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아침에 세상이 바뀌었다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할까?

어제까지만 해도 오라클은 '그냥 데이터베이스 회사'였다. 솔직히 말하면, IT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오라클 하면 '예전에 잘나갔던 회사' 정도로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하루 만에 43% 급등하며 래리 엘리슨이 세계 최고 갑부가 되었다.


33년 만의 기록이라고 한다. 1992년이면 내가 대학원에서 기계공학을 공부하던 시절이다. 그때 이후 처음이라니, 정말 역사적인 순간이다.


숫자가 말하는 이야기


아침에 뉴스를 보고 깜짝 놀랐다. 오픈AI가 오라클과 5년간 3000억 달러 계약을 맺었다는 것이다. 3000억 달러면 우리나라 돈으로 416조원이다.


국가연구개발사업 기획 일을 하다 보니 큰 숫자에는 어느 정도 익숙하다고 생각했는데, 이 정도 규모는 정말 상상이 안 된다. 우리나라 1년 국가예산이 657조원인데, 한 기업이 다른 기업과 맺은 계약이 그 63% 수준이라니.


더 놀라운 건 전력 용량이다. 4.5기가와트라고 하는데, 이게 미국 가정 400만 호가 쓸 수 있는 전력량이다. 기계공학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이 숫자의 의미를 안다. 이건 그냥 '큰' 수준이 아니라 국가 기간시설 급이다.


왜 하루 만에 이런 일이?


사실 오라클의 변신은 하루아침에 일어난 게 아니다. 몇 년 전부터 래리 엘리슨은 AI 인프라에 올인하고 있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주목하지 않았을 뿐이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이 클라우드 시장을 장악하고 있을 때, 오라클은 '후발주자'로 여겨졌다. 그런데 AI 시대가 오면서 게임의 룰이 바뀌었다. 단순히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아니라, AI 전용 인프라를 구축하는 회사가 필요해진 것이다.


오픈AI가 그동안 마이크로소프트 Azure에만 의존했는데, 이제는 공급처를 다변화하려고 한다.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 선택받은 파트너가 오라클이었다.


내가 보는 진짜 의미


R&D 기획 일을 하면서 항상 고민하는 게 있다. '미래는 어떻게 변할까?' '어디에 투자해야 할까?' '어떤 기술이 게임 체인저가 될까?'


이번 오라클 사건을 보면서 깨달은 게 있다. 인프라가 곧 경쟁력이라는 것이다.


예전에는 '좋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구글도 스탠포드 대학원생 두 명이 시작한 회사였고, 페이스북도 기숙사에서 만들어졌다.


하지만 AI 시대는 다르다. ChatGPT 같은 모델을 만들려면 엄청난 컴퓨팅 파워가 필요하다. 개인이나 작은 회사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할까?


솔직히 말하면 좀 걱정된다.


우리나라는 메모리 반도체,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같은 하드웨어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AI 인프라는 어떨까?


물론 네이버, 카카오, LG AI연구원 같은 곳에서 열심히 하고 있다. 하지만 오라클-오픈AI 계약 같은 스케일의 이야기는 아직 없다.


국가연구개발사업을 기획하면서 느끼는 건, 우리는 아직도 '단기 성과'에 너무 매몰되어 있다는 것이다. 3년, 길어야 5년 단위로 프로젝트를 계획한다. 하지만 AI 인프라는 10년, 20년을 내다보고 투자해야 하는 영역이다.


개인적인 다짐


PMP와 Agile 방법론을 공부하면서 배운 게 있다. 변화에 대응하는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오라클이 33년 만에 최고 기록을 세운 것도 결국 변화에 잘 적응했기 때문이다. 데이터베이스 회사에서 AI 인프라 회사로 변신한 것 말이다.


나 역시 AI R&D 전략플래너로서 이런 변화를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전통적인 R&D 기획 방식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는 전략을 만들어야 한다.


마무리하며


어제까지는 '오라클? 그냥 옛날 회사 아닌가?'라고 생각했다. 오늘은 '역시 실리콘밸리는 다르다'고 감탄하고 있다.


하지만 내일은 어떨까? 또 어떤 회사가, 어떤 기술이 세상을 뒤바꿀까?


한 가지 확실한 건, 변화의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33년 만의 기록이 내년에는 '작년 일'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더욱 겸손해진다. 전문가라고 해서 미래를 다 예측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변화의 신호를 읽고, 빠르게 적응하려고 노력할 수는 있다.


오라클의 하루가 내게 준 교훈이다.


김현철 | AI R&D 전략플래너
기계공학 박사, PMP·Agile 전문가로 국가연구개발사업의 혁신 전략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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