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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몬 Sep 01. 2021

기부하기 위해 장사하는 국숫집

방화동 '동화마을 잔칫날'

    맘에 드는 좋은 음식을 먹으면  복한 기다. 요즘같이 더운 여름철엔 입맛이 당기는 국수가 먹고 싶다. 그럴 때는 명동으로 가서 그 진한 마늘 내 나는 매콤한 김치와 닭 육수의 칼국수를 땀 흘리며 먹어

 한다. 코로나 때문에 명동 자주 못 가니 대신 집 근처에 괜찮은 국숫집이 있으면 좋으련만...

며칠간 동네 식당을 돌며 여기저기 찾다가 방화동 국숫집 '동화마을 잔칫날' 앞에서 발길이 딱 멈췄다.



   처음 '동화마을 잔칫날'을 찾아간 날은 너무 더워 뜨겁지 않은 비빔국수를 먹고 싶었다. 비빔국수를 주문하자마자 1분 만에 비빔국수와 배추김치, 육수가 담긴 트레이가 테이블로 왔다. 비빔국수는 소면 위에 오이채, 무채, 참깨가 뿌려졌고 그 위로 빨간 양념이 놓였다. 작은 공기에 담긴 뜨건 육수를 먼저 맛보니 멸치맛이 진하고 깊다. 멸치맛 뒤에 시원한 맛이 길게 남는다. 국수 면발이 적당히 부드럽고, 매콤한 양념 맛에다 멸치육수와 참기름항이 제대로 어울린다. '맛있다'란 혼잣말이 나왔다.

흔히 음식은 입으로 먹고, 맛은 코로 느낀다 더니 입안의 멸치육수 냄새와 참기름 향의 궁합이 딱이다.



   

    모든 국수는 무제한 리필이고 문할 때 미리 '양 보통', '양 많이'로 구 주문하면 원하는 양이 나온다. 

여름이 가기 전에 열무 비빔국수를 먹으러 갔다. 열무가 좀 억세서 씹히는 식감이 좀 질기지만 국수와 열무김치, 양념장이 조화되어 싱싱한 열무김치 맛을 선사한다.

국수가 절반이 남을 때쯤 멸치 육수를 한 공기 더 마시면 매운맛이 줄고 뒷맛이 깔끔 해진다. 나만의 먹는 방법이다.


비빔국수 두 번, 잔치국수 한번, 열무 비빔국수 한번 먹어보고 나서 '동화마을 잔칫날'을 밥집으로 정했다. 개화산 둘레길을 가끔 걷는 친구들에게도 소개해야지. 단, 술은 팔지 않는다.


어느 날 '동화마을 잔칫날' 국수를 먹으러 가면서 식당의 홍보문을 읽었다. 국숫집을 하며 노인일자리를 들고, 수익 전액을 장학사업과 노인합창단, 어린이 축제 등 마을 지원활동에 쓰고 있단다. 국숫집을 하면서 이게 가능할까? 확인해보고 싶었다.


이번에도 비빔국수를 시켜놓고 기다리는데 침이 꼴깍 넘어갔다. 아니 국수 생각에 꼴깍! 하다니 흐흐~ 

비빔국수는 역시 나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기부에 대해 물어보려고  회계 감사라는 분에게 말을 걸었다.

 "수익금 전액을 저렇게 쓰신다고 했는데 지실제 그렇게 하고 계십니까?

수익은 공개합니까?" 직구를 날렸다.

" 그럼요. 아~홍보용 동영상 티브이를 보여 드릴게요" 하며 벽에 걸린 홍보용 티브이를 켜준다. iMBC에서 2019년 방영한 제목 '어쩌다 하루', 10분짜리 영상이다.

영상에는, 국숫집을 개업한 김동운 강서 시니어클럽 이사장의 기부활동과 국숫집

운영방법이 나온다.


국숫집을 하는 목적이 돈을 벌어 기부를 하는 거라니.... 

사업목적이 거꾸로 된 거 아닌가. 수익금 전액을 기부하다니, 탐욕의 자본주의  아니고 인간을 위한 자본주의가 아닌가. 국숫집 '동화 마을 잔칫날'은 자본주의 사용 방법을 제대로 가르쳐 준다. 비록 변두리의 소박한 작은 국숫집이지만.


   국수의 맛은 면, 육수, 고명이 좌우한다.

회계감사에게  3가지에  관한 설명을 들었다. 국수면은, 자체 제조를 하지 않고 13년 동안 한 회사 제품을 공급받아 맛과 품질을 유하고 다.

멸치육수는, 김동운 이사장의 부인이 음식점을 할 때의 셰프들을 찾아가 간곡히 부탁하여, 멸치와 10여 가지 재료로 육수를 만들었고, 각종 소스와 장류도 그 팀이 만들었다. 멸치육수 레시피는 지금까지 한 사람이 비밀 관리하고 있다. 고명은, 재료 가격의 폭등으로 애먹다가 가격 폭등이 적은 재료를 찾아서 정했다고 설명해 준다.  


    장사가 잘되자, 국숫집 수익금으로 노인과 어린이 기부사업과 장학사업에다 지역 사회에 기부까지 한다니 거짓 상술이라고 의심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래서 국숫집 경영을 공개했다. '동화마을 잔칫날' 이사진

은, 주민 센터에 주민들과 사회봉사 단체장 등 200여 명을 초대해서 '동화마을 잔칫날'의 최근 4년 간의 수익금과 그 사용 내역을 상세히 공개했다. 김 이사장은 지역사회를 위한 기부와 봉사를 계속한다는 약속재천명했다. 이 모임을 계기로 방화동 주민들과 사회봉사 단체장들은 '동화마을 잔칫날'을 응원하는데 앞장서줬다.  언론보도도 이어져서 iMBC 등 티브이 보도를 본 손님들이 멀리서도 찾아왔다.



'동화마을 잔칫날'은 직영 1, 2,3호점을 개 점하였으나 직영 3호점은 매출 부진으로 문을 닫았다. 매출 걱정 없는  국숫집이었는  코로나19는 치명적이다. '동화마을 잔칫날'도 매출이 엄청 줄어 최고 매출 올리던 6,7, 8월 매출도 급감했다. 회계감사에게 적자냐고 여쭸더니 잠시 있다 운을 뗀다.


 " 코로나로 인해 많은 식당들이 문 닫고 우리도 무척 어렵다. 하지만 우리는 동네 맛집이며 기부사업을 하므로 주민들의 기대를 잘 알고 있다. 어떻게 던 버텨야 한다"라고 말한다.  그 '어떻게'를 제대로, 빨리 찾기를 응원한다.







동화마을 잔칫날'은 국숫집이라기보다 지역 사회에 기부할  자금을 조성하는 자산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 올해까지 국숫집 운영을 하며 기부한 금액이 약 7억, 앞으로도 기부를 계속하게 장사가 잘되면 좋겠다.


                          

   '동화마을 잔칫날' 나름 여러 가지 자구노력을 하고 있지 싶다. 이 국숫집을 정상 화해서 주민들과 고객들에게 맛있게, 양 많이, 싸게 국수를 맛 보이는 것, 또 지역사 회에 기부를 계속하는 것이 '동화마을 잔칫날'을 아껴준 분들에 대한 보답이 아닐까.


 대전의 기부하는 빵집 '성심당'이 불이 나서 잿더미가 되자 대전시민들이 '성심당'이 재건할 때까지 긴 줄을 섰던 광경이 떠오른다.


나부터 맛있는 국수 먹으러 자주 '동화마을 잔칫날'에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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