지만 많은 사람이 줄 서서 먹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거 같다. 여행은 늘 새로운 것을 알게 되고 체험하게 되는 것 같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이번 여행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다랭이마을에서 할머니에게 산 남해 시금치와 톳이며, 아쉬웠던 점은 낭만남해 어플에 대한 실망감과 사람들이 찾지 않는 원예촌에 대한 안타까움이었다. 다음 여행은 어디로 갈까라는 설렘과 함께 오늘의 여행기는 마무리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