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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정말 위험한 것은 '신입'이 아닌 '숙련자

AI 시대 일자리 패러다임의 전환: 숙련자가 더 위험하다는 새로운 관점

최근 인공지능이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을 둘러싼 논의가 흥미로운 변곡점을 맞고 있다. 지난 5월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CEO가 "AI 때문에 초급 사무직 일자리의 절반이 없어질 수 있다"고 발언한 이후, AI로 인한 일자리 공포는 구체적인 현실로 다가왔다. 실제로 미국 대학 졸업생의 실업률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전국 평균을 넘어섰고, 하버드 경영대학원과 MIT 슬론 MBA 졸업생 중에서도 3개월 이내 취업 제의를 받지 못한 비율이 2021년 이후 급격히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노벨상 수상자 제프리 힌튼 교수가 "AI의 위협이 없는 배관공이 되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이라고 말한 것은 저숙련자의 일자리가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전제를 깔고 있었다. 고숙련자들은 AI가 아직 넘볼 수 없는 종합적인 의사결정 능력이나 AI를 모니터링하고 감독할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최근 이와 정반대의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뉴욕 타임스가 마이크로소프트와 빅테크 기업들의 연이은 해고 사태를 분석하며 보도한 바에 따르면, 전문가들 사이에서 어떤 계층의 일자리가 가장 위험한지에 대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아모데이 CEO와는 반대로, 젊은 근로자들이 AI의 혜택을 볼 가능성이 높고 경력이 있는 근로자들이 결국 더 취약해질 것이라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브래드 라이트캡 오픈AI COO는 지난달 행사에서 "AI는 더 오래 근무하고 특정 업무 방식의 틀에 박힌 방식을 선호하는 계층의 근로자들에게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MIT 경제학자 다니엘 리 박사도 AI가 근본적으로 기술을 보유한 인간의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AI가 발전한 세상은 숙련된 근로자들에게 좋지 않다"며 "당신은 당신의 기술이 희귀하다는 이유로 돈을 받고 있는데, AI는 그 기술을 언제나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 중요한 것은 기업들의 경제적 논리다. 대규모 해고는 대부분 재정적인 이유에서 발생하는데, 기업 입장에서는 고비용의 베테랑을 해고하고 빈자리를 AI를 사용하는 중간급으로 대체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나아가 중간급 직원조차 점점 고용하지 않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의 최근 해고 사례를 보면, 5월에는 코더가 40%를 차지했지만 실제 핵심은 중간 관리자 해고였고, 7월 해고에서는 중간 관리자가 다수 포함되었다.


국가연구개발사업 기획과 평가 업무를 담당하는 입장에서 보면, 이런 변화가 연구개발 생태계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연구개발 프로세스에서 AI의 활용이 확산되면서 문헌 조사, 연구 제안서 작성, 데이터 분석 등의 업무가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경험이 많은 선임 연구원이 핵심 자산이었다면, 이제는 AI를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연구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연구원이 더 중요해질 수 있다.


전문성의 개념도 재정의되고 있다. 단순히 특정 분야의 지식을 많이 보유한 것보다는, AI와 협업하여 그 지식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새로운 통찰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이는 국가R&D 정책에서도 인력 양성 정책을 AI 활용 역량 중심으로 재편할 필요성을 시사한다.


물론 신입이냐 베테랑이냐는 업종에 따라 다를 수 있고, 빌 게이츠가 예고한 것처럼 AI가 더 많은 직종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신호는 분명하다. 당장 눈앞에 닥친 AI가 어느 계층의 일자리에 부정적인 역할을 미치는가에 대한 답은 미래에 이어질 더 큰 문제를 막기 위한 실마리가 될 수 있다.


만약 초급 직종이 가장 위험하다면 대학의 교육 방식은 물론 대학 자체의 가치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 반대로 고령 근로자가 가장 큰 위험에 처해 있다면, 대규모 해고는 노동 시장의 지속적인 특징으로 자리 잡으면서 경제적, 사회적 불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들이 AI를 이유로 들며 해고를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일자리를 없앤 것은 AI가 아니다. AI가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신입이냐 숙련자냐가 핵심은 아니다. 모든 시나리오에서 논란의 여지가 없는 것은 단 한 가지 사실이다. 신입이든 베테랑이든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조건은 해고당한 몇 명을 대신할 정도로 AI를 잘 사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R&D 분야에서는 AI 도입이 단순한 효율성 증대를 넘어 혁신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는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생성형 AI를 활용한 R&D 기획 모델 구축이 이런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핵심 전략이다. AI 시대의 일자리 변화는 위기이면서 동시에 기회다. 변화를 두려워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활용하는 것이 생존의 열쇠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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