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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 17> 잠든 감성 깨우기

책은 도끼다

by 사이몬



제목 : 책은 도끼다.
저자 : 박웅현(348쪽)
초판 : 인쇄 2011년 10월 10일
출판사 : 북 하우스 퍼블리시스


삶은 행복을 지향한다. 좋은 집, 좋은 옷, 좋은 차, 돈과 출세도 우리에게 지속적 행복을 주진

못한다. 지금, 여기서, 사소한 것에서, 일상에서 감동을 느낄 때 삶의 행복감도 일어난다.


이 책은, 저자 박웅현이 어떤 책을 읽어야 하며, 어떻게 읽어야 잠자는 감수성을 일깨워서 감동과

울림을 받을 수 있는지를 대학에서 강의한 것을 모은 것이다. 그의 머리를 도끼처럼 내려친

책 40여 권의 문장이 왜 감동과 울림을 주는지 콕 집어 설명해 준다. 저자의 말처럼 좋은 책

들여다 보기를 통해서 우리는 순간순간 작은 행복, 깨우침, 울림을 찾을 수 있으며 그런 행복감

은 삶을 풍요롭게 한다.




저자는 알랭 드 보통의 <프루스트가 우리의

삶을 바꾸는 방법들> 인용하여 자신의 문장 해석, 깊이 읽는 방법, 더 나아가 책을 읽는 이유를

설명한다. 저자가 책을 깊이 읽는 방법은 우리의 의식 위에 새로운 레이더를 하나 설치한 것처럼

그동안 무심히 지나치던 것, 미세한 것에서 중요한 것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알랭 드 보통 >




'죽음이 임박했을 때 갑자기 생기는 삶에 대한 애착은, 우리가 흥미를 잃은 것은 목적이 보이

지 않는 삶 자체가 아니라 우리가 영위하는 삶의 일상적인 형태라는 것, 그리고 우리에게

불만이 생기는 것은 인간의 경험이 돌이킬 수 없도록 음울하기 때문이 아니라 삶을 살아가

는 특정한 방식 때문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위 문장을 저자는 이렇게 해석했고 느꼈다.
' 삶이 그렇게 힘들다고 하면서도 실상 죽음을 반기지 않는다는 건 삶의 문제가 아니라

내 태도의 문제였다는 걸 증명해 주는 거예요. 우리가 죽겠다 힘들다 하는 건 영위하고

있는 삶의 일상적인 형태에 흥미를 잃었다는 거죠. 죽기 전의 삶의 조건들은 동일해요.

그러니까 결국 흥미를 잃은 것은 삶 자체가 아니라 우리가 삶을 영위하는 일상적인 태도

라는 의미입 니다. 알랭 드 보통에 의하면 마르셀 프루스트가 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

서>의 의미는 바로 이것, 우리가 시간을 잃어버리며 살고 있다는 겁니다. 삶을 낭비하지

말고 삶에 대해서 감사해하며 현재의 순간순간을 모두 사랑하라는 얘기를 알랭 드 보통

은 프루스트를 통해 우리에게 전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우리 수업의 목적이기도 하고,

제가 책을 읽는 이유이기도 합니다.'(127쪽)


'우리의 정신은 의식 위에 떠다니는 특정한 대 상을 포착하게끔 회로에 설정된 레이다와

같아서 책을 읽고 나면 그전에는 무심히 지나쳤던 것들이 레이더에 걸린다는 겁니다.

김훈을 만난 후 미나리와 콩나물을 씹으면서 물기에 주목하도록 레이더가 새롭게 조종

되는 것처럼요. 뭔가 보고 듣고 할 때 김훈이라면, 고은이라면 어땠을까 생각하며 전

에는 잡히지 않은 것들이 잡히게 되는 거죠. 그렇게 잡히게 되는 게 많아지면 결국 삶이

풍요로워지는 것이고요. 이것이 행복의 포인트가 되는 겁니다.' (128쪽)





날마다 크고 작은 감동이 가슴을 적신다면 우리는 어디서 무엇을 하던 충만한 삶을 살

수 있다.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많은 것들을 자세히 깊이 들여다보면 미처 알아채지

못한 깨알 같은 감동이나 번개를 맞은 듯한 깨어 침을 느낀다. 이러한 작은 감동은 내 마음

속으로 들 어와 내 감정을 기쁘게 하고, 좋아진 내 감정은 나의 일상의 태도와 행동에 좋은

영향을 준다. 이런 나의 좋은 감정, 태도, 행동은 내 삶의 순간순간을 조금씩 바꾸면서 인생

의 어느 시점들을 좋은 방향으로 바꿔준다. 이것이 반복되고 쌓이면 감동은 지속되고 행복

감도 늘어난다.



책을 읽을 때 카프카의 말처럼, '그 책이 도끼처럼 나의 잠자는 감수성을 깨부수는 책'을

읽어야 한다. 저자는 그 도끼 같은 책 40 여권과 책을 읽을 때의 생각의 흐름을 대화하듯

이 쉽게 풀어썼다.


저자는 이철수의 <마른풀의 노래 > , 최인훈의 <광장>, 김훈의 <자전거 여행>, 알랭 드

보통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 오스카 와일 드의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등에서 길어 올린 도끼 같은 울림을 주는 표현

을 찾아내고 저자의 감성 가득한 해석을 덧붙인다.




읽다 보면 저자가 예를 든 문장이나 표현에서 저자와 같은 감성을 느낄 수도 있고 다르게

느낄 수도 있다. 그것은 저자가 그 책을 읽고 해석하는 것과 달리 독자들이 읽고 다르게 해석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저자가 예를 든 휘슬러의 그림, <원제 : 회색과 검은색의 구성>

화가가 애초 기하학적 구도를 시도한 작품이지만 그와 달리 모성애를 의미하는 <화가의 어머

니>로 다르게 해석되어 많이 회자되 왔다. 실제 미국에서 어머니날을 처음 제정했을 때 기념

우표에 이 그림이 모성애를 상징한다며 우표 도안에 사용할 정도였다. 화가는 자신의 의도와

다르다고 정부에 항의했지만 미국 정부조차도 화가의 의도와 다르게, 이 그림을 모성애의

발로로 해석했고 우표도 발행했다.


더욱이 책의 문장은 은유, 비유, 함축이 많으므로 그 해석은 독자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독자가 읽은 책에서 받은 울림이나 감동이 그 책의 작가가 글 쓴 목적과 의도와는 달라도 그것

은 각자의 사유의 영역에 속한다. 책은 독자에 따라 다른 의미나 영감을 줄 수 있으며 그럼에도

도끼 같은 책은 우리에게 울림과 깨우침을 준다.


<회색과 검은색의 구성. 휘슬러>




이 책은 잠자는 감수성을 깨우고 책에서 작은 행복을 발견하는 방법을 많은 문장을

사례로 들려주며 울림과 감동을 찾게 해 준다.


저자가 제시한 책 읽기 방법은 새롭다기보다 많은 독자들이 사용하고 있는 방법이다.

그러나 필자를 비롯, 일반인들은 저자의 감수성 레이더처럼 그 울림과 감동이 강하지 안

은 것 같다. 아예 감수성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독서를 하는 독자가 많지 않을까.


삶을 행복하고 풍요롭게 해주는 도끼 같은 책을 고전에서 찾는 것, 책을 통해 예술적

심미안도 배우고 훈련하는 것, 그래서 감수성 레이더의 감도를 저자처럼 잘 갖출 수 있음

을 저자는 40권의 책을 인용하며 은근히 권유한다.

도끼 같은 감수성은, 어느 날 갑자기 내게 생겨서 나의 머리를 내려치지는 않는가 보다.


<책 내지의 저자 박웅현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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