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준비되어 있을까?
오늘 Grok 4 발표를 보면서 든 솔직한 감정은 두려움이었다. 인간이 AI와 경쟁하는 시대가 정말 왔다는 느낌. 지표가 너무 빠르게, 너무 무섭게 올라가는 모습이 과연 현실인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인공지능의 벤치마크 점수만 보면, 인간의 자존심이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는 것 같다. 실제로 MMLU-Pro에 등장한 문제들을 인간이 전부 맞힌다는 건 불가능하다. 만약 인간에게 이 시험을 보게 한다면, 가장 잘 보는 사람도 낙관적으로 봐야 5% 정도 맞힐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언어학, 수학, 화학, 물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뛰어난 사람이라 해도, 모든 분야에서 대학원 이상 수준을 동시에 갖추긴 불가능하다. 그런데 Grok 4는 모든 분야에서 박사 수준에 도달해 있다. MMLU-Pro는 12,000개 이상의 엄선된 문제로 구성된 벤치마크다. 생물학, 화학, 컴퓨터과학, 경제학, 공학, 법학, 수학, 물리학, 심리학 등 14개 분야를 다룬다. 선택지도 기존 4개에서 10개로 확대했다. 랜덤 추측으로는 절대 풀 수 없게 만든 것이다. 실제 문제를 보면 이런 식이다:
카테고리 이론에서 자연 변환에 관한 수학 문제
유기화학에서 전자 고리 반응에 관한 문제
히브리어 원문을 바탕으로 한 언어학 문제
단순 암기로는 절대 풀 수 없는, 진짜 이해와 추론을 요구하는 문제들이다.
일론 머스크가 강조한 핵심은 이것이다. "Grok 4가 박사급, 그 이상 수준을 모든 분야에서 달성했다. 실제로 대부분의 박사도 실패할 만한 문제들을 Grok 4가 더 잘 푼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그의 타임라인 예측이다:
올해 안에: Grok 4가 새로운 기술을 실제로 발견할 것
내년에는: 새로운 물리 법칙을 발견할 수도 있음
2년 안에는: 거의 확실하게 그런 일이 벌어질 것
이는 전통적인 교육 방식과 연구개발 시스템을 향한 아주 무서운 경고다.
Grok의 진화 과정을 보면 그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알 수 있다. 1년 전만 해도 Grok 2는 고등학생 수준에 불과했다. 12개월 전에는 Grok 2 자체가 존재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Grok 2 → 3 → 4로 갈수록 매번 10배씩 훈련량 증가
20만 GPU 규모의 Colossus 슈퍼컴퓨터 활용
Grok 2 대비 100배 늘어난 데이터와 컴퓨팅 파워
1년 만에 고등학생에서 모든 분야의 박사급으로 점프한 것이다.
나는 AI R&D 전략플래너로 일하면서 국가연구개발사업의 기획과 평가를 담당하고 있다. 현재 우리 시스템은 여전히 단일 분야 중심으로 기획되고 평가된다. 화학은 화학, 물리는 물리, 생물학은 생물학 따로따로. 하지만 AI가 모든 분야를 횡단하며 연결점을 찾는 시대에는 이런 접근법이 오히려 혁신의 걸림돌이 된다. AI가 모든 분야의 전문 지식을 동시에 보유하게 되면서 일어나는 일들:
이전에 불가능했던 기술 간 연결고리 발견
방대한 기존 연구의 실시간 융합 분석
완전히 새로운 융합 솔루션 창출
우리는 이제 연구 방식을 바꿔야 한다. 단일 분야 전문가 중심에서 다학제적 융합팀 중심으로. AI 도구를 활용한 융합 가능성 사전 검토가 필수가 되었다. 성과 평가도 바뀌어야 한다. 단일 분야 성과 측정이 아니라 융합 창출 효과를 평가해야 한다.
Grok 4가 보여준 것은 단순한 기술 발전이 아니다. 지식 창출 방식 자체의 근본적 변화다. 더 이상 단일 분야 전문성으로는 AI와 경쟁할 수 없다. 기술 간 융합, 연구 성과물 간 융합이 생존의 필수조건이 되었다. 국가 R&D 시스템은 지금 당장 융합 연구 중심으로 전면 재편되어야 한다. 이는 개선이 아니라 패러다임의 완전한 전환이다. AI 시대의 승자는 기술을 가진 자가 아니라, 기술들을 융합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자가 될 것이다. 우리는 지금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변화하지 않으면 도태될 것이다. 오늘 Grok 4 발표를 보면서 든 두려움이 현실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하지만 준비는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