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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신문 기사에서 만난 미래

그리고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들

기계공학 박사에서 AI R&D 전략플래너가 되기까지


한 장의 사진이 던진 질문

오늘 아침, 평소처럼 과학기술 관련 뉴스를 훑어보다가 한 기사에 시선이 멈췄다. 어제(7월 10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STEPI 포럼 기사였다. 사진 속 무대 위 패널들의 진지한 표정, 그리고 객석을 가득 메운 연구자들과 정책 담당자들을 보며 문득 생각했다. 모두가 같은 질문을 품고 있었을 것이다.

"AI 시대, 우리는 준비되어 있을까?"

20년 전 기계공학을 전공하며 꿈꿨던 미래와 지금 내가 마주한 현실은 사뭇 다르다. 그때는 로봇이 인간을 대체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지금은 AI가 인간과 협력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생존이 아닌 번영의 조건

기사에서 인용된 포티투마루 김동환 대표의 기조강연 내용을 읽으며 뜨끔했다.

"생성형 AI는 막연한 공포가 아닌 바로 눈앞에 다가온 생존의 조건"

내가 지난 5년간 국가연구개발사업 기획에 생성형 AI를 도입하며 체감한 바로 그 현실이었다. 처음에는 '도구' 정도로 생각했던 ChatGPT가 이제는 내 업무의 핵심 파트너가 되어 있었다.

특히 AX(인공지능 전환)라는 개념이 인상적이었다. 단순히 AI 기술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AI를 중심으로 업무 프로세스 자체를 재설계하는 것. 이게 바로 내가 R&D 기획 현장에서 경험하고 있는 변화의 본질이었다.


직업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직무가 진화한다

기사에서 언급된 한국직업능력연구원 김상호 센터장의 말이 특히 와닿았다.

"AI 도입에 따라 직업 단위가 아닌 직무 단위의 접근이 중요하다"

내 명함에는 여전히 'R&D 전략플래너'라고 적혀 있지만, 실제로 하는 일은 5년 전과 완전히 달라졌다.

Before AI: 수십 개의 논문을 직접 읽고, 엑셀로 데이터를 정리하고, 파워포인트로 기획서를 작성했다.

After AI: AI가 논문을 요약해주면 핵심 인사이트를 도출하고, 자동화된 데이터 분석 위에서 전략적 판단을 내리고, AI가 생성한 초안을 바탕으로 창의적 기획을 완성한다.

직업은 그대로지만 직무는 완전히 진화했다.


디지털 장인이 된다는 것

신문에서 소개된 STEPI 신기윤 부연구위원의 '디지털 장인' 개념을 읽으며, 내가 지향해야 할 모습을 그려볼 수 있었다.

제조업 현장의 작업자가 스마트공장에서 데이터를 해석하고 AI를 제어하는 새로운 역량을 갖춰야 하듯이, R&D 기획자인 나도 마찬가지였다.

데이터 해석: 복잡한 연구 트렌드에서 패턴을 찾아내는 능력

AI 제어: 생성형 AI를 정확히 프롬프팅하고 결과를 검증하는 기술

융합적 사고: 기술적 이해와 정책적 판단을 연결하는 통찰력

이런 역량들이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았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학습을 통해 조금씩 체득한 것들이다.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가장 우려스러웠던 부분은 기사에서 인용된 이윤진 STEPI 부연구위원의 발표 내용이었다. AI 활용 경험자 중 92%가 긍정적 평가를 했다는 건 고무적이지만, 동시에 숙련도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다.

실제로 내가 만나는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AI 활용 수준의 차이가 극명하다. 어떤 이는 AI로 하루 종일 할 일을 1시간에 끝내는 반면, 어떤 이는 여전히 AI를 불신하며 전통적 방식만 고집한다.

이는 단순한 개인차 문제가 아니다. 조직 차원, 나아가 국가 차원의 경쟁력 격차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적 문제다.


작은 실험들이 쌓여 큰 변화가 된다

기사를 읽으며 내가 지금까지 해온 일들을 돌아봤다.

3년 전, 처음으로 ChatGPT를 사용해 연구 제안서 초안을 작성했을 때의 설렘. 1년 전, 클로드를 활용해 복잡한 기술 로드맵을 시각화했을 때의 놀라움. 그리고 최근에는 도메인 특화 AI 모델을 직접 파인튜닝해 우리 분야에 최적화된 기획 도구를 만드는 시도까지.

이런 작은 실험들이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고,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혼자가 아닌 함께

기사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협력'이라는 키워드였다. AI와의 협력, 동료와의 협력, 조직 간의 협력.

AI 시대의 핵심은 경쟁이 아니라 협력이다. AI가 잘하는 것과 인간이 잘하는 것을 구분하고, 서로의 강점을 살리는 방향으로 일하는 방식을 재설계하는 것.

내가 PMP와 Agile 방법론을 공부했던 이유도 결국 이것이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협력을 체계화하는 방법론들이 이제는 사람과 AI 사이의 협력에도 적용되고 있다.


오늘부터 시작하는 작은 변화

기사를 읽고 스마트폰 메모장에 적어둔 몇 가지가 있다.

매주 한 가지씩 새로운 AI 도구 실험하기

동료들과 AI 활용 사례 공유하는 정기 모임 만들기

우리 조직의 AI 리터러시 현황 파악하고 교육 방안 수립하기

거창한 계획이 아니다. 작지만 지속 가능한 변화들이다.


미래는 이미 여기 있다

윌리엄 깁슨의 유명한 말이 있다. "미래는 이미 여기 있다. 단지 고르게 분배되지 않았을 뿐이다."

오늘 아침 기사에서 만난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AI 시대의 미래가 이미 우리 곁에 와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문제는 그 미래에 얼마나 빨리, 얼마나 잘 적응하느냐다.

나는 오늘도 AI와 함께 내일의 R&D를 기획한다. 두려움보다는 설렘으로, 혼자가 아닌 함께.


※ 이 글은 2025년 7월 10일 개최된 STEPI 과학기술정책포럼 'AI 시대, 인재의 조건과 정책을 다시 묻다'에 관한 신문 기사를 읽고 개인적 소감을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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