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6시, 갑옷을 입는 시간

"꿈은 사라지고, 할 일만 남았다"

아침 6시, 수영장 물속에 몸을 담그는 순간의 그 차가움. 솔직히 말하면, 여전히 익숙하지 않다. 매일 아침 똑같은 시간에 이곳에 오지만, 물의 차가움은 언제나 새롭게 느껴진다. 하지만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나는 매일 이곳에 온다. 이 한 시간이 나에게는 단순한 운동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최근 데이비드 고긴스(David Goggins)의 인터뷰를 읽었다. 그는 매일 아침 12마일을 달린다. 왜냐고? "세상에서 가장 하기 싫은 일"이기 때문이란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집을 나서는 순간, 핸드폰을 여는 순간, 당신은 독과 암을 받아들이는 겁니다. 그래서 나는 전쟁터로 나가는 사람처럼 갑옷을 입습니다."


나는 달리지 않는다. 수영을 한다. 그것도 혼자 하는 자유수영이 아니라, 코치의 지도를 받으며 하는 레슨이다. 더 정확하게는, 매일 아침 나의 부족함을 확인하는 시간이다. 어제 잘했던 동작이 오늘은 왜 안 되는지, 한 달 전보다 나아진 건 무엇인지, 아직도 극복하지 못한 약점이 무엇인지. 이 한 시간 동안 나는 끊임없이 나 자신과 대화한다.


요즘 자기계발 콘텐츠들은 이렇게 말한다.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며 '나는 할 수 있다'고 외치세요." 나쁜 조언은 아니다. 하지만 충분하지 않다. 알렉스 호르모지(Alex Hormozi)의 말이 더 정확하다고 생각한다. "자신감은 거울에 대고 확언을 외쳐서 생기는 게 아닙니다. 자신감은 '나는 할 수 있어'가 아니라 '나는 실제로 해냈어'라는 증거를 쌓을 때 생깁니다. 당신의 자기 의심을 압도할 만큼 충분히요."


나의 '부인할 수 없는 증거 스택'은 이 새벽 수영장에서 만들어진다. 어제보다 10초 더 버틴 플랭크, 한 달 전보다 나아진 자유형 폼, 6개월 전에는 상상도 못 했던 접영 25m. 이것들은 거창한 성취가 아니다. 하지만 매일 아침, 내가 '어제의 나'를 이긴 작은 증거들이다. 이런 증거들이 쌓일 때, 나는 거울 앞에서 아무 말 하지 않아도 이미 나 자신을 믿을 수 있게 된다.


국가연구개발사업을 기획하고 평가하는 일을 한다. 거대한 예산, 복잡한 이해관계, 불확실한 미래. 이런 환경에서 전략을 세우고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 이 일을 15년 넘게 해오면서 깨달은 게 있다. 좋은 전략 문서를 만드는 능력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아침에 일어났을 때 이미 준비된 상태로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다. 고긴스의 표현대로, "갑옷을 입고" 하루를 맞이하는 것이다.


핸드폰을 열어 쏟아지는 메일과 메시지에 흔들리지 않는 중심, 예상치 못한 문제에 직면했을 때 대처할 수 있는 회복탄력성, "이건 내가 해낼 수 있다"는 근거 있는 자신감. 이 모든 게 새벽 6시부터 7시까지, 이 한 시간 동안 만들어진다. 수영장을 나설 때 나는 이미 오늘 하루를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다. 아직 아침 7시도 되지 않았는데, 나는 이미 하나의 승리를 거둔 상태다.


고긴스는 "꿈을 당신의 주인으로 만들지 마라"고 말한다. 무슨 뜻일까? 많은 사람들이 꿈만 꾼다. "언젠가 좋은 강의를 만들고 싶어", "생성형 AI 전문가가 되고 싶어", "영향력 있는 R&D 전략가가 되고 싶어". 하지만 꿈은 그저 꿈으로 남는다. 왜? 꿈 뒤에 오는 '지루한 할 일 목록'을 실행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최근에 새로운 강의안을 만들어 냈다. 꿈을 꿀 때는 즐거웠다. "재단 실무자들에게 생성형 AI의 실질적 활용법을 알려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 도파민이 분비됐다. 동료들에게 "새로운 강의 준비하고 있어"라고 말할 때도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실제 강의안을 만드는 과정은 달랐다. 새벽 4시에 일어나 콘텐츠를 구성하고, 퇴근 후 지친 몸으로 사례를 정리하고, 주말에 자료를 검토하고 스토리라인을 재편집했다. 꿈은 사라지고, 할 일 목록만 남았다. 그리고 그 목록을 하나씩 지워나갈 때, 나는 꿈의 주인이 되었다.


인터뷰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대목은 "성공을 제한해야 한다(cap success)"는 부분이다. 고긴스는 하루를 12마일 달리기, 웨이트 트레이닝, 4시간의 스트레칭과 명상, 자전거 타기로 채운다. 이런 루틴을 7년째 유지한다. 만약 더 많은 성공을 쫓아다닌다면? 이 루틴은 무너진다. 그는 이것을 자신의 '성장 인자(human growth factor)'라고 불렀다.


나도 비슷한 선택을 했다. 여러 프로젝트 제안이 들어와도, 새벽 수영 시간을 지키지 못하게 만드는 일은 하지 않는다. 왜? 그게 나의 '성장 인자'이기 때문이다. 아침 6시부터 7시까지, 이 한 시간을 지키지 못하면 나는 점점 약해진다. 외부의 요구에 쉽게 흔들리고, 불확실성 앞에서 쉽게 무너지고, 어려운 문제 앞에서 쉽게 포기하게 된다.


R&D 전략을 세울 때도 마찬가지다. 모든 기회를 다 잡으려는 전략은 실패한다. 핵심에 집중하고, 그것을 깊게 파고들 시간과 에너지를 확보하는 것. 그게 진짜 전략이다. 새벽 수영을 통해 나는 매일 이것을 배운다. 한 시간 동안 오로지 수영에만 집중하는 것. 다른 어떤 것도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다음 호흡, 다음 스트로크에만 집중하는 것. 이 경험이 내 하루 전체의 질을 결정한다.


라이언 홀리데이(Ryan Holiday)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무언가에 대해 말하는 것과 그것을 실제로 하는 것은 같은 자원을 놓고 경쟁합니다. 현명하게 배분하세요." 나는 내일 아침에도 수영장에 갈 것이다. 좋아서가 아니다. 여전히 새벽에 일어나는 게 싫고, 차가운 물속에 들어가는 게 두렵다. 하지만 그것이 바로 내가 가야 하는 이유다.


세상과 맞서기 전, 나 자신과 먼저 맞서는 것. 꿈을 꾸는 사람이 아니라, 꿈의 주인이 되는 것.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실행하는 사람이 되는 것. 그 모든 것이 새벽 6시 수영장 물속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7시에 수영장을 나설 때, 나는 이미 오늘 하루를 이길 준비가 되어 있다.

당신의 '갑옷을 입는 시간'은 언제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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