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만든 일자리는 '엉터리를 고치는 일'이었다

진짜 새로운 전문성

어제 동료와 함께 점심을 먹으며 흥미로운 이야기를 나눴다. 그가 최근 받은 프로젝트 의뢰는 "AI가 만든 로고를 사람이 만든 것처럼 보이게 수정해달라"는 것이었다. 클라이언트는 비용 절약을 위해 AI로 로고를 만들었지만, 결과물이 너무 뻔해 보인다며 인간의 손길을 더해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참 아이러니하지 않나요?" 그가 웃으며 말했다. "AI로 사람을 대체하려다가 결국 사람을 더 필요로 하게 되는 상황 말이에요."


예측과 다른 현실


몇 년 전부터 전문가들은 AI가 만들어낼 새로운 직업에 대해 예측해왔다. 매켄지는 203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2천만에서 5천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길 것이라고 했고, 세계경제포럼은 더욱 낙관적으로 2025년까지 9천7백만 개의 새 직업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들이 제시한 직업 목록은 그럴듯했다. AI 컨설턴트, 프롬프트 엔지니어, AI 보안 전문가, AI 윤리 책임자... 뉴욕 타임스는 더 구체적으로 22가지 새로운 직업을 소개하기도 했다. AI 감사인, 신뢰 인증자, 법적 보증인, 심지어 AI의 들쭉날쭉한 출력을 정리하는 '일관성 조정자'라는 직업까지 등장했다.


하지만 실제로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달랐다.


수정의 기술자들


NBC 뉴스가 최근 소개한 실제 사례들을 보면, AI 시대에 새롭게 부상한 일자리의 모습이 선명해진다. 프리랜서 디자이너 리사 카스텐스의 하루는 AI가 만든 이미지의 오류를 찾아 고치는 일로 가득하다.


"AI가 완벽하지 않다는 걸 아는 사람들도 있지만, AI로 해결하지 못해서 화가 나서 찾아오는 사람들도 많아요." 그녀의 말에서 현실의 온도가 느껴진다.


더 흥미로운 건 글쓰기 분야다. 작가 키샤 리처드슨은 AI가 작성한 기사를 수정하는 일을 맡고 있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몇 개 단어를 바꾸는 수준이 아니다. 기사의 사실 관계를 확인하려면 관련 자료를 직접 찾아봐야 한다. 때로는 처음부터 새로 쓰는 것보다 시간이 더 걸리기도 한다.


"사람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AI를 쓰고 있는데, 그 비용 중 하나가 제 급여예요. 하지만 결국 인간 없이는 제대로 된 콘텐츠를 만들 수 없다는 걸 깨닫게 되죠."


그녀의 말에는 씁쓸함과 동시에 희망이 섞여 있었다.


코드의 현실


개발 분야도 마찬가지다. AI 코딩 도구들이 인기를 끌고 있지만, 현실은 복잡하다. 웹 개발팀을 이끄는 하쉬 쿠마르의 경험담이 인상적이다.


"AI가 만든 엉터리 코드를 고치는 골치 아픈 일을 겪으면서, 인간 개발자에게 투자하는 것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 깨닫고 있어요."


실제로 많은 기업들이 AI 생성 코드에 대해 반드시 인간의 최종 검토를 거치라는 방침을 만들고 있다. 버그와 보안 오류가 빈번하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우리 분야의 이야기


이런 현상은 내가 몸담고 있는 R&D 기획 분야에도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 최근 연구제안서 작성이나 평가보고서 검토에 AI를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문제는 품질이다.


AI는 기술적 용어들을 그럴듯하게 나열하지만, 실제 연구 현실이나 정책적 맥락은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특히 국가 R&D 사업의 경우 부처별 특성이나 평가 기준의 미묘한 차이까지 고려해야 하는데, AI는 이런 세부적인 도메인 지식에서 한계를 드러낸다.


결국 'AI-assisted R&D 기획 전문가'라는 새로운 역할이 필요해지고 있다. AI가 생성한 초안을 바탕으로 하되, 연구 동향 분석의 정확성을 검증하고, 예산 계획의 현실성을 점검하며, 성과목표와 KPI의 적절성을 판단하는 전문가 말이다.


비용의 역설


하지만 이런 '수정' 작업에 책정되는 예산은 아이러니하게도 기존 업무보다 낮다. AI를 통한 비용 절감의 부담이 결국 인간 작업자에게 전가되고 있는 셈이다.


"일자리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AI를 더 많이 사용하길 바라게 돼요." 키샤 리처드슨의 말이 씁쓸하게 들리는 이유다.


진짜 새로운 전문성


사실 이런 변화를 지켜보면서 깨닫는 것이 있다. AI 시대의 '수정' 작업은 단순한 교정이 아니라 오히려 더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한다는 점이다.


AI가 생성한 연구계획서를 제대로 검토하려면 해당 분야의 최신 동향, 기술 실현 가능성, 예산의 적정성, 그리고 정책적 우선순위까지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어떤 면에서는 처음부터 기획서를 작성하는 것보다도 더 깊이 있는 통찰력이 필요할 수 있다.


일부 기업들은 이미 AI 생성물을 '인간답게' 만드는 데 투자하고 있다. 한 일러스트레이터의 말이 인상적이다.


"AI 생성물을 보면 어떤 프롬프트를 입력했는지까지 쉽게 유추할 수 있어요. 너무 뻔하고 일괄적인 결과가 나오거든요."


협업의 시대


결국 AI가 가져온 변화는 완전한 대체가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협업이었다. AI는 빠른 초안 생성에는 탁월하지만, 정확성과 창의성, 그리고 맥락적 이해에서는 여전히 인간의 개입이 필요하다.


기업의 생성 AI 활용이 일상화될수록 신뢰 인증자나 법적 보증인 같은 직업도 정식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중요한 것은 이런 변화를 미리 읽고 새로운 역량을 준비하는 것이다.


동료와의 점심 대화를 마무리하며 우리는 한 가지 결론에 도달했다. AI 시대에 가장 중요한 것은 AI가 무엇을 잘하고 못하는지를 정확히 아는 것, 그리고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가치를 지속적으로 발굴하는 것이라고.


"결국 AI를 가장 잘 활용하는 사람은 AI를 가장 잘 의심할 줄 아는 사람일지도 모르겠어요."


그의 말이 오래도록 머릿속에 맴돌았다.


출처: AI TIMES, [9월4일] AI가 만든 새로운 일자리... "엉터리를 고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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