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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의 아메리카당 창당

기술 혁신가의 정치적 도전

2025년 7월 5일,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업가 일론 머스크가 예상치 못한 발표를 했습니다. 바로 새로운 정당인 '아메리카당(America Party)' 창당 선언이었습니다. 이는 단순한 정치적 관심 표명을 넘어서는 충격적인 결정이었습니다. 한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정부효율부(DOGE) 수장을 맡았던 머스크가 왜 갑자기 정치 무대에 직접 뛰어들기로 했을까요?


갈등의 발단은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한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 OBBBA)'이었습니다. 이 법안은 2017년 시행된 세금감면법의 영구화, 국경 장벽 건설을 위한 대규모 예산, 미사일 방어체계 구축 등의 국방비 확대, 그리고 연방정부 부채 한도를 5조달러나 상향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습니다. 정부 지출 절약을 위해 효율부를 이끌어온 머스크에게는 정면으로 상반되는 정책이었던 셈입니다.


머스크는 이 법안에 대해 "감세와 대규모 지출계획으로 막대한 부채만 늘리게 된다"며 강력히 비판했습니다. 그의 반발은 단순한 의견 차이를 넘어서 정부효율부에서의 퇴출로 이어졌고, 결국 완전한 결별에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머스크 추방 검토"까지 언급하며 강력히 반발했고, 머스크의 기업들이 받고 있는 정부 보조금과 계약에 대한 전수조사를 시사하기도 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머스크가 채택한 정치 전략입니다. 그는 전국 단위의 거대 정당을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 대신, 매우 현실적이고 집중적인 접근법을 선택했습니다. 상원 2-3석과 하원 8-10개 지역구에만 집중하겠다는 것입니다. 이는 2026년 중간선거부터 시작해 논쟁적인 법안에 대한 결정적인 투표권을 확보하겠다는 캐스팅보트 전략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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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는 자신의 전략을 설명하면서 흥미롭게도 고대 그리스의 역사적 사례를 언급했습니다. 바로 기원전 371년 레우크트라 전투에서 테베가 스파르타를 무너뜨린 전략이었습니다. 당시 그리스 전쟁의 기본 전술은 양군이 병사들을 일렬로 정렬한 전면 대결이었습니다. 하지만 테베의 장군 에파미논다스는 이 상식을 뒤집는 혁신적 전술을 고안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왼쪽 날개에 병력을 집중 배치해 당시 기준으로 세 배나 깊은 진영을 만들었고, 반면 중앙과 오른쪽은 의도적으로 약화시켜 사선 대형으로 뒤로 빼는 전술을 택했습니다.


테베는 이 집중된 병력으로 스파르타의 가장 강력한 오른쪽 측면을 정면 돌파했고, 핵심 부대가 무너지자 스파르타 전체가 붕괴되었습니다. 이 한 번의 전투로 그리스의 패권은 스파르타에서 테베로 넘어갔습니다. 머스크는 바로 이런 '집중된 병력을 결정적 지점에 투입하는 전략'을 미국 정치에 적용하겠다고 밝힌 것입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머스크가 아메리카당 창당을 선언한 2025년 7월 5일이 레우크트라 전투가 벌어진 날과 정확히 일치한다는 점입니다. 2396년 전 약자였던 테베가 제국 스파르타를 무너뜨린 바로 그 날에 머스크가 기존 양당 체제에 도전장을 던진 것입니다. 이것이 우연의 일치인지 의도된 상징적 선택인지는 알 수 없지만, 역사의 전환점이 된 날짜를 택해 자신만의 정치적 혁명을 시작했다는 점에서 매우 인상적입니다. 전국에 후보를 분산 배치하는 대신, 결과를 좌우할 수 있는 핵심 지역구에만 모든 자원을 집중하겠다는 의도와 함께, 이런 상징적 메시지는 머스크의 전략이 단순한 정치적 계산을 넘어선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현재 공화당은 상원 100석 중 53석, 하원 435석 중 220석으로 미약한 다수당 지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최근 OBBBA 법안도 상원에서는 51대 50의 동률로 부통령의 캐스팅보트에 의해, 하원에서는 218대 214로 겨우 통과되었을 정도로 아슬아슬한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머스크의 아메리카당이 몇 석만 확보해도 주요 법안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구조인 것입니다.


R&D 전략 관점에서 볼 때, 머스크의 레우크트라 전투 방식은 매우 흥미로운 사례입니다. 그가 언급한 테베의 전술은 연구개발에서 말하는 '선택과 집중' 원리를 완벽하게 보여줍니다. 제한된 자원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으려는 전략적 사고로, 이는 국가연구개발사업에서도 자주 활용되는 접근법입니다. 모든 분야에 고르게 투자하기보다는 핵심 영역에 집중해 돌파구를 마련하는 방식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마치 스파르타가 전통적인 균등 배치 전술에 안주하다가 혁신적 집중 전술에 무너진 것처럼, 기존 정당들이 전국 단위 분산 전략에 머물러 있는 사이 핵심 지역구 집중 공략으로 정치 지형을 바꿔보겠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미국 정치 시스템에서 제3당이 성공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각 주마다 까다로운 정당 등록 요건이 있고, 캘리포니아의 경우 110만 명의 서명이 필요할 정도입니다. 승자독식의 선거제도, 정치자금법상의 제약들, 그리고 양당 중심의 미디어 구조 등 수많은 구조적 장벽들이 존재합니다. 미국 역사상 제3당이 성공한 사례는 매우 드물며, 대부분 일시적 현상에 그쳤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요소입니다.


머스크의 정치적 도전은 테슬라와 그의 다른 기업들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인한 주가 변동성이 증가하고, CEO의 정치적 활동이 브랜드에 미치는 리스크도 고려해야 합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성공할 경우 전기차, 우주산업 등에 유리한 정책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는 기회요인도 존재합니다.


이런 복잡한 정치-경제 상황에서 생성형 인공지능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AI를 활용한 다중 시나리오 분석, 여론 동향 예측, 정책 영향 평가 등은 R&D 전략 수립에서 정치적 변수까지 고려한 종합적 접근을 가능하게 합니다. 특히 국가연구개발사업의 기획과 평가에서 이런 정치적 환경 변화를 미리 예측하고 대응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머스크의 아메리카당 창당은 단순한 정치적 실험을 넘어서는 의미를 갖습니다. 이는 기술 혁신가가 정책 혁신까지 주도하려는 시도로, 기술과 정치의 경계가 무너지는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일 수 있습니다.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이번 사건은 기술 기업가들의 정치적 참여가 증가하는 트렌드를 보여주며, R&D 전략 수립 시 정치적 변수들을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시대가 왔음을 시사합니다.


2025년 7월, 우리는 기술과 정치가 만나는 전례 없는 실험의 시작점에 서 있습니다. 일론 머스크의 도전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이는 미래 혁신 전략 수립에 중요한 교훈을 제공할 것입니다. 집중형 전략의 효용성, 정치-기술 융합의 필요성, 그리고 다차원적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은 앞으로 모든 혁신 리더들이 고민해야 할 핵심 과제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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